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오는 21일 시공사 입찰 마감을 앞둔 서울 용산구 남영동 업무지구2구역(남영2구역) 재개발 사업지가 새로운 수주 격전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이 출사표를 던졌다.
서울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과 1호선 남영역 사이 1만7659㎡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건폐율 59.74%, 용적률 858.99%를 적용해 최고 34층 565가구 아파트와 80실 오피스텔, 복합청사 등이 들어선다. 사업지는 용산공원과 주미대사관 이전 예정지가 200m 내에 있는 용산 내 노른자위 지역에 있다. 서울시는 2016년 8월 ‘2025 도시ㆍ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 따라 이 구역을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했다.
20일 재개발 업계에 따르면 남영2구역 재개발 조합은 오는 21일 시공사 입찰 마감을 예정하고 있다. 조합은 3.3㎡당 공사비를 1070만원으로 제시했다. 자금력을 갖춘 조합원들이 공사비 갈등을 우려해 사업성ㆍ공사비가 낮으면 참여하지 않는 건설사들의 최근 심리를 반영한 금액으로 풀이된다. 시공사 선정 총회는 8월 초라는 예상이 나온다.
남영2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참여를 예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 건설사가 남영2구역에서 치열한 수주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선별 수준에 나서고는 있으나, 용산구나 강남권 핵심 사업지는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삼성물산, 다음 스텝 위해서라도 수주전 승전보 절실한 상태”
삼성물산 관계자는 “아직 입찰 마감전이라 (타사 대비 특화 장점 등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밝히기 어렵지만, 입찰에는 참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설계사 협업으로 가구 평면, 커뮤니티 등 특화 설계 제안, 오피스 분양 리스크 축소, 조합원 분양 수입금 확대, 안전 하자 이슈가 업계 최저인 점을 강조한 품질 확보, 신속하고 안정적 사업 진행 등을 내세울 계획이다.
최근 삼성물산은 도시정비 수주전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않아 남영2구역 수주가 절실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근 몇 년간 국내주택보다는 해외 사업에 주력하며 수주전에 대한 감을 잃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실제로 작년 삼성물산의 주택 정비사업 부문 실적은 경쟁사 대비 상당히 저조했다.
올해 들어 주택사업 비중을 늘리겠다며 태도를 바꿨으나, 마수걸이 수주전에서 패하며 업계 1위 자존심 구겼다. 앞서 올 1월 공사비만 1조원이 넘는 부산 재개발 최대어 촉진2-1구역에서 포스코이앤씨에 패배했다. 올 하반기 서울 한강변 랜드마크인 한남4구역, 앞으로의 압구정ㆍ여의도 등 핵심지 시장이 열리는 만큼 브랜드 이미지 회복을 위해 승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한남4구역은 업계 2위인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참전으로 설욕전을 예고하고 있다.
■ HDC현산, 붕괴 대참사ㆍ부실시공ㆍ하자 이미지 여전…”이번도 안 되면 위기”
HDC현산 관계자는 “입찰참여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만일 경쟁사가 있을 경우 경쟁할 의지도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HDC현산 역시 이번 수주가 절실한 상태라고 보고 있다. 사업지가 HDC현산 본사인 아이파크몰 인근에 있어 ‘앞마당’을 경쟁사에 뺏길 수 없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사상자까지 낸 붕괴 사고에 이어 부실시공ㆍ하자가 이어지며 브랜드 평판이 크게 실추돼 앞으로의 도시정비 사업에서의 입지를 지키기위해서도 사업에 전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 앞서 HDC현산은 2021년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현장에서 사상자 17명을, 이듬해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로 사망자 6명를 내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었다.
당시 국토부는 HDC현산에 대해 사실상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 처벌인 등록말소 처벌을 내려줄 것을 관할 관청인 서울시에 요청했다. 서울시는 학동 참사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내렸으나, 화정 사고에 대해서는 아직 행정처분을 준비 중이다. 당시 정몽규 회장이 대국민 사죄에 나서며 철통 안전 대책 등을 약속했으나, 이미지 회복은 요원한 모습이다.
이후에도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 아이파크’ 하자, ‘의왕스마트시티 퀀텀시티’ 부실시공으로 인한 사용승인 지연, 경북 ‘경산 아이파크’ 하자 등이 이어진 것이다. 올해 4월까지도 수주고 ‘0’을 기록하다가 SK에코플랜트와 컨소시엄으로 대전 가양동1구역 재개발 사업지를 마수걸이 수주했다. 익명의 건설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다른 수주전에 나서기 위해 이번 사업지 수주가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면서 “수주 실패 때는 회사 방향성에 큰 변화가 생길 정도로 사활을 걸 것이라는 업계 예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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