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아이스크림·커피 등 우유를 함유한 제품 가격이 일제히 오를 전망이다. 낙농가와 유업계가 올해 우유 원유 가격을 정하기 위한 협상에 돌입하면서다. 이달 들어 외식·가공식품 물가가 오른 데 이어 우유값마저 인상 조짐을 보이면서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팍팍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밀크플레이션(밀크+인플레이션)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상 폭 조절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업계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지난 11일 이사 7명으로 이뤄진 원유값 협상 소위원회를 열고 원유 가격 논의를 시작했다.
우유값은 3단계를 통해 결정된다. 소위원회에서 협상 결과가 도출되면 낙농진흥회 이사회 의결을 거친 뒤 최종 확정된 원유 기본 가격이 오는 8월 1일부터 적용된다. 이후 각 유업체가 인상 폭을 고려해 제품 가격을 조정한다. 협상은 매주 2회씩 한 달간 진행하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 협상 기간은 길어질 수 있다. 올해는 유업체가 2025∼2026년 구매할 원유량을 조정하는 논의까지 맞물리면서 협상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낙농가는 치솟는 사료값을 감내하기 위해 상당폭의 원유값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한국낙농육우협회 낙농정책연구소가 발표한 ‘2023년 낙농경영실태조사’를 보면, 지난해 농가 호당 평균부채액은 전년 대비 9500만원 증가한 6억8100만원이다. 부채 발생 원인으로는 사료 구입(24.9%)이 시설투자(33.5%)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소위원회는 보통 지난해 생산비의 0~60%에서 원유값을 정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올해는 L당 최대 26원까지 올릴 수 있다. 현재 원유값은 흰 우유 등 신선 유제품 원료인 ‘음용유용 원유’ 기준 L당 1084원인데 협상 이후 최대 L당 1110원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원유값 인상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유값이 오르면 원유를 주원료로 하는 흰 우유나 발효유 등의 제품군에서 가격 인상 도미노가 이어질 수 있다. 이 밖에도 우유를 원재료로 하는 빵·빙과류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 실제로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10월 원유가 상승분을 반영해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을 최대 25% 올렸고, 빙그레도 메로나 가격을 17.2% 인상한 바 있다. 또 같은 달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남양유업 불가리스(150mL) 가격도 기존 1800원에서 2000원으로 11.1% 올랐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도 가격 조정에 나설 수 있다. 일부 커피 업체가 원유값 인상을 들어 우유 함유 제품 가격표를 다시 썼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9개 커피 프랜차이즈의 카페라테 가격은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13.4% 인상됐다. 해당 기간 8개 업체는 라테 가격을 400원 또는 500원 올렸고, 메가MGC커피만 200원 올렸다. 이때 가격 인상에 나섰던 커피빈은 “원유 가격 인상으로 우유가 포함된 음료에 한해 가격을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원유값 인상 폭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6월부터 초콜릿과 김, 간장뿐만 아니라 치킨·햄버거 등 식품·외식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뛰면서 밥상 물가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생산자, 유업체 협력을 통해 원유 기본 가격을 동결하거나 최소 수준에서 인상하도록 중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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