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심민현 기자]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은행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지난 2021년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가운데 처음으로 IPO(기업공개)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 본격화하고 있는 해외 진출 역시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PT Super Bank Indonesia)’를 공식 론칭하는 등 단기간 내 성과를 만들어냈다.
반면 2017년 인터넷은행 중 처음으로 출범한 케이뱅크는 2021년 IPO에 한차례 실패했고 해외 진출 관련해서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카카오뱅크와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업계 일각의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지난해 실적 측면에서도 카카오뱅크를 추격하긴커녕 토스뱅크에 거의 따라잡히기 직전까지 몰리는 등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작년 카카오뱅크 순이익은 3549억원, 케이뱅크는 121억원에 그친 바 있다.
카카오뱅크, 해외진출 첫 성과…인니 ‘슈퍼뱅크’ 론칭
20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첫 해외 투자처인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를 지난 19일 공식 론칭했다. 지난해 9월 카카오뱅크는 그랩과의 동남아시아 사업 협력에 대한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슈퍼뱅크에 10%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카카오뱅크는 슈퍼뱅크의 UI(사용자 인터페이스)·UX(사용자 경험) 혁신과 상품 및 서비스 기획 과정에서도 함께 협업하기로 했다.
슈퍼뱅크는 동남아시아 최대 슈퍼앱 ‘그랩’뿐 아니라 현지 최대 미디어 기업인 ‘엠텍(Emtek)’, ‘싱가포르텔레콤(싱텔, Singtel)’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인도네시아 디지털 은행이다. 다양한 산업 생태계를 이끌고 있는 파트너사들의 참여로 슈퍼뱅크는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디지털 뱅크로서의 잠재력과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카카오뱅크만의 모바일 금융 기술 역량과 이에 기반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현지 금융 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동시에 글로벌 디지털뱅크 네트워크 구축 등 사업 기반을 점진적으로 확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은 카카오뱅크 출범부터 지금까지 수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윤호영 대표의 가장 큰 숙원 사업이었다. 지난해 네번째 연임에 성공하며 경영 능력을 인정 받은 윤 대표는 같은해 4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동남아 진출을 공식화한 바 있다.
그는 당시 “현재 동남아 진출을 위해 2개 국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1년 2개월이 지난 현재 2개 국가가 인도네시아, 태국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인도네시아 슈퍼뱅크 론칭을 통해 첫 성과가 표면화된 셈이다.
태국판 인뱅 설립도 가시화…내년 상반기 결정
카카오뱅크는 인도네시아 뿐만 아니라 태국에서도 현지 인터넷은행 설립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태국의 금융지주회사인 SCBX(SCB X Public Company Limited)와 손잡고 태국 가상은행 인가 획득을 본격화했고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태국 중앙은행이 가상은행 인허가 절차를 개시하면서 국내 인터넷은행 최초로 해외에 인터넷은행을 설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SCBX는 태국의 대표적인 금융지주회사다. 태국 3대 은행 중 하나인 시암상업은행(SCB)을 포함해 신용카드와 보험판매 사업을 운영하는 Card X, 금융투자서비스를 제공하는 Innovest X 증권 등을 산하에 두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SCBX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태국 내 가상은행 인가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약 2년 뒤 설립될 가상은행 컨소시엄의 지분을 20% 이상 취득해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뱅크가 ‘직접 진출‘ 대신 ‘간접 진출‘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태국 사정에 밝은 현지 유력 은행과 함께하는 것이 안정적이면서도 효율적으로 사업을 진행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태국이 도입을 준비 중인 가상은행은 한국의 인터넷은행과 같은 개념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는 은행을 뜻한다. 태국 중앙은행은 오는 9월 접수 마감 뒤 심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 가상은행 인가를 결정할 예정이다. 허가받는 가상은행은 승인 후 1년 이내에 운영을 개시해야 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태국 중앙은행 절차에 따라 SCBX와 협력해 인가신청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 소극적인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와 격차 벌어져
카카오뱅크와 달리 국내 최초 인터넷은행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케이뱅크는 더딘 성장으로 출범 당시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모습이다. 2021년 IPO에 실패한 이후 올해 재도전에 나섰지만 지난해 인터넷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데다 포용금융, 혁신상품 출시 등에서도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에 밀리며 재도전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해외 진출도 마찬가지다. 2018년 KT와 몽골 MCS그룹에 통신과 금융을 융합한 형태의 인터넷은행 설립과 노하우를 전수한 이후 단 한 번의 해외 진출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금융권 전체가 해외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과 정반대되는 행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인터넷은행 업계 1, 2위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반대되는 행보가 눈에 띈다”며 “카카오뱅크는 국내 1위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을 지향하는 반면 케이뱅크는 IPO에만 매몰돼 더욱 큰 것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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