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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째 소식없는 ‘6호 초대형 IB’ 하반기엔 나올까… 금융당국은 아직 냉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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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이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신청서를 연내 제출하겠다는 목표를 밝히면서 7년째 감감무소식인 국내 6호 초대형 IB가 하반기 중 탄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메리츠·하나·신한 등 재무 요건을 갖춘 경쟁 증권사들도 초대형 IB 타이틀에 대한 의지를 조심스레 드러내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 분위기는 우호적이지는 않다. 불완전 판매, 내부 통제 부실, 선행매매(미공개 정보로 이득을 취하는 주식 거래) 혐의 등 잡음을 연거푸 터뜨린 증권업계의 최근 행적 탓이다. 시장 신뢰 회복과 리스크 관리 강화가 좀 더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전경. 주요 증권사 빌딩이 보인다. / 뉴스1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전경. 주요 증권사 빌딩이 보인다. / 뉴스1

◇ 여섯 번째 초대형 IB 노리는 메리츠·하나·키움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최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면서 초대형 IB 인가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하반기 중 금융당국에 인가 신청서를 제출하는 걸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며 “신청에 필요한 각종 서류는 다 마련해 뒀다”고 전했다.

초대형 IB 재무 요건은 자기자본 4조원이다. 현재 국내 자본시장에 초대형 IB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5곳이다. 이들 5개사는 지난 2017년 초대형 IB로 일괄 지정됐다. 이후 지금까지 여섯 번째 초대형 IB는 탄생하지 않았다.

재무 요건을 충족했으나 인가받지 못한 증권사는 키움증권을 비롯해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4개사다. 키움과 마찬가지로 메리츠와 하나도 인가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는 지난달 열린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초대형 IB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하나증권은 작년에 이미 초대형 IB 인가 신청서를 제출해 둔 상태다. 신한투자증권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분위기다.

현재 초대형 IB는 큰 매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초대형 IB의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100%에서 200%로 확대되는 인센티브를 받았지만, 이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도 누릴 수 있는 혜택이기 때문이다.

다만 초대형 IB 자격을 얻으면 단기금융업 인가를 추진할 수 있다. 발행어음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어음으로 자기자본의 2배까지 판매할 수 있다. 발행 절차가 간단하고 자금 조달도 쉬워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쏠쏠하다.

그러나 초대형 IB 자격을 얻는다고 바로 발행어음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17년 초대형 IB로 지정된 삼성증권도 단기금융업 인가는 받지 못했다.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다른 초대형 IB들도 발행어음업 인가를 받는 데는 1년 이상 걸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올해 1월 2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업계와 간담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 뉴스1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올해 1월 2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업계와 간담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 뉴스1

◇ 사고 수습 덜 끝난 증권사들

초대형 IB 인가는 증권사가 낸 신청서를 금융감독원이 심사하면 금융위원회가 최종 의결하는 과정을 거친다. 문제는 심사 1차 관문인 금감원이 증권업계를 너그럽게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증권사들이 재무 요건은 채웠을지 몰라도 그 외 요건인 내부 통제 시스템, 재무 건전성, 대주주 적격성 등과 관련해선 연거푸 논란을 일으킨 탓이다. 일부 증권사는 금감원 검사 결과 징계 사유가 확인되기도 했다.

키움증권은 작년 10월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 당시 5000억원에 가까운 미수금을 떠안으며 내부 통제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앞서 지난해 4월엔 라덕연 일당의 주가 조작 사건에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을 기소하지 않기로 했지만, 키움증권은 감사운영본부에 감사기획팀을 신설하고 관련 인력을 확충하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IB본부 일부 임직원이 사적으로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든 뒤 기업금융 영업 과정에서 확보한 사전 정보를 활용해 수십억원의 이익을 챙긴 사실이 지난해 금감원 검사로 적발됐다. 이들은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직접 투자하거나 가족·친인척 명의로 투자해 사익을 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 구속으로 계열 주식 매매가 중단되기 직전에 보유 지분 32.22% 전량을 팔아치워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최근에는 박모 전 상무보가 부하 직원의 알선으로 다른 금융기관에서 1000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고 대가를 제공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급할 게 없다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관련 후폭풍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인데, (초대형 IB 인가가) 시급한 과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증권사들의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 등을 꼼꼼하게 따지면서 신중히 접근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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