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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A+’급의 민간 석탄발전사업자 삼척블루파워가 약 3년 만에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 물량을 채우는 데 성공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척블루파워는 전날 1500억 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해 175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삼척블루파워는 개별 민평금리(민간채권 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금리)에 -40~40bp(1bp=0.01%포인트)를 가산금리로 제시했는데, 40bp에 모집 물량을 채웠다. 삼척블루파워의 3년물 민평금리가 6.2%대에 형성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발행 금리는 약 6.6%대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3년물 ‘A+’급 회사채 평균 금리(4.159%)보다 약 2.5%포인트나 더 높은 수준이다.
수요예측에는 중소형 증권사 리테일 관련 부서에서 주문이 다수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고금리 채권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삼척블루파워는 2018년부터 강원도 삼척에 2100메가와트(㎿) 규모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지난 4월 1호기가 완공돼 상업운전을 시작했고 오는 9월 2호기 건설도 마무리될 예정이다. 건설자금 조달을 위해 2019년부터 지금까지 9번에 걸쳐 공모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수요예측 미매각 사태가 총 6번 발생했다. 지난 2021년 6월 1000억 원어치 수요예측에서 단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한 뒤부터는 지난해 9월까지 5연속 미매각을 기록했다. 상장주관사단은 매번 미매각 물량 인수 후 개인투자자들에게 셀다운(재판매)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신용등급이 우량등급인 ‘AA-’급 바로 직전 단계인 데다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29%), 두산에너빌리티(034020)(9%) 등 주주 구성도 탄탄한 삼척블루파워가 미매각 굴욕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이유는 2021년 불어 닥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붐(Boom) 때문이었다. 연기금, 공제회, 대형 금융사 등이 잇따라 탄소를 많이 배출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나서자 환경 분야에서 ‘반ESG’ 낙인이 찍힌 삼척블루파워가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을 받기란 어려웠다. 증권사들 역시 지난 정부의 탈탄소 정책 드라이브로 매수 주문을 넣기 부담스러워했다.
이런 맥락을 감안하면 이번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완판’은 ESG 투자의 약화된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일반 회사채 발행량 대비 비금융사(공사채 제외)의 녹색채권 발행 비중은 2021년 8.7%에서 2022년 6.8%, 지난해 4.5%로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올해도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설비 투자를 위한 대규모 발행을 제외하면 녹색채권 발행 비율은 현재까지 2%대에 그친다. 특히 글로벌 안보 위기 고조,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사회적 채권이나 지속가능 채권에 비해 녹색채권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 매력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부채자본시장(DCM) 부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고 나서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게 사실”이라며 “대형 기관들이 반ESG 기업 채권을 주문할 순 없지만 증권사 리테일 부서의 경우 이자율 연 6%짜리 상품을 앞에 두고 더 이상 눈치보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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