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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비엠 등 이차전지株, 캐즘·정책 리스크에 무너졌다…증권가도 “팔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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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에코프로비엠

사진제공 = 에코프로비엠

[한국금융신문 전한신 기자] 이달 오랜 기간의 조정 국면을 벗어나 반등할 기회를 엿보던 이차전지주가 다시 무너졌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수요 정체(캐즘) 우려와 함께 주요국들의 정책 리스크가 겹치면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밸류에이션의 정상화’와 ‘단기 낙폭과대’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이사장 정은보닫기

정은보기사 모아보기)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이차전지 기업 10개사를 담은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전장(4076.72)보다 2.28% 하락한 3983.59로 장을 마감했다. 거래량은 556만주, 거래대금은 84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날 해당 지수의 구성 종목 모두가 약보합 마감했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에코프로그룹주 막내’인 에코프로머티가 6.21% 급락하며 낙폭이 가장 컸고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도 각각 3.67%, 3.09% 하락했다. 이 밖에 ▲SK이노베이션(-5.24%) ▲SK아이이테크놀로지(-2.27%) ▲포스코퓨처엠(-1.9%) ▲엘앤에프(-1.79%) ▲LG에너지솔루션(-1.63%) ▲삼성SDI(-1.57%) ▲LG화학(-0.99%) 등도 동반 하락했다.

이처럼 이차전지 관련 종목들이 약세를 보인 배경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캐즘에 따른 실적 부진 우려와 주요국들의 전기차 관련 정책이 후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캐즘이란 첨단 기술 제품이 소수 혁신적 성향의 소비자들이 지배하는 초기 시장에서 일반인들이 널리 사용하는 단계에 이르기 전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현상을 말한다.

다만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Early Adoption 이후 본격적인 대중화 진입 전 과도기, 캐즘에 진입한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 전동화 전환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의미 있는 성장세 회복은 대중 전기차의 확산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5년 하반기부터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하원 공화당 의원들과 만나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정책을 취소하겠다는 발언이 전해지면서 투자 심리가 더욱 위축됐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 시각) 공화당 소속 미 하원의원들과의 비공개회의에서 “내가 다시 대통령이 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정책을 철회할 것”이라며 “배터리와 전기차에 대한 모든 의무는 미친 짓”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를 비롯한 유럽 주요국들은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등 지원 강도도 낮아지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강력한 유로(EURO)7의 도입을 연기했으며 의회 내 다수당을 사수한 유럽국민당(EPP)은 최근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를 조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EU 의회 내 친환경 정책을 중시하는 녹색당 등의 영향력이 약화했기 때문에 내연기관차 판매금지에 대한 일부 후퇴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그럼에도 개미(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이차전지 종목에 대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차전지 종목의 주가 하락을 저가 매수 시점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날 개인투자자들은 에코프로비엠 98억원을 순매수했으며 에코프로도 5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이차전지주에 대한 ‘매도’ 의견을 담은 보고서들을 잇달아 발간하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목표 주가를 기존 20만원에서 15만원으로 하향하며 “EU의 보수화된 정치 지형, 바이든 정부에서 행한 연비규제 약화로 중장기 전기차 전망이 후퇴했기 때문에 동사의 목표주가를 하향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의 당선 유·무와 관련 없이 전기차의 성장 레벨이 축소되는 경로로 진입했다”며 “전방산업의 전망이 후퇴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양극재와 일부 소재 업체들은 세상에 없는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다. 이 종목들은 EU와 미국의 전기차 정책이 지속 강화된다는 2년 전의 가정하에서 거래되고 있기 때문”고 덧붙였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를 15만원으로 하향하며 “지난해 7월 주가 고점을 형성한 이후 지속적인 주가 하락세가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다고 판단된다”며 “에코프로비엠의 실적이 올해 상반기를 바닥으로 점진적인 증가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점에는 충분히 동의하지만, 주가는 멀티플이라는 변수로 인해 반드시 실적과 같은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 연구원은 “북미·유럽 전기차 수요 부진, 양극재 판가 하락, 유럽과 신흥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 내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 하락 등으로 인해 조정된 중장기 실적 전망치를 고려할 때 2027년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 26.1배에 달하는 밸류에이션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방법을 찾기 어렵다”며 “지난해 포모(FOMO)로 인해 나타났던 주가의 급등세가 부작용을 낳았고 지금은 밸류에이션이 정상화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의 영업실적 바닥 확인 시점은 시장 참여자들이 기대했던 시점 대비 1~2개 분기 미뤄진 모양이지만, ‘U-Shape’ 흐름의 반등은 충분해 보인다”며 현시점부터는 개선될 변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노 연구원은 “지난 1년간의 주요 원재료 가격 급락의 부정적 래깅 효과는 올해 상반기 영업실적에 충분히 반영되고 최근 3개월간 주요 메탈 가격 반등의 가격 반영 시점은 최대 6개월 후에 적용될 것”이라며 “올해 6월 현시점 하이니켈 양극재의 판매단가 약세 구간은 소멸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포드 등 최종 고객사들의 전기차(EV) 전략 수정에 해당 셀·소재 기업들의 출하에 다소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하지만, 에코프로비엠은 SK온 및 삼성SDI향 보장된 물량 출하에 외형 성장에는 무리가 없어보인다”며 “올해 하반기 실질금리 인하 여부, 미국 대선 결과 등 대외변수에 Risk 관리 역시 필요하나, 개선될 업황 가능성을 감안한 현 주가는 단기 낙폭과대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전한신 한국금융신문 기자 poch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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