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한국투자증권이 IPO(기업공개) 주관사로 참여한 기업들의 증권 신고서에서 잇따라 주요 정보 누락 문제가 발생하면서, 상장 주관사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거래소, 이노그리드 상장 예심 취소..”중요사항 누락”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노그리드는 금융위원회에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지난 19일 공시했다. 지난 2월 증권 신고서를 제출한 이노그리드는 오는 24일부터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노그리드는 공시를 통해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 제8조(상장예비심사 결과의 효력 불인정)에 따라 회사의 상장예비심사 결과 효력이 불인정되어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 신고서를 제출한다”며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에게 주식을 배정하지 아니한 상태이며 일반투자자에게도 청약을 실시하기 이전이므로 투자자 보호상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노그리드는 향후 1년 이내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 할 수 없게 됐다.
이는 같은 날 한국거래소가 이노그리드의 증권신고서에 ‘중요사항’ 누락으로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취소했기 때문. 거래소가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의 승인을 취소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노그리드는 과거 최대주주였던 법인과 현 최대주주인 김명진 대표와 주식 양수도, 금융회사의 압류결정과 관련한 분쟁 가능성을 상장예비심사신청서에 기재하지 않았다. 앞서 이노그리드는 지난 2월 최초 증권신고서 제출 후 금융감독원의 6차례 증권신고서 기재정정 요구에 따라 IPO 일정이 연기되기도 했다.
거래소는 이노그리드가 해당 분쟁이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실사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대주주와 관련된 사안은 투자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만큼 발행사에 자료 요청을 더 엄격하게 요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앞서 뻥튀기 공모 논란으로 투자자들과 소송을 벌이고 있는 파두의 공동 주관사를 맡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노그리드 상장 철회 관련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인 이노그리드는 IPO 전부터 자본잠식 상태와 지속된 적자로 고평가 논란과 함께 오버행(잠재 매도 물량) 이슈로 무리한 상장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뻥튀기 상장’ 파두도 매출 관련 주요 정보 누락 의혹으로 소송 中
한국투자증권은 이노그리드 외에도 IPO 주관을 맡았던 파두와 관련해 증권 신고서 내 매출액 등 주요사항을 고의로 누락했다는 의혹으로 투자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실제 파두는 지난해 8월 코스닥 시장에 특례상장으로 입성한 뒤, 3개월 뒤 공개한 분기보고서에서 주요 거래처의 발주 취소에 따라 2분기 매출액이 5900만원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가가 폭락한 바 있다.
이에 투자자들은 당시 파두의 IPO를 공동주관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매출이 사실상 제로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감추고 매출을 거짓으로 기재해 공모 및 상장 절차를 강행했다며 지난 3월 양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실제 두 주관사는 파두가 증권 신고서를 제출하기 한달 전인 실사를 진행했었다. 하지만 실사 이후에도 양사는 파두의 증권신고서 및 투자설명서에 2분기 실적 하락 위험을 고지하지 않았고 오히려 ‘2023년 매출액이 102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재했다.
파두 소액주주의 대리 집단소송에 나선 법무법인 한누리는 “증권 신고서와 투자설명서에 기재된 예상 매출액이 근거 없이 부풀려 있었다”고 소송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한투증권, IPO 경쟁력 악화 우려도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IPO 주관을 맡았던 특례상장 기업에서 주요사항 기재 누락 등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추후 IPO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IPO 주관사에서 투자 리스크로 적용되는 주요사항 기재 누락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주관사를 신뢰 어렵기에 해당 주관사가 추진하는 IPO에 참여하기 꺼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투자증권은 2022년 4월과 5월 총 2차례에 걸쳐 이노그리드의 주식 8만1191주(약 2%)를 주당 1만3850원에 총 12억원 어치를 매입해 보유 중이다. 당시 주당 평균 매입가는 1만3850원으로, 이는 이노그리드의 공모가 최하단인 2만9000원을 적용하더라도 23억원에 달한다. 투자액 대비 2배 가까운 11억에 가까운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셈이다.
또한 이노그리드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이 이노그리드 IPO 성공시 받을 수 있었던 최소 인수수수료는 7억1680만원이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IPO 시장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과열되면서 상장만 시키면 주관사 입장에선 수익을 보는 구조”라며 “IPO 주관사가 반복된 주요사항 누락 시 처벌하는 방안이 있다면 이 같은 이슈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올해 3분기 중 금융투자업 규정을 개정해 상장 주관사가 기업 실사를 부실하게 한 경우 과징금 부과 등 행정 제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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