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컨텍이 위성통신 단말기 제조기업 AP위성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컨텍의 지난해 매출은 158억원, AP위성의 매출은 494억원이다. “다윗이 골리앗을 품은 격”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우주 스타트업 1세대인 AP위성은 70대인 류장수 회장의 뒤를 이을 경영자를 찾던 중,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컨텍에 매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컨텍은 최근 홈스와 류장수 AP위성 회장으로부터 AP위성 지분 24.72%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홈스는 AP위성 창업주인 류장수 회장과 그의 아들 류승환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다. 인수 가격은 주당 1만7000원으로, 총 633억9980만원 규모다. AP위성 최근 주가가 1만5800원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7%대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인 것으로 추정된다. 오는 7월 22일 AP위성 임시주주총회에서 컨텍이 지정한 이사와 감사를 선임하면 경영권 이전이 마무리된다.
AP위성은 1999년 국내 최초로 쏘아 올린 실용위성 아리랑 1호 개발을 책임진 류장수 회장이 2000년 창업한 1세대 우주 벤처기업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이동통신사업자 수라냐(Thuraya)에 위성통신 단말기를 독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494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4% 증가한 100억원이다. 류 회장은 위성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시작해 20년 넘게 고군분투했다. 그의 회사 매각 결정이 의외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1952년생인 류 회장이 회사를 누구에게 넘길지 고민이 많았다고 전한다. 아들인 1979년생 류승환 대표는 승계 의지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류승환 대표는 2015년부터 홈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데, AP위성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2017년부터 AP위성 해외영업 본부장 등을 역임한 정도다. 홈스는 2001년 설립된 통신장비 도소매 업체다. 이런 상황에서 류 회장은 평소 잘 알고 지낸 이성희 컨텍 대표이사와 논의 끝에 매각을 결정한 것이다.
컨텍 입장에서도 좋은 기회였다. 이성희 컨텍 대표는 “3~4년 전부터 우주 사업의 업·다운 풀 버티컬(수직) 체인을 만들고 싶었다”면서 “위성 본체와 통신 단말기를 만드는 AP위성과 지상국 네트워크·위성 데이터 분석 등 사업을 하는 컨텍이 합쳐지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류 회장은 내부에는 회사를 이끌 만한 후계자가 마땅치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류 회장은) 평소 이성희 대표의 경영 능력과 글로벌 비즈니스를 좋게 보고 있었는데, 혹시 AP위성 인수 생각이 있느냐고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우주 분야에서는 위성과 발사체를 우주 공간으로 쏘아올리는 것을 ‘업스트림(Upstream)’, 위성에서 데이터를 내려보내고 이를 가공해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을 ‘다운스트림(Downstream)’이라 부른다. AP위성이 업스트림이라면 컨텍은 다운스트림에 해당한다.
지난해 11월 기술특례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컨텍은 2015년 설립으로 아직 업력은 짧다. 이번 인수를 위해 대규모 전환사채(CB) 발행을 추진하는 이유다. 컨텍은 지난 12일 300억원 규모의 사모 CB 발행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표면이자율은 0%, 만기이자율은 2.0%다. 신한투자증권, 엘로힘-빌랑스 우주항공 1호 조합 등이 CB 인수에 참여하며, 오는 28일 납입 예정이다. 오는 7월 말 경영권 이전이 마무리되면 이 대표는 양사 대표를 겸임하게 된다. 류장수 회장은 2대 주주로 남는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컨텍의 보유 위성에 AP위성의 보유 기술을 더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핵심 사업자 중심으로 시장지배력이 형성되는 산업 특성상 인수를 통한 규모의 경제 확보는 고지를 선점할 마일스톤(Milestone·이정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컨텍은 올해 내 5개의 저궤도 지상국을 구축하는 등 기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동시에 차세대 지상국 네트워크 설루션 개발을 비롯한 신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라고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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