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보광·이태원·동빙고동 일대 약 111만㎡를 재개발하는 한남뉴타운은 5개 구역 가운데 1구역을 제외하고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2구역은 조합원 분양 신청, 3구역은 이주가 진행되는 중이다.
시공사 선정 절차가 남은 4구역과 5구역은 이른바 ‘별들의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조합원 수가 1160여명으로 일반분양 비중이 높은 한남4구역의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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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기대감 커져… 실제 매수까진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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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찾은 한남4구역은 경의중앙선 서빙고역과 한남역 사이에 위치해 걷기에는 더운 날씨였다. 버스에 탑승해 좁고 가파른 언덕을 겨우 넘어가는 것이 위태롭게 느껴졌다. 여러 골목이 한 번에 만나는 곳에선 차량들이 꼬여 통행이 어려웠다. 군데군데 불법주차된 차량 탓에 교통체증이 한층 실감됐다.
주택과 상가의 노후도도 눈에 띄었다. 거의 대부분이 지은 지 30~40년을 넘는 저층 다세대주택이었다. 벽돌로 된 다수의 집은 군데군데 깨져 보수한 흔적이 역력했다. 상가 또한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요새 서울 시내에서 보기 힘든 오래된 간판의 미용실과 공인중개사, 세탁소 등이 즐비했다.
용산구 보광동 360번지 일대에 위치한 한남4구역은 16만258㎡ 규모다. 지난달 통과한 건축심의에 따르면 51개동 지하 7층~지상 22층의 공동주택 2331가구와 부대 복리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공공임대 물량이 350가구, 일반분양이 1981가구다.
한남4구역은 2009년 정비구역 지정, 2015년 조합 설립 후 보광동 주민센터 일대 상가 소유자의 반대와 신동아아파트 통합 재개발 문제로 사업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4년에 걸친 논의 끝에 상가와 신동아아파트도 함께 재개발하는 방향으로 정비계획을 변경했다. 이후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 심의와 환경영향평가 등을 다시 거쳐 이제야 물꼬를 크게 된 것.조합원 의견은 반반으로 갈린다. 사업 재개에 기대감을 숨기지 못하는 이들과 추가분담금 등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조합원 A씨는 “드디어 시공사 선정을 목전에 두니 감회가 새롭다”며 “3구역처럼 이주를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 B씨는 “재개발되면 좋기야 하지만 분담금도 걱정되고 사업이 다시 지연될까 하는 불안함도 있다”고 말했다.
한남4구역 매물의 호가는 3.3㎡당 4000만~5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211㎡(이하 전용면적) 단독주택이 28억~30억원, 37.52㎡ 다세대는 22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주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고 매수 문의가 있지만 실제 거래까진 성사되지 않는 편”이라며 “매물 가격이 높아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자산가가 아니면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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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도전장’… 조합 “경쟁입찰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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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선정은 오는 10월로 예정됐다. 총 사업비만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현재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등이 수주 의사를 보이고 있다.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 4월 대형 건설업체 소속 직원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진행한 결과 현대건설·대우건설·DL이앤씨·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 5개사가 참석했다.
한남4구역은 4개 구역 가운데 부지 면적이 가장 작다. 그럼에도 남산 경관 아래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입지의 강점이 있어 내로라하는 1군 건설업체들이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삼성물산 관계자는 “입찰 참여를 확정했다”고 말했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 요구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적정 공사비와 차별성 있는 설계를 고민하고 있다”며 “현재 4개 업체가 수주에 관심을 보이는 상태”라고 말했다.
입찰 가능성을 보인 다른 시공사는 GS건설이다. GS건설은 지난해 인천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 이후 보상금으로 거액을 지출해, 지난해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설상가상 올 초에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로부터 영업정지 통보를 받았다. GS건설은 영업정지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해 인용된 바 있다. GS건설 측은 입찰에 대해 “현재 검토 중”이라며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조합원들은 경쟁입찰이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현행법상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은 2회까지 경쟁입찰이 이뤄져야 계약을 성사할 수 있다. 건설업체 입장에선 최근 공사비 급상승 등 원가 부담이 커지고 불필요한 경쟁으로 출혈을 줄일 수 있는 수의계약을 선호하지만 조합원은 여러 건설업체가 입찰에 참여해 유리한 조건을 선택할 수 있는 경쟁입찰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최근 국내 주택경기 침체와 수익성 저하로 건설업체들의 선별 수주가 이어지며 정비사업에서 발을 빼는 시공사들도 많아졌다. 서울 강남 등 핵심 입지의 사업지들도 시공사를 찾지 못해 유찰되는 실정이다.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2차는 두 차례에 걸친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에도 롯데건설이 단독 입찰해 수의계약으로 전환했다. 신반포27차 또한 올 초 입찰에 1곳도 참여하지 않아 결국 공사비를 조정하고 SK에코플랜트와 수의계약을 맺었다. 송파구 가락동 삼익맨숀은 2번의 입찰 무산 후 지난달 3차 입찰에 현대건설이 단독 참여해 시공사가 정해졌다. 노량진1구역도 포스코이앤씨의 단독입찰로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전문가들은 건설업체들의 ‘옥석 가리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은 “조합이 낮은 공사비를 제시할 경우 시공사의 참여가 없어 울며 겨자 먹는 식으로 공사비를 올리는 곳도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 하반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며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에 어려움이 지속됨에 따라 수주 감소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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