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인수합병(M&A) 딜이 해마다 줄어들면서 주요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자문 수수료를 성공 보수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마른 수건 쥐어 짜기’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대형 회계법인 투자금융(IB) 담당 부서는 인력 감축에 나서며 적자 운영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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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스틱인베스트먼트와 IMM 프라이빗에쿼티(PE) 등 주요 PE들이 속속 자문료를 성공 보수로 전환했다. 이들은 지난해 말 기준 운용 펀드의 총 약정액이 각각 6조 4757억 원(3위), 6조 4709억 원(4위)에 달하는 곳으로 PE 중에서도 선두권 업체다.
PE의 자문료 성공보수 전환 기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성공보수는 최소 착수금만 지급하고 M&A 성공 시에만 잔금 지불하는 방식으로 평판과 체면을 중시하는 PE들이 딜 가뭄으로 비용 감축에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22년까지만 해도 펀드 총 약정액 2조 원 이상의 규모 있는 PE는 인수·매각 실사 등 자문료를 투입 인력에 맞춰 지급했다”며 “하지만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M&A 건수와 금액이 모두 줄어든 데다 특히 5000억 원 이상 대형 매물이 급감하며 주요 PE가 지출 감축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M&A 건수와 거래 총액은 2021년 후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삼일 PwC에 따르면 2021년 2318건이던 국내 M&A 거래 건수는 지난해 1809건으로 22% 감소했다. 같은 기간 거래 금액은 132조 원에서 81조 원으로 38.6% 쪼그라들었다.
자문료의 성공 보수 전환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건 회계법인 IB 부문(컨설팅·딜·재무자문본부 등)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2억 원에 자문료 계약을 맺었다면 이제는 착수료 5000만 원을 받고 성공 보수로 2억 원을 받는 식으로 바뀌었다”며 “문제는 딜 하나에 최소 5곳 이상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성공 보수를 받을 가능성이 채 20%도 안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의 경우 지난 4월 17일 숏리스트(적격예비인수후보)로만 9곳이 선정되며 ‘경쟁 과열’ 우려를 낳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4대 대형 회계법인 IB 부문은 인력 감축으로 대응하고 있다. EY한영은 500여명에 달했던 IB 인력이 1년 새 400여명까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삼일PWC는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추가 인력을 뽑지 않는 방식으로 700여명에 달했던 인력을 650여명까지 줄였다. 삼정KPMG와 딜로이트안진도 상황은 비슷하다. 4대 회계법인 IB 관계자는 “PE의 자문료 성공 보수 전환이 관행으로 굳을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자문 품질 저하, 부실 M&A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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