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최근 아우디의 판매량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월간 수입차 신차 등록 대수 10위까지 성적이 곤두박질치며 이전의 위엄을 상실한 바 있지만, 최근 다시금 상승세를 타며 국내 월간 수입차 신차 등록 대수 6위까지 올라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과거 BMW, 메르세데스-벤츠와 함께 독일을 대표하는 완성차 3사, 일명 ‘독(獨) 3사’의 한 축으로 꼽혔던 당시의 기억을 서서히 되찾고 있는 듯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상승세의 중심에는 중형 전기 스포츠 유틸리티 차(SUV) ‘Q4 이트론(e-tron)’이 있다. 실제로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해당 제품군(Q4 이트론, Q4 이트론 스포트백)은 올해 1~5월 국내에서 1113대가 판매되며 같은 기간 아우디 총판매량(2699대)의 41.2%를 차지하고 있다.
테슬라 모델 Y(6637대), 테슬라 모델 3(5273대)의 뒤를 이어 전기차 누적 판매량 3위를 기록 중이기도 한데, 수입 전기차 저변을 넓히는, 그리고 아우디의 상승세를 이끄는 모델이라 부르기엔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둥글둥글 모나지 않아 착해 보이는 외관
우선은 외관. Q4 이트론은 튀기보다는 무난한 형태의 차를 선호하는 이들의 취향을 저격한다. 전반적으로 둥글둥글 모나지 않아 굉장히 착한 인상인데, 전기차다 보니 그릴 부분도 막혀있어 온전한 곡면에 가까운 형상을 띄기 때문에 다른 차들 대비 두툼한 느낌이 더 강하다.
다소 밋밋할 수 있겠으나 이런 형태가 갖는 강점도 있다. 바로 공기 저항계수가 좋아진다는 것. 이는 자동차가 공기 저항을 받는 정도를 숫자로 표시한 것인데, 낮을수록 △동력성능 △연료(전기에너지) 소비 효율 △주행 안정성 △주행 소음(풍절음) 등이 좋아지는 만큼 긴 주행거리가 중요한 전기차에게는 더더욱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공기 저항계수가 10% 낮아지면 연비는 2% 정도, 전기차 주행거리는 5%가량 향상된다고 하며, 기자가 이날 탔던 Q4 이트론 모델의 공기저항계수는 0.28cd 정도로 SUV 모델 치고는 높지 않은 수준이다. 전고를 20mm 낮춰 날렵함을 더한 Q4 이트론 스포트백 모델의 공기 저항계수는 0.26cd로 한결 낮다.
또한 문을 여닫을 때 보이는 강렬한 도어라이트 역시 이 차의 매력 포인트.
그 중에서도 아우디의 사륜구동(4WD) 시스템인 ‘콰트로(Quattro, 이탈리아어로 숫자 ‘4’)’를 상징하는 동물인 게코도마뱀이 눈에 띈다. 일반 도마뱀과는 달리 발에 빨판이 달려 흡착력이 높아 콰트로 시스템의 우수한 접지력을 표현했는데, 재미있는 점은 이 차가 사륜구동이 아닌 후륜구동(2WD) 차량이라는 것.
내부는 내연차 느낌 그대로… 그래도 어울리니 OK?
실내 디자인의 경우 기존의 아우디 브랜드 내연기관의 그것을 거의 변용 없이 그대로 이어온 느낌인데, 이게 생각보다 전기차 모델에도 잘 묻어나 크게 이질감은 없는 편이다.
아우디 측에서도 이를 알고 굳이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하지 않은 건지, 아니면 그저 운이 좋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사용자 입장에서 외관에 크게 불만이 생기진 않을 듯싶다.
다만 디자인의 멋짐과 별개로 내장재에서 느껴지는 고급스러움은 적은 편이다.
정말 필요한, 혹은 직접적으로 사용자의 손에 닿거나 하는 부위를 제외하고는 원가절감을 통해 고객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한 선택을 한 듯하다(특히 1열 대비 무난한 맛이 강해지는 2열의 경우가 그렇다). 허나 바꿔 생각해 보면 굉장히 효율적으로 멋진 디자인이 이뤄졌다고 볼 여지는 있을 성 싶다.
