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이성규 기자] 레버리지 대표산업인 증권업의 핵심 지표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다. ROE를 구성하는 요소와 각 증권사별 자금조달 형태를 보면 향후 전략을 가늠할 수 있다. 그간 공격적이었던 미래에셋증권은 리스크관리에 집중하는 한편,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는 비용통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강력한 기업금융(IB)를 기반으로 한 수익력 유지, 삼성증권은 특유의 보수적 영업기반 확대 등 기존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권사 Big5(KB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중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가장 높은 곳은 한국금융지주(8.38%)다.
반면, ROE가 가장 낮은 곳은 미래에셋증권(3.01%)다. 두 증권사 ROE를 가른 요인은 매출액총이익률이다.
ROE는 크게 매출액총이익률(순이익/매출액), 총자산회전율(매출액/총자산), 레버리지비율(총자산/총자본)으로 구성된다. 세 지표를 곱하면 ROE가 도출되는 것이다. ROE는 기업 밸류업의 핵심 지표인 만큼 ROE 구성요인을 세부적으로 보면 각 증권사들의 장단점을 알 수 있다.
한국금융지주와 미래에셋증권의 총자산회전율은 각각 0.021배, 0.015배로 격차는 크지 않다. 레버리지비율 역시 각각 11.4배로 같은 수준이다. 그러나 매출액총이익률은 한국금융지주(36%)가 미래에셋증권(18%) 대비 두 배 앞섰다.
미래에셋증권이 자기자본 대비 수익규모가 낮은 또 다른 이유는 높은 지분투자 비중이 있다. 투자자산별 사업성과와 가치변화, 배당 유입 등이 실적 변동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의 후순위채 발행은 향후 불확실성에 대비한 재무완충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후순위채는 신종자본증권처럼 부채형태지만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신종자본증권은 기타자기자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 재정건전성 확보와 동시에 인수합병(M&A) 등 외형을 확장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반면, 후순위채는 보완자본으로 분류된다. 외형확장보다는 자본확충 그 자체에 좀 더 집중하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향후 공격적 M&A를 통한 영역확대보다는 재정건전성 확보에 총력을 다할 것임을 암시한다. 미래에셋증권하면 떠오르는 것은 ‘공격성’과 ‘확장성’이다. 하지만 올해는 국내외 부동산 우려에 따른 충당금 확충 문제 등으로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두는 셈이다.
한편, 한국금융지주는 자본확충 부문에서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금융지주는 주력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여타 자회사를 지원하고 있지만 재무안정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실행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국내 증권사 중 순이익 1위를 달성했다. 비용통제를 통한 리스크 관리가 빛을 발했다. 향후 성장동력은 해외에서 찾는다는 계획으로 현 기조를 고려하면 신중한 검토를 통해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높은 레버리지비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금융지주 다음으로 ROE가 높은 곳은 삼성증권(8.27%)이다. Big5 중에서도 레버리지비율이 낮지만 비교적 높은 매출액총이익률과 총자산회전율이 주효했다. 그만큼 자산배분 및 활용 효율성이 높다는 뜻이다.
삼성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에서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이 낮은 편이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었을 당시 보다 선별적으로 검토하고 수도권 중심 우량자산 위주로 거래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특유의 조심스러운 행보는 올해 초 4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서도 알 수 있다. 비교적 안정적인 레버리지비율을 끌어올리면서도 브로커리지, 기업금융(IB), 자산관리 등 전 영역을 강화할 계획이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도 올해 회사채 발행 외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PF 시장이 위축되면서 IB부문이 부진했지만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에서 강자인 만큼 수익창출력이 유지되고 있다.
두 증권사는 금융지주 계열사라는 점에서 든든한 지원이 예상된다는 점도 한 몫하고 있다. 향후‘부익부 빈익빈’이 예상되는 증권업계에서 그 덩치만큼 두각을 나타낼 전망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증권업은 레버리지 산업이기 때문에 어떻게 자금을 조달해 어디에 공급할지 여부를 보면 향후 전략이 드러난다”며 “그간 공격적이었던 미래에셋증권이 레버리지비율을 낮춰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타 증권사들도 각각 부족한 점을 보완해 시장 상황에 대응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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