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전남 곡성역에서 섬진강을 따라 남쪽으로 차로 30분 이동하면 죽곡면 한 자그마한 마을에 도착한다. 전직 장관과 군수 부부가 합작해 만든 은퇴자 마을인 ‘강빛마을’이다.
이곳에는 펜션과 카페, 단독주택이 어우러져 있다. 최고 524m 화장산 남서 측에 걸쳐 있는 만큼, 입구부터 얕은 오르막이 펼쳐진다. 길을 따라가면 펜션 안내소를 중심으로 적색 벽돌로 지어진 2층짜리 주택들이 좌우로 펼쳐져 있다. 목(木) 구조지만, 빨간 벽돌과 커다란 창을 활용해 유럽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한옥과 양옥의 특징을 모두 살렸다.
강촌마을은 한때 전국 최대 은퇴자 마을로 주목을 받았던 곳이다. 그러나 교통망과 병원 등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고, 결국 열악한 인프라로 인해 점점 찾는 이가 줄고 있는 실정이다.
■ 유럽풍 타운하우스에서 행복한 노년 보내볼까?
강빛마을은 ‘농촌에서 보내는 행복한 노년의 컨셉’으로 2013년 조성된 타운하우스 단지다. 16대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김화중 전 장관과 그의 남편인 고현석 전 곡성군수가 손잡고 만든 은퇴자 마을이다.
대지 약 13만2000m²(4만 평)에 주택 109개 동을 갖추고 있다. 모두 남향으로 커다란 창을 냈다. 가구당 건축면적은 총 99m²(30평)다. 모두 SK디앤디가 시공했다. 현재 100가구 중 50가구는 생활숙박시설로 등록돼, 숙박업소로 활용 중이다.
타운하우스는 식물을 기르거나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정원을 갖췄다는 점에서 은퇴자들의 로망으로 불린다. 아파트보다 자연친화적인 주택 유형으로 평가받는다.
■ 단독주택부터 펜션까지…前 장관·군수가 정부 지원으로 만든 마을
강빛마을 조성사업은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고현석 전 군수는 1998년 7월부터 2006년 6월까지 곡성군수를 맡으면서 은퇴자 마을 사업을 준비해왔다. 퇴직 후에는 민간 참여자로 마을 조성 사업에 참여했다. 그는 정부가 기반시설공사를 지원해 주는 전원마을 조성사업을 신청하고, 마을 이름을 강빛마을로 지었다.
김 전 장관은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 리버밸리를 통해 일대 토지 4만여 평을 인수했다. 토지 대금은 입주민 모집이 이뤄지면 내기로 했다. 2009년 입주 예정자 80%를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2010년 곡성군이 지원하는 기반시설(도로, 상·하수도 등) 공사가 시작됐다. 2012년 주택 착공에 들어갔으며, 2013년 4월 강빛마을과 숙박시설인 강빛마을 펜션이 문을 열었다.
정부의 금전 지원도 있었다. 주택 구입 비 1억9500만원 중 착공 전까지 9000만원을 내면 잔금 중 4000만원에 대해서는 저리 대출을 지원받았다.
■ 펜션 망하고, 가격 뚝 떨어졌다
김 전 장관 부부는 은퇴자 마을을 만들어 도시로 빠져나갔던 사람들이 농촌에 다시 들어와 살면서 공동체를 이루고자 했다. 인구 소멸로 인해 가속화하는 슬럼화·공동화를 막자는 것이다.
그러나 준공 10년을 넘긴 현재까지 이 일대에는 빈집이 상당하다. 코레일관광개발이 숙박업 등록 후 관광상품으로 쓰던 집 다섯 채를 2019년부터 공매에 내놨으나, 4년째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코레일관광개발은 올 3월에도 강빛마을 달빛2·6·9·10·11호 매각을 시도했다. 가구 당 토지 262~271㎡, 건물 99㎡ 규모다. 공매 개시 가격은 2013년 당시 분양가 2억원대 그대로이나, 예정가격은 1억6338만원으로, 이보다 낮다. 2023년 실거래가 1억700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코레일관광개발은 2016년부터 강빛마을의 펜션 운영을 맡았다. 첫해 수익은 290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코레일은 누적 운영손실 증가로 2018년 12월에 사업을 폐지했다.
일각에서는 은퇴자 마을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7년 12월 한겨레21은 강빛마을 109채의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한 결과 원주소지를 파악할 수 없는 19명을 제외하고 곡성 출신만 모두 78명이었다고 보도했다. 서울, 경기도 등 타지에서 온 이는 12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 병원 한 번 가기 어려운 은퇴자마을이라니
주거 전문가들은 은퇴자 마을의 실패 이유로 병원과 교통 등이 부재한 입지를 꼽았다. 나이가 들수록 병원에 갈 일이 많고, 기존 알던 사람들과의 교류를 중요해서다.
실제로 강빛마을 인근에는 응급실을 갖춘 대형 병원이 없다. 응급실을 갖춘 곡성사랑병원은 강빛마을에서 26㎞ 떨어져 있다. 가장 가까운 상급종합병원인 화순전남대병원까지는 거리는 47㎞다. 차로 45분 가량 걸린다.
한 주거학자는 “병원이 없는 지역에 은퇴자 마을을 짓는 건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 운영 전문가 과정>
땅집고는 최근 늘어나는 시니어 부동산 개발 니즈에 맞춰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과 운영 전문가 과정(3기)’을 오는 8월 28일 개강한다. 올해 2월, 5월 순차적으로 개강한 1기, 2기는 조기 마감했다. 이번 과정은 시행사나 건설사, 자산운용사, 건축설계회사, 투자회사, 감정평가회사, 공기업, 공공기관 등 기업 회원이 대상이다.
강의는 현장 스터디 3회를 포함해 총 18회로 진행한다. 금융권 최초 요양사업 전문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의 이상욱 본부장은 ‘시니어 시설과 요양시설 수익화를 위한 사업성 검토 및 개발’이라는 주제로 시설 관련 제도와 관련 법규, 입지 선정 전략 등을 공유한다.
황문영 종근당산업 벨포레스트 사무국장은 시니어주거와 요양시설의 차이점과 운영 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한다. 전국 실버타운을 직접 방문해 생생한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공빠TV’의 문성택씨는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기존 실버타운 개발 사례를 집중 소개한다.
강의는 매주 수요일 오후 4시~6시30분이며, 수강료는 290만원이다. 땅집고M 홈페이지(zipgobiz.com ▶바로가기)에서 신청하면 된다. (02)6949-6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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