조 단위 매출을 기록하는 법인보험대리점(GA)도 등장하고 있는데, 비정상적인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수면 위에서 책임을 다하는 어엿한 금융사로써 금융당국과 소비자의 신뢰를 얻도록 하겠습니다
GA는 보험 설계사로 이뤄진 조직으로 여러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고객에게 보험을 판매하는 사업자다. 특정 보험사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한 회사 상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닌 여러 회사 상품을 취급, 비교 판매할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은 전속 설계사 시대에서 GA가 보험시장의 큰 축을 담당할 만큼 성장하는 무기가 됐다. 지난해 GA의 손해보험 상품 판매 비중은 30.5%로 다른 채널들 대비 가장 높았다. 보험설계사 10명 중 4명은 GA 소속일 정도로 영향력은 날로 커졌다. 하지만 GA 업계는 그간 설계사들의 높은 수수료나 스카우트 경쟁으로 인한 불법 승환계약, 불완전판매 등이 많이 발생한다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었다.
이같은 업계 이미지를 바꾸고 소비자 인지도를 제고하는 ‘소방수’ 역할로 1년 전에 발탁된 인물이 김용태 한국보험대리점협회장(GA회장)이다. 3선 국회의원 출신에 보험업권을 관장하는 정무위원회에서 법안소위원장(19대), 정무위원장(20대)을 맡았던 김 회장은 금융권에 대한 넓은 시야와 타고난 설득력으로 업계의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지난해 6월 GA협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6월 취임 직후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불법 승환계약 근절에 나섰다. 소비자들의 편견을 부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니며 업계와의 소통도 활발히 진행했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김 회장. 그는 최근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업계를 둘러싼 오해를 정면돌파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매번 논란의 중심 되는 GA…“불완전판매·高 수수료? 오해 풀 것”
김 회장은 GA 업권의 현주소를 ‘낮은 위상, 나쁜 평판’이라고 평가했다. GA에 대해 불신이 큰 것이 우려스럽다며 이를 회복하고 싶다고도 했다.
실제 그는 올해 초 논란이 됐던 단기납 종신보험에 대해 공식 유튜브 채널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 관련해서 설명하기도 했다. GA 현안과 단기납 종신보험의 문제점, 업(業)의 본질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그는 “단기납 종신보험을 판매할 때 고객에게 불리한 조건들을 설명하지 않으면 계약 체결이 이뤄지기 쉽지 않다”며 “판매 과정에서 문제가 일부 발생할 수는 있지만, 보험사 실적에 유리하게 반영되도록 상품 구조가 설계돼 있는 상품인데 이를 만든 원수 보험사는 제외되고 판매한 GA에게만 책임을 묻고 있는 것에 대해 지적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설계사가 받는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설계사는 타 업권과 동일하게 보험상품판매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이며 보험사의 자산운용을 위한 투자 재원을 만드는 자금 중개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1년짜리도 아니고 30~40년 안정적으로 들어올 수 있는 운영 자금을 유치해준 만큼 이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언급했다.
김 회장이 낸 목소리에 업계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는 “업계에서는 당당하게 바른 방향을 얘기한 것에 대해 많은 호응과 응원을 해 줬다”며 “업의 본질과 설계사들의 직업에 대한 재평가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소비자의 신뢰 얻으려면 불법 스카우트부터 잡아야”
특히 김 회장이 지난 1년 동안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GA의 불법 승환계약 근절 노력이다. 높은 스카우트비용을 받고 이직한 설계사가 일시에 실적을 올리기 위해 불법 승환계약을 벌이는 경우가 가장 대표적이다. GA협회는 지난해 9월 건전한 모집질서 체계 확립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자율협약을 진행했다.
그는 “취임 직후 전국의 GA 본사를 방문하며 자율협약을 맺기 위한 설득에 나섰다”며 “유망한 설계사를 데려올 때는 짜릿하지만, 반대로 더 큰 회사에게 설계사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불안에 시달리는 것이 지치지 않느냐고 했더니 대부분 수긍했다”고 전했다. 실제 소속 보험설계사 1000명 이상 대형 GA 39곳이 참여하는 자율협약을 체결했으며, 이후 협약에 참여한 대형 GA는 55곳으로 늘었다.
자율협약 효과에 대해서는 “불법 스카우트로 인해 피해를 본 업체라면 반드시 협회에 신고하기 때문에 이 같은 ‘반칙’은 100% 들통나게 돼 있다”며 자신했다.
실제로 대리점협회는 올해 2월 첫 위반 사례를 적발해 금융당국에 이 사실을 통보하는 등 단호하게 대처한 바 있다. 협회는 자율협약 효과가 발휘되고 있는 만큼 이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설계사 이직으로 인한 상황뿐만 아니라 더 높은 수수료를 취하기 위한 상품 간 승환계약도 발생하고 있다”며 “회사가 아닌 상품 간 승환계약까지 막을 수 있도록 자율협약을 GA만 하는 것이 아니라 원수보험사 소속의 전속설계사까지 가입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히고 법제화할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보험판매전문회사·기업신용평가 도입으로 발전 도모”
김 회장은 GA 산업 발전을 위해 보험판매전문회사 제도와 기업신용평가 도입을 제안했다. 보험판매전문회사는 상품 생산자인 보험사와 소비자인 보험계약자를 연결하는 ‘보험의 유통’을 담당하는 법인을 말한다. 보험계약의 체결을 대리하는 단순 보험대리점과는 달리 계약을 중개할 수 있게 된다. 보험사와 직접 사업비, 수수료율 등을 협상할 수도 있다.
그는 “해당 논의가 진전돼 입법화될 수 있도록 당국과 논의하고, 보험판매전문회사를 주제로 업계 및 학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심포지엄도 올 하반기 개최할 예정”이라며 “보험판매전문회사는 점점 고령화되고 있는 보험설계사 시장에 신규 인력인 청년 등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고 보험 소비자로서도 책임성과 명확성이 분명해지는 만큼 내부통제가 강화되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개발하고 있는 GA기업신용평가 방법론을 통해 투자와 인수합병(M&A)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그는 “회사를 키우려면 투자를 받거나 채권을 발행하면 되는데 GA 업권이 이에 대한 이해나 기반이 없어 평가모델을 만들기로 한 것”이라며 “신규채용, 시스템 고도화, M&A 등 정상적인 방식을 통해 회사를 키워나가야 업계 투명성을 높일 수 있고 업권이 더 건강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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