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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유통기업에 있어 한국 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유행에 민감하면서도 지갑을 열 때는 깐깐한 게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에 호기롭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월마트, 까르푸, 테스코가 끝내 철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 자리 잡기 위해선 유행·최신 이슈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소비자와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17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공개한 ‘최근 5년간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징동닷컴(중국 내수 기업), 알리바바(알리익스프레스 모기업), 핀둬둬(테무 모기업)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빅3’의 최근 5년간 매출액 연평균 성장률은 41.0%로 집계됐다. 이들 3개 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세계 전자상거래 연평균 성장률의 2.8배 수준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잘 나가는 이들이 최근 들어 한국 시장에선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830만387명으로 전월 대비 3.4%(약 29만명) 줄었으며, 테무도 3.3%(약 27만명) 감소한 797만318명의 이용자 수를 기록했다. 알리와 테무의 이용자 수는 국내 출시 이후 계속해서 증가하다가 지난 4월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했다.
일각에선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호기심이 떨어진 것과 지속적인 품질 논란으로 인기가 사그라들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1,2위 대형마트체인점인 월마트와 까르푸는 1998년과 1994년 각각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2006년 한국 시장에서 모두 철수했다. 월마트와 까르푸가 한국 시장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만 해도 이들이 한국 시장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관측이 컸지만, 결국 두 회사 모두 토종 기업인 이마트를 넘어서진 못했다. 지역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영업방식과 협력사에 대한 갑질 논란 등이 한국 소비자의 반감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분석된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이 운영하는 글로벌 1위 뷰티편집숍 세포라 역시 지난달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몰, 모바일 앱 스토어, 오프라인 매장 운영 등을 종료하며 시장 철수를 진행하고 있다. 세포라의 철수 배경엔 경쟁사인 CJ올리브영을 넘어설 만한 서비스 차별화를 이루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진단된다.
여기에 한국 시장은 예상치 못한 대외 변수도 많다. 지난해 막 흑자를 내기 시작한 쿠팡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상단에 배치하고 임직원의 구매후기를 이용해 높은 별점을 책정했다며, 1400억원이라는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고문은 “한국 소비자들은 최신 유행에 민감한 편이라 ‘트렌드세터’가 다른 국가보다 많은 편이고, 온라인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 세계 유통 시장의 ‘테스트베드(시험대)’로도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국 소비자에게 통하면 세계 시장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애국심과 공동체 의식도 두터운 편이기에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은 기업에 대한 반감도도 크다. 최근 알리, 테무가 판매하는 제품에서 위해성이 확인된 것도 인기 하락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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