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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혹은 쪽박… ‘시추 성공률 20%’ 둘러싼 언론의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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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 심해 석유·가스 매장 분석을 담당한 미국 액트지오(Act-Geo)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지난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동해 심해 석유·가스 매장 분석을 담당한 미국 액트지오(Act-Geo)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지난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금 체납 등 미국 자문회사 액트지오를 둘러싼 의혹이 연거푸 터지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성급하게 석유매장 가능성을 발표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슈 초기 ‘성공 확률 20%’를 강조하며 정부 발표를 환영한 기사들에 검증 노력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6월 초 분위기와 달리 현재는 매장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문가 인터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20% 주장 제기되자 초기엔 적극 인용

정부가 지난 2일 석유 개발 성공률이 ‘20%’라며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발표하자 이를 그대로 인용한 보도가 이어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시추공을 다섯 번 정도 뚫으면 성공할 수 있는 굉장히 높은 수치”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4일 <영일만 시추 성공률 20% 예상… 북해 유전은 3%> 기사를 냈다.

한국경제는 4일 <1공 시추에 최소 1000억…성공확률 20%> 기사를 낸 데 이어 8일 사설 <영일만 가스전, 정쟁 멈추고 과학 기반해 시추 나설 때다>에서 “아브레우 고문은 탐사 성공 가능성 20%의 의미도 정확히 설명했다. 80%의 실패 가능성이 있지만 20%는 5개 유망 광구 중 한 곳에선 석유·가스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 5일자 매일경제 4면 기사.
▲ 5일자 매일경제 4면 기사.

매일경제도 5일 <성공률 20%인데 잭팟 기대?… 유전 대박난 가이아나도 7% 그쳐> 기사를 내며 “학계와 업계에서도 20%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성공 확률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관계자를 인용해 “금세기 최대 유전이라는 가이아나는 7% 확률이었지만 탐사·개발에 성공했다. 20%는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라고 했다.

언론이 정부와 액트지오가 주장하는 ‘20%’를 단순 인용할 뿐 검증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가이아나 등 다른 지역과 단순 비교하는 것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도대체 20%가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 보도를 통해 알 수가 없었다”며 “다섯 번 찔러 한 번 나올 확률이라고 인용하는 건 기본적인 과학적 사고가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최근 보면 (석유가 나올 수 있는) ‘유망 구조’일 확률이 20%라는 설명이 나오지 않나. 석유가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찌르면 (석유가) 나온다는 것도 아닌 ‘유망 구조’”라며 “(언론 보도에 나온) 20%의 실제 의미가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는 확률과는 혼동되게 기사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우 교수는 “우리가 보통 ‘20%’라고 하면 공이 100개가 있고 그중 20개가 빨간색 공이라고 했을 때 랜덤하게 꺼내서 빨간색 공이 나올 확률을 ‘20%’라고 얘기한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그게 아니고 4가지 조건이 있고 각각 그런 구조가 존재할 확률을 곱하니 20%라는 것이다. 10번 찌르면 2번 나오는 게 아닌 ‘유망 구조’일 확률이 20%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1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업계에서 표준으로 통용되는 ‘지코스(GCOS, Geological Chance Of Success)’ 공식을 활용해 계산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석유·가스를 발견할 수 있는 필수 조건 4가지를 놓고, 이 4가지를 전부 충족할 확률을 구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당장 파내서 부자가 될 것처럼 보도하는 건 논리 부족”

석유개발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 인터뷰는 언론별로 엇갈린다. 일부 신문은 비토르 아브레우 액트지오 고문을 만나 석유매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냈지만 최근엔 개발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팩트체크 기사가 나왔다.

▲ 8일자 조선일보 5면 기사.
▲ 8일자 조선일보 5면 기사.

매일경제,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아브레우 고문 방한 시점에 별도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제목은 <“영일만처럼 리스크 작은 유망구조 흔치않아… 누구라도 시추나설 것”>(매일경제), <“외부 전문가도 매장 가능성 인정, 시추 않는 건 말 안돼”>(조선일보), <“한국 정치권, 기술적 이슈를 내 개인적 이슈로 만들어”>(중앙일보) 등이다.

이외에도 매일경제는 익명의 교수를 인용해 4일 <“포항 ‘젊은 퇴적층’ 넓게 분포… 석유 매장 최적 여건 갖춰”> 기사를 냈고 5일엔 “포항 유전 교차검증에 참여한 전문가들 평가”라며 <“지질구조 석유 매장 가능성 커 … 역대 탐사중 최대규모”> 기사를 냈다.

반면 한국일보는 14일 <[팩트체크] 140억 배럴 매장? 전문가들 “통계의 함정 있어 가능성 희박”> 기사에서 다른 해석을 내놨다. 한국일보는 “따져봐야 할 건 석유공사가 활용한 평가 방식인 ‘확률론적 방법이 무엇인가’”라며 “윤 대통령이나 정부가 국민들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면 양 극단의 최저값과 최소값 범위가 아닌, 최적값(P50)을 제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 14일자 한국일보 8면 기사.
▲ 14일자 한국일보 8면 기사.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최경식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확률론적 방법으로 추산했을 때 최소치는 가장 높은 확률, 최대치는 가장 낮은 확률을 의미한다”며 “140억 배럴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근상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최대치라는 것은 그 확률이 그만큼 낮다는 의미”라며 “시추해서 석유나 가스를 발견했을 때 유의미할 뿐이지 현재 단계에서 규모를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우석진 교수는 통화에서 “결국 프로젝트가 지속돼야 먹고 사는 산업 생태계가 있는데 (그 생태계에 속한 사람들에겐) 나쁜 답을 기대하기 사실상 힘들다. 세금이 들어가는 공적 부문은 한번 시작하면 후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과학적 사고를 토대로 (언론의) 자체적인 분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지난 4일 매일경제 3면 기사.
▲ 지난 4일 매일경제 3면 기사.

우 교수는 “블룸버그같은 유력 외신을 보면 ‘실제로 발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지금 (석유)수입하는 걸 덜 수입할 것 같진 않다. 한국이 원래 하던 것에서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식으로 보도한다”며 “실제 석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수입하는 것보다 저렴할지 모르는 상태인데 당장 파내서 부자가 될 것처럼 보도하는 건 논리적 과학적 사고가 부족한 보도 행태”라고 비판했다.

매일경제는 지난 4일 3면에 <동해안에 2천조 석유가스전… 천문학적 전후방 경제효과 기대> 기사를 냈고 경북매일도 지난 4일 <영일만에 막대한 석유·가스…포항, 한국판 두바이 되나> 기사를 썼다. 같은 날 경북일보는 1면에 <포항 앞바다서 ‘산유국의 꿈’ 실현되나>, 매일신문은 <산유국의 꿈, 대구경북 앞바다서 실현된다> 기사를 냈다.

[관련 기사 : ‘매장가치 2000조’… 산유국 가능성에 경제신문 반응은?]

[관련 기사 : ‘산유국의 꿈’ ‘한국판 두바이’ 윤 대통령 발표 띄우는 대구경북언론]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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