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19년 전 오늘, 2005년 6월 18일 시민들은 엽기 살해범 체포 소식에 깜짝 놀랐다.
전날 부산 영도 경찰서에 의해 살해범으로 긴급 체포된 목수 A 씨(당시 66세)가 내연녀 B 씨(당시 63세)를 죽이는 바람에 3년 전 아내 C 씨(2002년 10월 28일 숨질 당시 58세) 살해 사실마저 들통났다는 뉴스에 눈을 떼지 못했다.
당시 각 언론은 A 씨가 죽인 내연녀 B 씨는 30년 절친의 부인이었고 A 씨가 친구를 위로한다며 B 씨 장례식에 참석, 장지까지 따라가는 등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쳤다는 소식을 전하기에 바빴다.
여기에 A 씨가 아내의 시신을 토막 내 안방과 현관 앞에 암매장한 이야기도 사람들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 빌려준 돈 1억 때문에 살인, 3년 전 살인마저 들통
A 씨는 2000년부터 내연관계를 맺고 있었던 B 씨에게 2003년 1억원을 빌려줬다.
2004년 하반기부터 일거리가 없어 자동차마저 가압류하는 등 형편이 어렵게 되자 A 씨는 B 씨에게 “다만 얼마만이라도 달라, 당장 먹고살 돈도 없다”며 독촉했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 ‘자꾸 보채지 마라’는 소리만 들었다.
그러던 중 2005년 5월 중순 ‘돈 갚으라’며 다투다 B 씨에게 손찌검했다. 이때 B 씨가 ‘당신 마누라고 이런 식으로 때렸나, 그 사람 고생 많았겠다’고 비웃자 ‘혹시 마누라를 죽인 사실을 알고 있는 것 아닐까’ 덜컥 겁이 났다.
이에 A 씨는 B 씨를 죽여 후환을 없애야겠다고 생각 5월 28일 새벽, B 씨 집으로 몰래 들어가 미리 준비한 시너를 현관과 거실에 뿌리고 불을 냈지만 매캐한 연기 냄새에 잠에서 깬 B 씨가 119에 신고하는 바람에 실패하고 말았다.
A 씨는 이번엔 확실하게 처리하겠다며 흉기를 가슴에 품고 6월 8일 B 씨 집으로 들어가 새벽 2시쯤 잠을 자고 있던 B 씨를 찔러 숨지게 한 뒤 피 묻은 옷가지와 흉기를 야산에 버린 뒤 자기 집으로 돌아왔다.
A 씨는 아내 C 씨 살해 사실을 숨기려고 B 씨를 죽였지만 오히려 스스로 사건을 들추는 꼴이 되고 말았다.
◇ “집사람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 집에 가 봐 달라” 친구 전화에 능청스럽게 범행현장으로
일 관계로 집을 떠나 있었던 D 씨는 집으로 전화했지만 아내가 받지 않자 친구 A 씨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우리 집으로 가 봐 달라”고 부탁했다.
A 씨는 “알았다”고 답한 뒤 B 씨 집 앞에서 “아무리 문을 두들겨도 답이 없다”며 D 씨에게 능청스럽게 전화를 걸었다.
놀란 D 씨가 집으로 와 안방으로 들어가 숨져 있는 B 씨를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 빈소 지키고 장지까지 따라가…경찰, 알리바이에 주춤했지만 결정적 증거 잡아
A 씨는 상주처럼 B 씨 빈소를 지켰고 장지까지 따라가 친구 D 씨를 위로했다.
경찰은 원한에 의한 살인사건으로 보고 B 씨 주변을 캐던 중 A 씨와 내연관계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사건 당일 A 씨가 ‘집에서 자고 있었다’고 댄 알리바이를 깰 마땅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A 씨 장례를 마친 얼마 뒤 경찰은 B 씨 손톱 밑에서 ‘다른 사람의 피부 조각을 발견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경찰은 A 씨의 DNA를 국과수로 보내 대조를 의뢰, ‘B 씨 손톱 밑 피부 DNA와 일치한다’는 결과지를 받아 들었다.
손톱밑 피부는 B 씨가 A 씨의 범행을 저항하는 과정에서 A 씨 팔뚝을 붙잡을 때 뜯어진 팔뚝 피부였다.
◇ 경찰, A 씨 부인 실종사건 사건 파고들어…”저승 가서도 편하려면” 설득
국과수 DNA 통보에 앞서 A 씨 주변을 살피던 경찰은 A 씨가 2년 7개월여 전 종적을 감춘 부인 C 씨의 보험료(매월 20만원)를 꼬박꼬박 납부한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
성장해 다른 지방에 있던 A 씨 자녀들이 ‘엄마가 도박에 빠진 아빠를 싫어해 자주 집을 비웠다’며 엄마의 장기 실종을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경찰은 형편이 어려운 A 씨가 보험료를 연체하지 않고 내는 건 아무리 봐도 미심쩍다고 판단했다.
국과수로부터 ‘DNA 일치’ 사실을 통보받은 경찰은 5월 16일, A 씨를 소환해 “이승에 있을 때 모두 털고 가야 저승에 가서도 편하다. 또 자식들에게도 악령이 끼지 않는다”고 설득, ‘내가 죽였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 도박 그만하라는 잔소리에 격분, 아내 살해 후 암매장…실종신고
A 씨는 2002년 10월 28일 오후 아내 C 씨가 ‘이제 제발 도박 그만 좀 하라, 우리도 노후대책 세워야 하지 않는가’라고 잔소리를 퍼붓자 격분, 아내를 집 뒤편 목공소로 끌고 간 뒤 목을 졸라 살했다.
이어 C 씨 시신을 방수지로 감싸 안방 구들을 들어낸 뒤 집어넣고 다시 미장 처리했다.
또 아내를 죽인 8일 뒤인 11월 5일 경찰에 가출인 신고를 했다.
그즈음 보험회사 4곳에 아내 이름으로 상해보험, 암보험 등을 들었다.
A 씨는 실종신고 후 5년 6개월이 경과(2008년 5월 5일)하면 법원으로부터 실종선고를 받아 이를 보험회사에 제출하면 실종 보험금 40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전해듣고 꼬박꼬박 보험금을 납입했던 것이다.
◇ 안방 암매장 아내 시신 꺼림칙해지자 다시 꺼내 토막 내 분리 매장
평소 침대 없이 지냈던 A 씨는 아내 시신을 암매장한 안방에서 자는 것이 꺼림칙했든지 침대를 구입해 그 위에서 잠을 청했다.
그럼에도 불안했던 A 씨는 아내 시신을 거실 입구 현관에 암매장키로 하고 2003년 1월 집 보수공사 핑계로 안방을 파헤쳤다.
하지만 현관 쪽 공간이 부족하자 아내 시신을 토막 내 안방과 거실, 현관에 나눠 암매장했다.
A 씨는 무려 2명을 죽였고, 암매장했고, 시신을 토막 내는 엽기적 범행을 저질렀지만 징역 15년형을 받는 데 그쳐 지은 죄치고는 지나치게 가볍다는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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