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2024년 이내 흑자전환, 2026년 말 IPO(기업공개)를 목표하고 있는 SK온을 위해 SK그룹이 칼을 빼 들었다. 최근 이례적인 비정기인사를 통해 힘을 실어준 것은 물론, 그룹 차원의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조정)을 통해 아직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배터리 분야 살리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 경영진은 오는 28, 29일 양일 ‘SK 경영 관리체계(SKMS)’ 등을 주제로 경영전략회의를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를 통해 정해진 기조는 오는 8월 이천포럼, 10월 CEO 세미나, 연말 정례인사를 거치며 구체화될 예정이다.
SKMS는 지난 1979년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에 의해 처음 정립된 SK그룹의 기업문화로, 인간의 능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인 슈퍼 엑설런트, ‘수펙스(SUPEX)’ 달성을 중심으로 한 경영철학과 이를 현실에 반영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구성돼 있다. 곧 있을 경영전략회의에서는 이러한 SKMS 체계 재확립은 물론 SK그룹의 정체성인 화학,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 분야를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 재정립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그룹의 이러한 움직임에는 SK온이 올 하반기로 담보했던 흑자전환 및 2026년 IPO 가능성이 최근 낮아지고 있다는 평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SK그룹의 석유화학 사업 부문 중간 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주력 사업인 정유화학 부문의 부진에 배터리 사업 적자까지 겹치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강도 높은 투자는 계획대로 이어갈 예정인 만큼 이번 전략회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재 SK온은 북미 현지에 △조지아 공장(22GWh) △블루오벌 SK(127GWh) △현대차 합작공장(35GWh) 등을 건설하며 해당 시장 수요에 대응할 준비에 한창이다. 오는 2025년까지 북미 배터리 생산 능력을 약 180GWh까지 확대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로, 2021년 출범 이후 현재까지 투자 금액만 약 108억달러(약 14조원) 이상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배터리 사업 투자금 확보를 위해 SK온과 SK엔무브(SK이노베이션 윤활유 부문 자회사)의 합병 후 상장, 2차전지 분리막 회사인 SKIET 지분을 일부 매각하는 등의 방안 역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최재원·유정준 기용으로 이미 혈은 뚫었다?
또한 SK그룹은 최근 이례적인 비정기 인사를 통해 이러한 전략을 뒷받침할 인물들을 이미 요직에 배치해 놓은 상태다.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 그리고 유정준 SK온 신임 부회장이 그 주인공들로, 이들은 각각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친동생,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 SK온 대표이사를 역임한 최 수석부회장은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신임 수석부회장으로서 배터리뿐 아니라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석유화학 분야 전반의 사업 재편을 담당할 예정이다.
최 수석부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동생이기도 하나 30여년간 그룹 내 석유화학·배터리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전문성과 비즈니스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지난 1994년 SKC 사업개발팀장으로 입사해 화학 사업에 몸담은 그는 SK텔레콤, SK엔론(현 SK E&S), SK가스 등을 거치며 2000년대 초반부터 배터리 분야로 그 분야를 넓혔다.
지난 12일 SK그룹과 중국저장지리홀딩그룹이 맺은 친환경 모빌리티 분야 협약에서도 최 수석부회장의 네트워킹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당 협약은 전기차 배터리를 중심으로 △충전 인프라 확충 △차량용 전장 부품 개발 △친환경 에너지 등의 분야의 파트너십이 예고된 만큼 SK온에 가장 많이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계약으로, SK가 그룹 차원에서 배터리를 핵심에 두고 있다는 좋은 예시다.
유정준 SK온 신임 부회장의 경우 최 수석부회장이 담당하던 글로벌 성장 및 네트워킹 분야를 전담하며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회사를 이끌어 나가게 됐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에서 비롯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변화 등 글로벌 주요 이슈 대응력을 올리기 위한 인사라는 것이 업계의 예상이다.
그는 최태원 회장의 최측근이자 직전까지 SK미주대외협력총괄을 맡으며 쌓아온 두터운 미국 정·재계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어 핵심 시장인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한 사업 강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 역시 최 수석부회장과 마찬가지로 SK에너지(SK이노베이션) R&C 사장, SK루브리컨츠 대표이사, SK에너지 R&M 사장 등을 지내며 에너지 분야에 오래 몸담아온 바 있다.
이외에도 SK온은 유 부회장의 위기 대처 능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지난 2003년 SK그룹이 헤지펀드 소버린으로부터 경영권 찬탈의 위협을 받던 당시 SK㈜의 CFO(최고재무책임자)로서 각종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그룹을 지켰던 바 있다. 또한 장기 부진에 빠져 있던 SK그룹 도시가스 부문 자회사 SK E&S의 대표로서 액화천연가스(LNG) 중심의 사업 체계 구축, 신재생에너지 등으로의 포트폴리오 확대 등을 통해 구원투수 역할도 수행했다.
여전히 업황 안 좋지만… 올해 흑자전환 가능성 여전해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SK온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적자 폭을 크게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 보고 있다. 여전히 전기차 수요 감소 현상인 ‘캐즘’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지난 3월 리튬 가격이 반등함에 따라 매출 상승세가 그리 높지 않을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SK온은 지난 1분기 영업손실 331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커진 바 있다. 지난해 4분기 2401억원을 기록했던 첨단 제조 생산 세액 공제(AMPC) 규모가 지난 분기 385억원으로 2000억원 이상 줄어든 바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IRA에 기반해 현지에서 친환경 제품을 생산할 경우 해당 기업에 세액 공제 혜택을 지급하고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GM(제너럴 모터스)과 포드 등 미국 완성차 업계의 전기차 전략 축소 및 연기 등에 의해 배터리 업체들은 직격탄을 입은 상태”라며 “전방의 완성차 업체들이 힘들어질 경우 보급형 모델에 보급되는 저렴한 가격대의 배터리들은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는다”라고 말했다.
SK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2분기 SK온의 영업손실 전망치를 3013억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1분기 대비 AMPC 규모가 963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적이 소폭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는 있으나, 매출 개선 폭이 미미한 데다 헝가리 신공장이 가동됨에 따라 고정비가 증가하는 만큼 큰 폭의 반등을 이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하지만 하반기 북미 출하 증가 호재를 비롯해 완성차 판매 성수기인 3~4분기 진입 등으로 계획대로 4분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또한 포드와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블루오벌 SK’의 미국 테네시 공장(43GWh 규모)이 빠르면 연내 가동을 목표하는 만큼 내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업황(수요)의 급반등은 쉽지 않다. 각국 정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축소와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 감소 때문”이라면서도 “그러나 미중분쟁이 지속되는 한 국내 배터리 공급사들의 시장은 보전될 것이다. 이번 다운사이클(하강 국면)이 지나면, SK온은 반등 사이클에서 고정비 레버리지(지렛대 효과)와 AMPC 효과가 크다. 향후 실적과 기업가치 상승의 베타가 가장 크게 발생할 2차전지 배터리 제조사”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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