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조선소가 수주 호황을 기록하면서 2027년 이후에도 생산 능력이 부족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조선업 불황 시기에 조선소가 줄어든 데다, 인력마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일부 조선사는 신조선(새로 만든 배)의 인도일을 늦추고 있다.
18일 노르웨이 선박 중개업체 펀리스(Fearnleys)에 따르면 한국 조선사의 예상 수주 잔량은 표준화물선 환산톤수(CGT·Compensated Gross Tonnage) 기준 지난 5년 간의 생산량을 크게 앞선다. 국내 조선사는 3~4년 치 일감을 확보하고 있는데, 현재 생산 능력을 고려하면 실제 배를 인도하기까지 4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
펀리스는 “조선사가 소화해야 할 물량이 너무 많아 인도 지연이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따라 2028년 독(Dock·각 조립 공장에서 제작한 철판 블록을 모아 선체를 만드는 조립장) 가용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조선사는 선주 측과 합의해 선박 인도일을 늦추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7개 계약, HD현대미포와 삼성중공업은 각각 4개, 1개 계약의 인도가 연기됐다. 통상 조선사는 선박 납기를 못 맞추면 배상금을 물어야 하는데, 이런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역시 2027년 인도분까지 일감을 확보했고 2028년 인도 물량을 수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글로벌 조선업계의 수주 잔량은 이전 5년(2018~2023년)간 평균 수주 잔량(약 9358만CGT)보다 40%(약 1억2000만CGT)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 능력에 한계가 나타난 이유는 지난 수년간 전 세계 조선소가 줄어든 상황에서 발주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펀리스는 “한국과 중국 조선업 모두 인력난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조선소의 생산 역량에 큰 변화가 없다면 2027년 이후에도 생산 능력이 부족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올해 3월 기준 국내 조선업 근로자는 약 11만3000명이다. 2022년말 약 9만6000명보다는 늘었으나 2014년(20만3441명)의 절반 수준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했지만 대부분 단순 업무를 맡고 있다”며 “인력 부족은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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