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박세현 기자] “제가 만난 부자 가운데 장기적으로 큰 부를 이룬 분들은 ‘토끼’ 보다는 ‘거북이’에 가깝습니다. 의사 결정이 굉장히 느립니다. 한 박자 빠른 것보다 한 박자 느린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서두르겠다는 마음이 없어요. 이런 기질은 부잣집에 태어난 금수저형이든 아니면 자수성가형이든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부를 늘리고 싶어하는 토끼같은 분들은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향의 차이로 인한 투자 결정의 신중함이 부자를 만드는 결정적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최홍석 미래에셋증권 선임매니저가 데일리임팩트와 인터뷰 때 한 말이다. 미래에셋증권 최연소 우수PB에 선정되기도 했던 그는 도곡동과 대치동에서 부자 고객을 만나 자산관리를 돕는 강남의 ‘1타 PB(프라이빗 뱅커)’로 유튜브 등의 방송에서는 ‘최파고’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 ‘부자의 자화상’, 즉 부자들이 말하는 자신의 모습은?
대한민국 최고 PB가 지속적으로 관찰한 한국부자의 기질은 ‘느긋하고 여유있는 거북이’라는 것인데 부자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그들은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24년 대한민국 웰스리포트’를 보면 이에 대한 답이 나온다.
‘일반인과 부자의 자화상 비교’가 가능하도록 금융자산 100억원 이상의 슈퍼 부자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부자, 그리고 금융자산 1억 미만 일반인 등 3부류로 나눠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흥미로운 점은 3부류가 선택한 ‘나를 대표하는 형용사’가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형용사'(복수응답 가능) 1위는 일반인(57.5%)과 부자 전체(59.6%) 모두 ‘성실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슈퍼 부자가 꼽은 1위 형용사는 ‘목표지향적'(55.6%)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성실’을 꼽은 슈퍼 부자는 27.8%에 그쳤다.
또 2위 형용사는 일반인의 경우 ‘정직'(34.9%)이었고, 부자 전체는 ‘이성적인'(38.2%), 그리고 슈퍼 부자는 ‘관대한/여유있는'(38.9%)으로 차이를 보였다.
흥미로운 것은 ‘착한’과 ‘감성적인’을 선택한 답인데 일반인은 28.2%와 27.4%로 비교적 높게 나온 반면 부자 전체는 ‘착한’이 14.5%, ‘감성적인’은 20.4%였고, 슈퍼 부자는 두 형용사 모두 11.1%에 그쳤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에 대해 “큰 부자에게서 목표지향적 특성이 높게 나타난 것은 그들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삶의 태도와 습관이 목표를 세우고 추진하려는 기질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큰 부자가 되려면 목표지향적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부자는 MBTI ‘T'(이성적)가 많다?
“나 스스로 느끼기에도 열정적으로,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특히 남들보다 시간 관리를 철저하게 했다고 자부합니다. 시간을 낭비한 적이 거의 없어요. 저는 낮잠을 자 본 적이 없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내 사업을 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퇴사한 뒤 의료기기 사업을 해서 큰 부를 축적한 부자의 회고다.
큰 부를 일군 슈퍼 부자의 특징은 이처럼 뚜렷한 목표가 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산다는 것인데 요즘 유행하는 MBTI(성격유형검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MBTI는 마이어스(Myers)와 브릭스(Briggs)가 개발한 심리 유형 검사로 첫 번째 I(내향형)와 E(외향형), 두 번째 S(감각형)와 N(직관형), 세 번째 F(감정형)와 T(사고형), 네 번째 P(즉흥적)와 J(계획적) 등으로 알파벳 4개 조합을 만들어 총 16가지 성격 유형으로 구분하는 방식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말 출간한 ‘대한민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부자의 MBTI는 ‘TJ’형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자산 100억원 이상 또는 총자산 300억원 이상 슈퍼 리치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 유형은 ESTJ형이었다. 일반인의 ESTJ 비율은 9%에 불과한 반면 슈퍼 리치에서는 3배에 육박하는 27%의 비율을 보였다.
“그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묻는다면 ‘모든 순간 진심을 다한다’는 한마디로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매사에 성실하고, 스스로 부끄럼없이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자신의 고객 가운데 슈퍼 부자에 대해 하나은행의 한 PB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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