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북러 동맹 복원’을 선언하며 동북아시아 정세가 요동치게 됐다. 북러는 ‘유사시 상호 지원’을 새 협정에 명기하며 준군사동맹으로 관계를 격상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총비서는 19일 24년 만에 방북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 언론 발표에서 “우리 두 나라 사이 관계는 동맹 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라고 밝혔다.
그는 “조러(북러)관계 발전의 분수령으로 될 위대한 조러 동맹관계는 오늘 이 자리에서 비로소 역사의 닻을 올리고 자기 출항을 알렸다”라며 ‘불패의 동맹관계’를 언급하며 “조약에 언제나 충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비서는 이날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다. 해당 협정에는 ‘쌍방 중 한쪽이 침략당하면 상호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북러 양국은 이날 조약의 전문을 공개하진 않았다. 이에 1961년 북한과 소련이 체결했다가 1996년 폐기한 ‘조·소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처럼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의 명시 여부는 조금 더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아울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각종 호의적 협력을 여러 차례 천명하면서도 ‘동맹’이라는 언급은 하지 않았다. 김 총비서의 ‘선언’과는 다소 온도 차가 나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외교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북한 측의 동맹에 대한 열망을 충족시켜 주는 일종의 ‘복안’을 낸 것이라는 해석을 내기도 한다. 특히 ‘상호 지원’이라는 문구를 넣은 것은 한미 동맹 못지않게 동맹으로서의 ‘우산’을 북한에 제공해 주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침략을 당한다는 전제는 결국 군사적인 상황을 상정한 것이고 그에 따른 ‘상호 지원’ 역시 군사적 개입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러가 이날 ‘준 동맹관계’를 천명한 것이라는 해석도 상당하다.
북러 정상이 이러한 ‘컨센서스’ 하에 회담과 언론 발표를 진행했고, 그 때문에 김 총비서가 자신감을 내비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특히 북러가 이날 체결한 협약이 ‘방어적’이라는 언급을 낸 것이 오히려 서방을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현대전에선 ‘방어전’과 ‘공격전’의 구분이 애매하다는 점에서 ‘방어를 위해 선제공격을 했다’는 식의 주장을 펼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는 이번 합의를 바라보는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입장에서는 북러의 모든 ‘설명’이 수사로 비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결과적으로는 북러 밀착의 수위가 과거보다 한층 높아지고, 이에 비례해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도 고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도 방어적 성격이라는 주장을 펼친다”라며 “이러한 논리가 한반도에 적용된다면 설사 북한이 ‘방어적 남침’을 주장하고 나서도 러시아가 이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러 간 동맹 수준의 밀착은 향후 한미동맹, 한미일 3각 협력의 방향과 강도에도 큰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그간 북러 협력이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그에 따른 대응을 할 것임을 천명해 왔다.
북러가 ‘군사동맹’을 부각하고 영향력 확대를 위한 도발과 군사협력을 단행하게 된다면 한미 및 한미일 등의 대응 수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현재보다 더 수위를 높인, 즉 북러의 최고위급 인사를 겨냥한 독자제재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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