하지만 내부 공간이 생각보다 넓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이는 외부에서 오는 컴팩트한 느낌과는 상반되는 것인데, 174cm 성인 남성 기준 2열 다리 공간(레그룸)은 주먹 3개 반에서 4개 정도, 머리 공간(헤드룸)은 주먹 1개 반 정도로 상당히 여유롭다. 트렁크는 중형 세단 혹은 일반적인 SUV 수준으로 적당한 수준.
울컥임 없는 주행감 & 준수한 연비가 최대 강점
이 차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바로 주행감. 독일차 특유의 단단함을 중심으로 약간의 부드러움과 쫀득함이 가미된 안정적인 느낌이 특징인데, 노면 소음도 적고 울컥거림도 없어 내연기관차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기자가 그간 탔던 전기차들 가운데서는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주행 안정성이 훌륭했으며, 고속주행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잘 유지하는 느낌이다. 핸들도 큼지막해서 돌릴 맛이 난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폭스바겐그룹에 속한 브랜드답게 폭스바겐과는 어느 정도 그 결을 공유하면서도 또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점.
비슷한 체급의 ‘폭스바겐 ID.4’가 약간 가볍고 경쾌한 전기차스러운 승차감을 갖고 있다면, 이 녀석은 보다 무겁고 중심이 잘 잡힌 느낌이다. 다만 서스펜션의 경우 살짝 통통 튀는 편인데, 아무래도 노면과 착 달라붙는 성격의 주행감을 띄는 차로 세팅이 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연비(전비)의 경우 128.7km를 주행하는 동안 5.3km/kWh(킬로와트시)를 기록했으며 잔여 주행 가능 거리는 293km, 잔여 배터리는 63%가 나왔다.
90% 중반까지 배터리를 채운 상태에서 연비를 중시한 운전을 하지 않았음에도 이 정도의 연비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공인 1회 충전 주행거리인 411km에 준하는 전비는 충분히 기록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본 내비 업그레이드 & 폰 프로젝션 연동이 절실
그럼 이쯤에서 아쉬운 부분도 몇 가지 이야기해 보자. 우선 기본 내비게이션은 쓸 수 없는 수준이라 폰 프로젝션 기능을 통한 외부 프로그램 사용이 필수라는 점.
보여주는 정보가 주행 노선, 아우디 매장과 서비스센터, 주유소 정도 뿐인데, 주행 제한 속도 경고는 물론, 어디로 얼마나 가야 할지, 도착 예정 시간이나 기타 등등 기본적으로 보여줘야 할 정보들을 거의 보여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과장을 좀 더 보태 ‘종이지도’나 다름 없다.
여기에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의 기능을 전부 활용하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기본 내비게이션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
실제로 기본 내비게이션을 활용하다가 타 프로그램을 활용할 경우 잘 나오던 방향 표시 등의 정보가 안 나오게 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록 작은 불편함에 지나지 않을 수 있겠으나, 기능 자체가 반쪽이 나 버리는 만큼 추후 반드시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주행보조 기능 역시 평범한 수준이다. 핸들이나 브레이크를 어느 정도 잘 잡아 주기는 하지만 중간에 끼어드는 차량이나, 코너를 도는 상황에서의 대처를 어려워하는 모습이다. 작동의 경우 핸들 좌측 뒷면에 자리한 레버를 통해 가능하다.
아우디 ‘부활’의 열쇠, 아마도 전기차에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Q4 이트론이 생각보다 전기차로서 괜찮은 만듦새를 갖췄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 비록 아우디에게서 ‘독3사’로서의 품위는 없어진 지는 오래지만, 타는 내내 단단하고 안정적인 주행감을 비롯해 전기차와 꽤 부합하는 부분이 많은 브랜드라는 것도 느꼈다.
경쟁자들과 달리 ‘손에 닿는 고급차’로서 스스로의 포지션도 잘 잡고 있는 만큼, Q4를 비롯한 전동화 모델들을 중심으로 최근의 좋은 흐름을 한층 더 살린다면 아우디가 전동화 시대에 가장 큰 수혜를 볼 브랜드 중 하나인 것은 다소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러려면 적어도 한두단계의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업체와의 협업 혹은 자체 프로그램 개선 등을 기반으로 한 사용성 향상 등이 그렇다. 만약 여기에서 ‘아우디의 전기차’에 어울리는 미래지향적 디자인에 대한 고찰까지 더해진다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아우디가 부활하고 있다”라는 평가를 듣게 될 날이 올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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