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전략 부재에 하나생명·손보 돈벌이 못해 [금융지주 성장동력 Key M&A 변천사 (3)]
[한국금융신문 전하경 기자] 국내 은행지주의 역사는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궤를 같이 한다. 5대 금융지주(신한, KB, 하나, 우리, NH)의 M&A(인수합병)를 거쳐 성장한 계열사 별 변천사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가 각각 ING생명과 LIG손해보험·푸르덴셜생명으로 순익을 견인하고 있는 반면, 하나금융지주 내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은 지주 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하나생명 순익은 45억원, 하나손보는 4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신한라이프, KB손해보험, 푸르덴셜생명 등 보험사들이 지주 순익을 ‘하드캐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나생명, 하나손보가 하나금융지주 순익에 미치는 기여도는 미미하다.
하나생명, 하나손보 모두 이익체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하나금융지주도 생보사, 손보사 모두 매물을 계속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생명은 하나금융지주에 편입 이후 12년이 지난 지금 총자산은 6조2183억원으로 늘었지만 수익성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2011년 237억원, 2012년은 162억원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최초 하나금융지주 편입 후 2013년에는 179억원으로 올랐지만 2014년 29억원으로 떨어지는 등 수익이 안정적이지 않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최대 순익은 2020년에 기록한 266억이다.
하나생명이 고전한건 하나금융지주 합작 전략이 잇따라 실패한 후 성장전략을 마련하지 못해서다.
하나생명 전신은 1991년 설립된 AGF생명보험사로 하나금융지주에 편입됐다가 나왔다를 반복했다. AGF생명보험사는 1998년 4월 프랑스보험회사로 상호를 변경한 뒤 본사가 알리안츠와 합병되면서 알리안츠 소속이 됐다.
당시 하나증권, 하나캐피탈 등과 교차판매를 꾀하던 하나은행은 알리안츠와 50%씩 출자해 합작법인으로 전환 후 하나생명으로 이름을 변경한다. 하나은행과 알리안츠 합작법인으로 탄생한 하나생명은 하나은행과 알리안츠 간 갈등으로 오래가지 못했다. 하나은행은 당시 HSBC는 외환은행 인수를 전제로 방카슈랑스 시장 공략을 위해 방카슈랑스 전문 보험사인 하나생명을 눈여겨봤다.
하나은행은 방카슈랑스 전문 보험사였던 하나생명을 4개월만에 HSBC에 하나생명 지분 50%-1주를 넘겼고 2008년 3월 하나생명은 하나HSBC생명으로 사명을 변경하게 된다. HSBC와의 합작도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다. 2013년 5월 하나금융지주는 HSBC가 보유한 하나HSBC생명 지분을 인수, 하나생명을 다시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하나HSBC생명 실패 배경에는 비효율적 의사 결정이 자리했다. 하나HSBC생명은 중요 의사 결정이 필요하면 HSBC 홍콩 본사까지 가야 했다. 내부 문건을 영문형식으로 따로 만들어야 해 신속성, 효율성이 모두 떨어졌다. HSBC 인지도가 낮아 영업현장 불만도 컸다. HSBC 결별 후 하나생명은 희망퇴직, 지점 감축 등 자구노력을 해야만 했다.
하이투자증권 및 IBK투자증권과 방카슈랑스 제휴를 맺어 방카채널을 19개로 확대해 수익성 강화에도 나섰다. 하나HSBC생명에서 하나생명으로 사명이 바뀐 후에는 하나금융지주와 연관성이 연상돼 인지도도 개선됐지만 방카슈랑스 중심 사업구조가 계속 발목을 잡았다. 방카슈랑스에서는 보장성 상품을 팔기 어려워 대부분 저축성보험을 중심으로 판매한다. IFRS17 하에서는 저축보험이 부채로 잡혀 수익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방카슈랑스 전문 생보사였던 하나생명에게는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작년부터 하이브리드 채널, GA채널을 공략하며 채널다각화에는 성공했다. 단기납 종신보험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작년 말 GA실적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며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도 어려워졌다. K-ICS비율 150% 이상 유지도 과제다. 하나생명 경과조치 전 K-ICS비율은 120%대다.
하나금융지주 전략 부재에 하나생명·손보 돈벌이 못해 [금융지주 성장동력 Key M&A 변천사 (3)]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생명으로 부족한 보험 포트폴리오를 보완하고자 하나손보 전신 더케이손해보험 지분 70%를 인수했다. 더케이손해보험이 소형사에 수익성이 크지는 않아 인수대금은 770억원이었다. 이후 추가 지분을 매입해 3월 기준 하나금융지주 지분율은 89.6%다.
하나금융지주는 더케이손보 인수 당시 하나손보를 디지털손보사로 바꾼다는 전략을 세웠다.
실제로 하나손보는 인수 직후 보험을 가입할 수 있는 원데이 앱을 구축하고 원데이 자동차보험, 원데이 레저보험 등 디지털 상품 라인업을 강화했다. 원데이 자동차보험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자산규모가 크지 않음에도 자회사GA 하나금융파인드를 설립했다. 하나금융파인드도 디지털GA를 표방, 초대대표에도 굿리치 앱을 구축한 남상우 전 리치플래닛 대표를 영입했다.
수익성이 나지 않자 하나금융지주는 사실상 디지털보험사 전략을 철회했다. 하나금융파인드는 디지털 앱도 출시했으나 4개월 만에 인력을 정리, 남상우 전 대표도 1년 만에 물러났다. 하나손보는 GA채널에서 장기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나금융파인드도 대면영업 GA로 성격이 바뀐 상태다.
전신 더케이손해보험은 종합 손보사로 질병보험, 화재보험 등 취급 상품은 다양했지만 자동차보험에 주력하다보니 수익성이 좋지 않았다. 하나금융지주 편입 이후 디지털 장기보험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서고 있으나 초기 인프라 투자 비용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2020년에는 2021년 168억원 순익이 냈으나 2022년에는 -84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21년에도 사옥매각 일회성 이익이 반영된 영향으로 하나손보 매출로 순익을 낸건 아니다. 작년 순익은 -759억원, 올해 1분기 순익은 -4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지주계로는 은행 출신으로는 어렵다고 판단, 이례적으로 삼성화재 출신인 배성완 전 삼성화재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하나손보는 하나금융지주 증자 지원도 계속 받고 있다. 2020년 2월 인수 첫해에는 전산시스템 마련을 위해 1260억원을, 2022년에는 자본확충 목적으로 1500억원을 수혈받았다. 지난 5월에도 1000억원을 지원받았다. 이번 신종자본증권은 이자가 무려 10.655%여서 업계에서 관심을 받았다. 하나금융지주가 무작정 자회사를 지원할 수 없어 높은 이자를 설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증권, 하나카드, 하나캐피탈사, 하나저축은행까지 비은행 계열사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은행 의존도가 90% 이상으로 비은행 계열사가 미미하다.
하나금융지주도 지주 수익성 강화 키(Key)를 보험사로 보고 매물을 지속적으로 보고 있다. KDB생명 인수에도 추진했지만 KDB생명 수익성이 적다고 판단해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재 매물로 여겨지는 동양생명, 외국계 보험사들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특히 동양생명은 대부분 지주사들이 눈독들이고 있는 매물로 꼽힌다.
전하경 한국금융신문 기자 ceciplus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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