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뉴욕증시 상승을 주도한 인공지능(AI) 칩 선두업체 엔비디아 주가가 잇따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를 비롯, 주요 임원들이 잇따라 엔비디아 주식을 매각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 주가가 급등 이후 고점에 다다른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17일(이하 현지시간) 엔비디아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젠슨 황 CEO는 13일, 14일, 17일에 각각 12만주씩 총 36만주를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일별 종가로 추산해 보면 총 4726만800달러(약 652억원)가량이다. 앞서 엔비디아는 SEC에 제출한 1분기 보고서에서 지난 3월 맺은 내부자 주식 매매 계획에 따라 젠슨 황 CEO가 내년 3월 31일까지 총 60만주의 주식을 매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젠슨 황 CEO는 지난 7일 엔비디아의 1:10 주식 분할 이후 잇따라 주식을 매각하고 있는 모습이다.
엔비디아 주식 매각에 나선 임원은 그뿐만이 아니다. 데보라 쇼퀴스트 운영 부사장은 3일에 4만1140주를 내다 팔았고, 던 허드슨 이사는 지난달 29일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총 2만5000주를 매각했다. 이외 다른 임원들도 제각각 보유 주식을 일부 매각했다.
회사 내 사정에 밝은 경영진의 주식 매각은 통상 악재로 여겨진다. 실제로 젠슨 황 CEO가 주식을 매각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7일 뉴욕증시에서 다른 빅테크 주식들은 대부분 상승한 반면 엔비디아는 0.68% 하락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엔비디아 주가가 고점에 다다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미 작년에 240% 가까이 급등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현재까지 165%(주식 분할 반영)가량 오른 가운데 ‘거품’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어 왔다.
지난 6일 금융분석업체 S3 파트너스는 엔비디아 주가의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 잔액이 약 344억 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했는데, 이는 2위와 3위인 애플과 테슬라를 합친 것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또한 미국 증시 전문 매체 모틀리풀은 엔비디아의 주력 상품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현재 정점에 달했고, 경쟁사들의 제품 개발로 인해 엔비디아 실적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했다.
뿐만 아니라 금융분석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현재 월가 주요 기관들이 제시한 엔비디아 목표가 평균치는 126.32달러로, 17일 종가(130.98달러) 대비 낮은 편이다. 그리고 스티브 코헨, 켄 그리핀 등 최근 유명 투자자들의 엔비디아 주식 매각 소식도 주가 고평가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최근 젠슨 황 CEO 등 임원들의 주식 매각은 회사 전망과 무관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젠슨 황 CEO가 매각한 주식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과 성과조건부주식(PSU)으로, 경영진에게 성과급처럼 제공하는 주식이다. 둘 다 일정 시간을 채우면 지급하는 것으로, 통상 CEO들은 해당 지분을 매각하곤 한다.
게다가 젠슨 황 CEO는 여전히 엔비디아 주식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그는 올해 3월 25일 기준 엔비디아 주식 9350만주를 보유해 지분 3.8%를 소유했다. 그가 내다 판 주식은 0.1% 수준이라 경영권 및 지분에 큰 영향이 없는 셈이다. 모틀리풀은 “투자자들은 이런 거래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여전히 엔비디아의 기본 사업 실적 전망이 밝다는 점을 강조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