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얼티엄셀즈 제 2공장 양상 한 달만에 90% 이상의 목표 수율을 달성한 것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동박을 썼기 때문입니다.”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이사는 20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폴란드 공장을 가동할 때 엄청 고생했던 LG에너지솔루션이 한 달만에 램프업에 성공한 것은 △표준화 작업 △디지털 트윈 등 자체적인 노력도 많이 했겠지만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동박이 기여한 부분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을 신규 고객사로 확보하고, 미국 제너럴모터스(GM)과의 합작사인 얼티엄셀즈에 동박 공급을 개시했다. 테네시주 스프링힐에 위치한 얼티엄셀즈의 제 2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배터리에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동박이 쓰인다.
김 대표가 ‘자화자찬’한 것은 그만큼 동박이 배터리 생산성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유수의 배터리 업체들이 배터리 생산 과정을 최적화하고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변화를 주는 것이 ‘동박’이라는 설명이다. 동박은 머리카락 15분의 1 두께의 얇은 구리막으로 배터리 음극재의 핵심 소재다.
김 대표는 이처럼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인 동박의 중요성을 제대로 아는 기업들이 한국 외에는 드물다고 분석했다. 그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동박이 좋다는 걸 알아야 되는데, 유럽 사람들은 그걸 모른다”며 “그냥 우리로 보면 한 4~5년 전 수준 그냥 있는 박만 써서 내가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지난해 출범 후 첫 전시회 참가를 결정한 배경에도 동박의 역할을 알리고 싶다는 ‘진심’이 작용했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기 전에 동박이 배터리 생산에 없어서는 안되는 것을 넘어 성능을 개선하는 주요 소재라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선제적 투자인 셈이다.
유럽 전시회를 참여를 계기로 현지 신규 고객 발굴에 적극 나선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기존 생산 물량의 80% 가량을 삼성SDI에 공급해 왔다. 김 대표는 지난 19일 뮌헨에서 개막한 ‘인터배터리 유럽 2024’ 전 삼성SDI 헝가리 공장을 찾아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등 양사 간 흔들림없는 동맹을 재확인했다.
유럽 내 생산능력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카탈루냐주 몬로이치시에 연간 3만 톤(t) 규모의 동박 공장을 짓는다. 오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현재 부지 정지 작업을 60% 이상 진행했다.
스페인 공장 설립 프로젝트 지연설(說)에 대해서는 우려를 일축했다. 오히려 전기차 시장 둔화로 배터리 기업들의 증설 계획이 주춤하는 것과 맞물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고객사에 맞춰 투자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봤다.
김 대표는 “몬로이치시는 20년 내 이처럼 큰 규모의 해외 공장을 유치해 본 적이 없어서 인센티브는 좋지만 인허가 프로세스 등이 원할하지 않다”며 “좀 늦어지는 부분도 절차상의 문제일 뿐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의 SOP(양산)가 늦어지는 시기와 스페인 공장 인허가가 늦어지는 시기가 맞물린다”며 “좋게 보면 고객이 수요를 창출하는 시점과 굉장히 자연스럽게 맞춰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북미 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여러 후보지 중 2곳으로 최종 압축하고 마지막 검토 단계를 밟고 있다. 구체적인 위치에 대해서는 함구했지만 고객사와 인접한 곳은 피한다는 게 김 대표가 세운 기준이다. 운송을 위해 적당히 가까우면서도 인력 수급이 용이하고, 전력·용수 조달이 안정적인 곳이 최적의 위치다.
김 대표는 “‘특정 고객사 바로 옆으로 가자’ 이건 또 아니다”라며 “고객사 가까이에 있으면 배터리 기업인 고객사로 우수 인재가 몰리기 때문에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에는 인력 수급 측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같은 기준을 적용했을 때 인디애나·오하이오·테네시·켄터키·미시간 등 현·잠재 고객사가 이미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은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정부의 인센티브와 기업 유치 의지다. 북미 공장 건설에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비가 소요되는 만큼 주정부와의 긴밀한 협력과 자금 지원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하이엔드 동박 공급 확대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올 1분기 하이엔드 동박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 늘어나는 고객 수요에 적기 대응하기 위해 하이엔드 전용 설비 도입을 확대했다. 이를 토대로 신규 수주의 60~70%는 하이엔드 제품으로 납품, 올해 최대 5조원 규모 수주 목표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생산거점도 하이엔드 동박 생산 시설로 전환·구축한다. 익산 공장은 이미 생산량의 절반은 하이엔드, 나머지 절반은 범용 동박을 제조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공장은 고객사로부터 이 곳에서 생산한 하이엔드 동박에 대해 합격점은 받았으나 당장은 범용 제품만 생산 중이다. 추후 고객 수요가 있으면 바로 하이엔드 제품으로 전환해 주문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스페인과 북미 공장은 처음에는 범용과 하이엔드 동박을 모두 생산하고 점차 완전 하이엔드 동박 전용 생산 공장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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