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및 고금리 장기화로 부실채권(NPL) 시장이 커지면서 NPL 전문투자사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NPL 투자가 돈이 되자 신규 NPL 전문투자사도 기회를 엿보면서 NPL 입찰 경쟁에 참전하고 있다. NPL은 금융기관이 빌려준 돈을 회수할 가능성이 없거나 어렵게 된 부실채권을 가리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이후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가계와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면서 NPL이 증가하고 금융권의 NPL 매각이 활성화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도 NPL 매각이 확대되는 시장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의 NPL 매각 규모는 약 5조5000억원으로 2022년 2조4000억원 대비 126%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NPL 매각 확대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 은행의 NPL 매각 규모는 1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1분기 NPL 매각 규모(7000억원)보다 143% 증가한 수치다.
NPL 매각 시장이 커지자 NPL 전업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NPL 회사들은 올해 들어 2조원의 자금을 추가로 마련하며 NPL 매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NPL 전업사들의 순위는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다. 1위 NPL 전업사인 연합자산관리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5.4%포인트 떨어졌다. 2022년 45.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던 연합자산관리의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39.6%로 내려왔다. 2022년에는 시장점유율 3위였던 하나F&I는 지난해 시장점유율을 23.7%까지 늘리며 2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2년 전 2위 사업자였던 우리F&I는 지난해 점유율이 12.6%로 떨어지면서 하나F&I에 2위 자리를 내줬다.
NPL 시장이 성장하면서 자산운용사 등이 새롭에 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는 점은 NPL 입찰 경쟁을 더욱 심화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은행권 부실채권 매각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신규 부실채권 투자실적은 개선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라면서도 “다만, 신규 부실채권 전문투자사 설립 등으로 높은 입찰 경쟁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NPL 물량이 커지면서 NPL 전문투자사의 외형은 커지고 있지만, 입찰 경쟁이 과도해지면서 수익성 개선세가 꺾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미 NPL 전문투자사 5곳의 수익성은 지난해 저하됐다. 5개 회사의 총자산이익률은 2022년 2.3%에서 지난해 1.2%로 하락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NPL 전업사들이 좋은 투자실적을 통해 외형을 키우고는 있으나, 과도한 입찰 경쟁 등으로 외형이 확대되는 만큼 수익성이 개선될지는 미지수다”라며 “올해도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NPL 자산의 회수율 개선이 쉽지 않고, NPL 업체들의 이자비용에 대한 부담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은 NPL 전업사의 수익성 개선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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