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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세는 상속세 개편이 거론될 때 늘 같이 언급되는 세목이다. 최근에는 고령화 때문에 계획적으로 자산을 물려주기 위한 수단으로 증여세의 기능이 부각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각종 증여세 공제 혜택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사전 증여 유인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공제 요건을 대폭 늘리는 한편 중장기적으론 상속·증여세제를 자본이득세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18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2022년 기업승계 증여세 과세 특례를 신청한 건수는 총 410건(과세 미달 포함)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한국 제조 업체 중 최고경영자(CEO)가 70대 이상인 사업장(3만 2461곳)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액수로 보면 7458억 원으로 같은 해 증여세 결정 재산가액(44조 946억 원)의 1.7%에 그친다. 기업승계 공제 건수가 연 평균 1만 1079건에 달하는 독일(2015~2019년 기준) 등과 비교하면 과세 특례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승계 증여세 과세 특례는 중소·중견기업을 10년 이상 경영한 60세 이상 부모가 18세 이상 자녀에게 회사를 증여할 때 일정 가액에 10%의 낮은 세율을 적용해주는 제도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기업승계 활성화 측면에서 관심을 기울이는 세제다. 실제로 기재부는 올해부터 이 제도의 10% 저율과세 적용 구간을 60억 원 이하에서 120억 원으로 확대하고 증여세 연부연납 기간을 5년에서 15년으로 확대하는 세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산업계에서는 특례 유지 요건 등이 복잡해 이 제도를 활용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업승계 증여세 과세 특례를 받으려면 승계 후 5년간 가업을 유지해야 하는 등 여러 조건을 지켜야 한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12월 4~7일 회원사 대표 799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에서도 기업승계 증여세 과세 특례를 이용할 때의 애로 사항으로 ‘정보 수집 어려움(36.5%·중복 응답)’ ‘요건 충족 노력에 비해 제도 혜택이 적음(35.4%)’ ‘사후 요건 이행이 까다로움(33.8%)’을 꼽은 비율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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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세제 전반에서 기본 공제 혜택이 미흡하다는 분석도 많다. 현행 세법에서는 직계비속에 대해 10년간 5000만 원까지 증여세를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배우자 간의 증여는 6억 원까지 공제된다. 그러나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 같은 공제 한도가 지나치게 낮다는 분석이 제기돼왔다. 특히 일반 직계비속에 대한 공제 한도(5000만 원)는 2016년, 배우자 공제 한도(6억 원)는 2008년에 마지막으로 상향돼 최근의 물가·소득 수준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도 올해부터 혼인·출산 자녀에 대해 1억 원의 추가 증여세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세법을 바꿨다. 그러나 한국과 마찬가지로 고령화 경향이 심한 일본은 매년 110만 엔(약 1000만 원)까지 증여세를 면제해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공제 혜택이 작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기업승계는 물론이고 증여세제 전반에서 감면 혜택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가 혼인·출산 증여 혜택을 늘린 것도 일반 부모가 결혼 자녀에게 제공하는 금전이 부의 대물림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회적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기업승계 사후 관리 요건을 크게 줄이는 등 증여세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도 “미국은 배우자 상속에 대해 약 1000만 달러 공제를 제공한다”며 “배우자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 주는 공제 혜택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상속·증여 단계가 아닌 재산을 처분할 때 세금을 매기는 자본이득세제를 지향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오 교수는 “공제 확대 등은 자본이득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중간중간 문제점을 개선하는 단계로 이해해야 한다”고 짚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본이득세제로 하면 처분 가격을 바탕으로 재산가액을 매길 수 있기 때문에 상증세에서 언급되는 주관적 가치평가 문제를 어느 정도 풀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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