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이 최근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서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 판단 등에 영향을 미친 ‘주식가치 산정’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주식 가치 기여도의 산정 오류로 최 회장의 기여도가 10배 과대 평가됐다는 것이다.
최 회장 측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재판 관련 설명회를 열고 “최 회장이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 주식의 가치 산정에 있어 항소심 재판부가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SK측이 이혼 소송과 관련해 판결 내용의 오류 가능성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최 회장)는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22년 12월 1심(재산분할액 665억원, 위자료 1억원)과 달리 SK그룹 지주사 SK㈜ 지분을 ‘재산 분할 대상’으로 인정해 국내 이혼소송 중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 판결을 내렸다.
최 회장 측은 재판부가 판결의 주 쟁점인 주식가치 산정을 잘못해 노소영 관장의 내조 기여가 극도로 과다하게 계산됐다고 봤다. 대한텔레콤(현 SK C&C)은 현재 SK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SK㈜의 모태가 되는 회사다. 대한텔레콤 주식에 대한 가치 산정이 현재 SK㈜의 가치를 따져보는 근간이 되는 이유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장남인 최 회장이 대한텔레콤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1994년 약 2억8000만원을 증여했다. 최 회장은 이 돈으로 같은 해 11월, 당시 누적적자 수십억원 이상인 대한텔레콤 주식 70만주를 주당 400원에 매수했다. 1998년 SK C&C로 사명을 바꾼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격은 이후 두 차례 액면분할을 거치며 최초 명목 가액의 50분의 1로 줄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청현 회계법인 한상달 회계사는 “두 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 맞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1994년부터 1998년 선대회장 별세까지,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의 가치 증가분을 비교하면서 회사 성장에 대한 선대회장의 기여 부분을 12.5배로,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의 기여도가 선대회장의 기여도보다 훨씬 크다고 전제했고, 최 회장에 내조한 노소영 관장의 기여분을 인정하면서 재산분할 비율을 65대 35로 정했다.
하지만 재판부 결정의 기초가 된 계산 오류를 바로잡으면(100원→1000원) 선대회장의 기여분이 125배로 10배 늘고 최 회장의 기여분이 35.5배로 10분의 1이 된다는 게 최 회장 법률 대리인의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치에 근거해 최 회장이 승계상속한 부분을 과소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 또 이에 근거해 SK㈜ 지분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결정하고 분할 비율 산정 시에도 이를 고려했기 때문에 치명적 오류를 정정한 후 결론을 다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SK그룹은 ‘6공화국 지원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은 재판에서 규명이 필요한 7개 사안을 발표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라는) 300억원의 정확한 전달 방식 및 사용처 ▲기존에 밝혀지지 않은 비자금의 별도 존재 여부 ▲SK에 제시했다는 100억원 약속어음의 처리 결과 ▲현직 대통령 시기에 특혜로 거론됐던 내용과 사실 여부 ▲‘전직 대통령의 영향력을 믿고’라는 부분의 성립 가능성 ▲장비제조업체의 이동통신사업 진출 제한이 특혜용이었는지 여부 ▲대통령 사돈 기업으로서 손해 본 사항 등이다.
이 위원장은 “이번 항소심 판결로 SK그룹 성장 역사와 가치가 크게 훼손된 만큼, 이혼 재판은 이제 회장 개인의 문제를 넘어 그룹 차원의 문제가 됐다”며 “6공의 유무형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법원 판단은 상고심에서 반드시 바로잡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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