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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에 묶여 있던 대기성 자금이 최근 두 달여 동안 33조 원 넘게 예적금과 주식 투자금으로 이동했다. 글로벌 각국이 잇달아 금리를 인하함에 따라 국내 기준금리도 하향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고금리 ‘막차’를 타려는 수요와 금리 인하기를 대비해 주식시장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이달 13일 현재 614조 2432억 원으로 올 3월 말 647조 8882억 원에 비해 33조 6450억 원 감소했다. 4월(616조 3371억 원)과 5월(614조 1055억 원) 두 달 연속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요구불예금은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해 ‘투자 대기 자금’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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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조 원에 가까운 자금이 두 달여 동안 은행 예적금과 주식 투자로 이동했다. 3월 말부터 이달 13일까지 5대 은행의 예적금 규모는 30조 3327억 원 늘었다. 같은 기간 요구불예금에서 빠져나간 자금 규모의 90%에 달한다. 금리 인하가 시작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고금리 이자 수익을 얻기 위해 뭉칫돈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리 인하를 저울질하고 있는 지금이 예금이나 적금의 금리를 가장 높게 받을 수 있는 고점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기준금리기 인하될 경우 현재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는 3%대 예적금이 자취를 감출 수 있다는 우려에 미리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5대 은행의 주요 정기예금(12개월 만기 기준) 상품의 현재 최고 금리는 3.5~3.9%로 기준금리(3.5%)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정기예금 이자가 연 2%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에 또 다른 뭉칫돈이 주식 시장으로 유입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60개 증권사는 주식거래 확대에 힘입어 수수료 수익이 1년 전보다 약 4400억 원, 수탁 수수료는 2600억 원가량 늘었다. 그만큼 대기 자금이 고금리에 억눌려 있던 주식시장으로 옮겨 투자 기회를 엿보는 것이다. 최근 나스닥 등 미국 주식시장의 활황에 주식 투자에 대한 기대 심리가 커진 측면도 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채권과 주식 투자가 늘어났다”며 “부동산은 경기 침체로 이동 수요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다 실제 인하로 이어질 경우 대기 자금 이탈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내 금리를 한 차례 정도 내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고 한국은행은 금리 피벗을 올 4분기로 예상하는 기존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고 실제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내수 회복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해 금리 인하 기대감을 높였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금리 인하 전망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며 “대기 상태에 있던 자금들은 (투자 수요를 찾아) 갈 길을 찾아가는 데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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