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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이 다음달 시행되는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사전공시의무제도 도입을 앞두고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매각을 추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가격 등을 놓고 투자자와의 이견이 발생한 데다 배터리 분야에서 다른 국내 기업도 블록딜에 나서면서 시기가 좋지 않다는 판단에 관련 시도를 접었다.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등의 투자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고 해외 투자은행(IB)들도 대규모 거래를 주관하기 위해 LG화학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어 블록딜 불씨는 아직 남아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7일 IB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최대주주인 LG화학은 지난달 복수의 해외 증권사를 통해 1조~2조 원 규모로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투자자 사전 수요예측에 나섰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식 주관사 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지만 이들 증권사가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투자자 수요를 체크했다”면서 “당시 배터리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사전 마케팅 단계서 수요 확보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지난달 말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신용등급 ‘BBB+’를 유지하면서도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당시 S&P글로벌은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관련 사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로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차입금 비율이 2022년 1.5배, 2023년 2.4배에서 2024~2025년 2.6~2.8배로 상승할 것”이라며 “대규모 설비투자와 더불어 전기차 배터리 성장세 둔화는 LG에너지솔루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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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LG화학이 대규모 블록딜 추진 배경으로 투자 자금 마련, 다음달 블록딜 사전공시의무 제도 시행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사전공시의무제는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1% 이상 지분을 블록딜로 매각하려면 최소 30일 전에 공시로 알려야 하는 제도다. 실제 공시가 이뤄지면 주가가 하향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연간 수조 원의 설비 투자에 나서야 하는 LG화학·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는 이 제도의 시행 전 블록딜을 마무리하는 게 나을 수 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 지분 81.84%를 보유한 LG화학 입장에서 1조~2조 원 정도의 지분 매각은 경영권에 미칠 영향이 미미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LG에너지솔루션의 최근 시가총액은 80조 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일단 LG화학은 블록딜을 중단한 상태다. 그럼에도 IB업계의 경쟁은 당분간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한 글로벌 IB는 블록딜과 관련해 직접 LG화학에 마케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배경이 LG에너지솔루션의 블록딜 불씨를 더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선 블록딜 성공 경험이 많고 지난해 LG화학의 20억 달러 교환사채(EB) 발행을 주관했던 골드만삭스 등이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부진한 것도 수요 확보에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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