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8월 학계 인사인 심교언 원장을 선임해 국토균형발전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연구 활동을 진전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한국은 저성장과 저출생의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경제활동 감소 문제에 직면하면서 새로운 대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심 원장은 서울대 도시공학과를 졸업 후 동대학원 석·박사 학위를 취득해 건국대 경영대학 부동산학과, 건국대 부동산과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윤석열정부 인수위원회에서 부동산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아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와 공동주택 250만가구 건설 정책 등의 구상에 참여했다.
그는 전남 경제자유구역 개발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세종특별자치시 지원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지냈다. 이는 윤석열정부 2기 국토연구원장으로 발탁된 배경으로 보인다. 심 원장은 오는 8월 취임 1주년을 앞두고 머니S와 인터뷰를 진행해 국토종합계획의 비전을 밝혔다.
━
“불균형 개발, 국가 장기 발전 막는다”
━
“20년 전만 해도 불균형 개발, 즉 집중 개발이 대세였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국가 전체의 발전을 해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심 원장은 “도시의 성장 과정에 필연적으로 불균형이 따라온다”면서 “교육·의료·문화 인프라와 도시의 역사 등 고유의 매력은 풀(당기는) 요인이 되고 지방의 불편 요소는 푸시(밀어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사람이 자연스럽게 몰리는 도시를 하향평준화할 수는 없으므로 지방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 삼척시 출생의 심 원장은 지방의 최대 단점으로 청년 부족 문제를 지목했다. 지방에 좋은 대학을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한 상황에 정부가 최근 추진한 의대 지역 전형 선발은 좋은 대안이라고 심 원장은 강조했다.
지방 소멸의 원인인 인구 구조 변화에 대해 심 원장은 “인구 감소가 유휴 인프라의 관리 문제로도 이어질 것”이라며 “여성과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면 저출생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어 “적정 가격의 품질 좋은 주택과 일자리가 부족한 지방의 문제에도 복잡한 원인이 있겠지만 아이러니하게 대도시로 갈수록 출생률은 더 낮아진다”면서 “경제 규모가 급격히 줄어드는 슬림이코노미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독일과 일본 등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오르면서 전체 경쟁력이 하락하는 문제를 겪고 있어 한국도 저출생 변화에 대비해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공공기관 이전 앞서 도시의 다양성 보장돼야”
━
중소 도시의 경쟁력 강화에 앞서 환경의 변화가 마련돼야 한다는 게 도시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컬럼비아대학원 도시계획학 박사)가 주장한 바에 따르면 창조도시는 ‘3T'(Talent·Technology·Tolerance)가 필요하다.
“능력 있는 사람들이 모이고 기술 개발이 이뤄지며 도시의 다양성이 존중받을 수 있어야 매력적인 도시가 된다. 하나의 예시로 ‘게이 지수'(Gay Index)는 도시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개념인데, 특정 도시가 게이에게 얼마큼 친화적인지 수치화한 것이다. 동성애자는 사회에서 가장 최후에도 차별 받는 소수집단으로 이들이 살 수 있는 도시는 포용성으로 귀결되고 이런 도시에서 창의력이 만들어진다.”
지방 혁신도시 출범 20년이 흘렀으나 이 같은 포용성의 부재는 한국 사회가 여전히 안고 있는 문제다. 심 원장은 “기업을 지방으로 보내는 것만으로 해결이 쉽지 않다”면서 “문화 인프라를 예로 들면 정착에는 긴 시간이 소요되므로 지역 발전 후 문화 발전이 이뤄져야 하는지, 문화 발전에 따라 지역 발전이 따라오는 것인지 아직까지 많은 논의가 있다”고 부연했다. 문화 인프라를 조성하는 데는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정부의 과제이기도 하다.
━
“연구 결과물 현실화 위한 소통 중요시할 것”
━
심 원장은 “연구진의 연구 활동이 국민 삶의 질을 나아지게 하는 데 있어 실제 성과를 달성하려면 무엇보다 대외 소통을 강화하고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소통을 실천하기 위해 심 원장은 취임 후 10개월 동안 언론을 통한 정책 홍보를 하고 대내적으로는 전 직원들과 의견 교류를 위한 회의와 친목 모임 등을 진행했다. 현재 200여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연구 내용이 좋아도 정부 정책과 괴리가 있을 수 있다. 연구 활동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브리핑을 강화했고 조직개편을 이뤄 기존 13개 본부를 4개로 바꿨다. 그리고 지방연구원과 지자체, 중앙정부의 여러 부처와도 논의하는 시간을 최대한 갖도록 노력하겠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