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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현대자동차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지난해 기준 인도의 자동차 판매량은 약 500만 대로 중국·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으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정부 주도의 강력한 전동화 전환 정책까지 더해지며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 ‘기회의 땅’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005380)는 연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 법인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투입하며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해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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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세 역시 가파르다. 1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인도법인(HMI)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한 9200억 원으로 9곳의 현대차 해외 법인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판매량은 76만 5876대로 9% 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내수 판매도 60만 2111대로 처음으로 60만 대를 넘어섰다.
현대차가 주목하는 것은 전기차 시장의 잠재력이다. 인도 전기차 시장은 아직 절대적인 판매량은 적지만 정부의 강력한 전동화 전환 정책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2020년 5000대 수준에 불과했던 인도의 전기차 판매량은 2021년 1만 5000대, 2022년 4만 8000대, 지난해 9만 대로 매년 2배 이상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글로벌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인도의 전기차 시장이 2032년까지 연평균 22.4%씩 성장해 1177억 8000만 달러(약 163조 5964억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 전기차 시장이 저가의 중국산 전기차로부터 안전지대라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인도와 중국은 정치적으로 앙숙 관계다. 1962년부터 국경 분쟁을 벌였고 2020년에는 유혈 사태로 양국에서 4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외교 관계가 냉각 상태다. 최근에는 인도 정부가 중국의 비야디와 장성기차의 투자를 불허하기도 했다. 전기차 육성에 정부 정책이 큰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차에는 호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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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부터는 인도에 5억 달러(약 69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3년 안에 전기차를 생산하는 완성차 업체에 수입차 관세 혜택이 부여된다. 인도는 수입차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전기차를 현지 생산하는 업체에는 관세를 15%까지 낮춰준다. 현대차가 최근 1년 사이 인도 지역에 5조 원 이상의 투자 계획을 밝힌 것도 이런 연장선이다. 투자 계획에는 현지 내연기관 공장의 생산능력 확충도 포함돼 있지만 대부분이 전기차 생태계 구축 용도다.
현대차는 지난해 5월 첸나이 생산 공장이 위치한 타밀나두주와 2032년까지 3조 2000억 원의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연간 17만 8000개의 전기차 배터리팩 조립 공장을 짓고 향후 5년 안에 타밀나두주 주요 고속도로 거점 100여 곳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올해 1월에는 약 2조 원의 추가 투자 계획도 내놓았다. 현대차는 타밀나두주에 전기차 전환 지원과 수소 밸리 혁신 허브 구축을 위해 9900억 원을 추가 투자하고 지난해 8월 인수 계약을 체결한 탈레가온의 옛 GM 공장의 자산 인수 완료와 시설 현대화를 위해 96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최근 1년 사이 현대차가 인도의 전동화 전환과 관련해 밝힌 투자 금액만 무려 5조 1500억 원에 이른다. 현대차는 인도 법인의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인도의 전동화 전환 투자에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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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올해 하반기에 인도 첫 현지 생산 전기차를 선보이며 인도 전기차 시장 성장에 본격적으로 대응한다. 올해 말 첸나이 공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 양산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5개의 전기차 모델을 투입할 예정이다. 현대차 판매 네트워크 거점을 활용해 2030년에는 전기차 충전소를 485개까지 확대한다. 기아(000270)도 2025년부터 현지에 최적화된 소형 전기차를 생산하고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순차적으로 공급한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도 병행한다.
최근에는 양 사가 인도 배터리 전문 기업인 엑사이드에너지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인도 전용 전기차 모델에 현지 생산 배터리 탑재를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현지화해 가성비가 중요한 인도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현지 전동화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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