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누구나 입사하고 싶은 회사다. 그곳에서 임원까지 오르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열심히 일을 해서 임원의 자리까지 오른 회사에서 갑자기 정리해고가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구글 임원에서 실리콘밸리 알바생이 된 정김경숙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구글 임원에서 실리콘밸리 알바생이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이야기인가
– 구글코리아에 있다가 구글 본사로 가게 됐다. 내가 최초로 비원어민 디렉터였는데 처음에는 자랑스러웠다. 그러다가 실리콘밸리에 대규모 정리해고 바람이 불었다. 구글도 피해갈수는 없었다. 저도 저희 팀도 구조조정에 임팩트를 받았다. 그러다 메일 한 통으로 통보를 받게 되었다. 저도 큰 변화를 겪은 사람으로서 어떻게 넘기는 지 중요한 문제인 것 같아. 슬픔도 있고 원망도 있었지만 시간을 잘 활용하자 라고 생각했다. 마트에서 일해보기 바리스타해보기 바텐더 해보기 등등 버킷 리스트를 작성했다. 30년 직장생활을 했는데, 30년 동안 3개의 회사 밖에 경험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1년 서너개의 사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게 되었다. 내가 원하지 않는 변화였지만 내 시간을 내가 알차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공백을 잘 보냈다고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도 예기치않은 변화가 왔을 때 한 발짝 물러서서 주도적으로 사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서는 고정관념 때문에 한국말고 해외로 가야한다고 이야기한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직했을 때 생각의 변화가 있었나
– 한국에서의 그때 나는 전무였다. 즉, 내 편, 인맥이 많았다. 일하기도 너무 수월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본사로 가보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인터네셔널 미디어팀을 만들고 키워냈다.
한국도 물론 다이나믹한 변화가 있지만 하지만 구글 본사는 더 피부로 와닿는 변화가 느껴진다. 본사는 직원의 규모부터 다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기에 어떻게 일하는지 어떻게 협업을 하는지 어떻게 관계를 설정하는 지 배우게 되었다.
상무라는 직책과 전무라는 직책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대외적으로 상무들이 알려지는 것 같다. 왜 그런가
– 회사마다 다르긴 하지만 짐작하지만, 가장 일을 열심히 할 때 첫 임원직이 상무이기에 그런 것 같다.
어떻게 정김경숙이라는 이름이 알려졌나
– 가장 중요한 것은 pr팀이 기자들을 만났을 때 유익해야 한다. 회사 이야기만 하면 기자들은 만나지 않을 것이다. 인사이트를 나눠야 기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기자들한테 도움이 되는 pr러가 중요하다. 구글 뿐만 아니라 광고시장, 최근 유튜브 트렌드 등등 회사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를 둘러싼 다른 인사이트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회사의 소스 뿐 아니라 인더스트리의 소스가 되어한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지 않겠느냐.
다음으로는 진심으로 사람을 대해야한다. 이게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만나도 연락도 할 수 있는 그런 인간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에서 일을 하면서 SNS를 바라보는 관점이 궁금하다
– SNS를 사용하는 목적은 다른 것 같다. 페이스북은 조금 더 사적인 모먼트, 어떤 어플은 커리어에 관련된 것들이 올라온다. SNS에 올리면 공감되는 부분들을 공유하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을 올리면 이것도 내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기뻐한다. 내 정리해고 경험을 나누니 댓글에 용기를 얻었다는 댓글이 많다. SNS가 다른 사물이나 세상을 보는 눈도 되고 다른 사람이 저를 바라보는 채널이 되기도 한다. 연결고리 같다는 생각이 든다.
16년 동안 온 마음을 바쳐 일해왔던 회사에서 4년 간 고군분투하며 애지중지 키운 팀을 없앤다는 통보를 어떻게 받아들였나
-처음에는 슬픔의 5단계라고 있다. 처음에는 부정을 했다. ‘낚시성 스팸이다 이건’ ‘누가 장난친거야?’ 하고 메일을 읽지도 않았다. 다음에는 원망을 했다. 왜 우리 팀이지? 나는 열심히 하고 성과도 좋고 왜 하필 우리인가. 나는 회사에 몸 받쳐 16년을 일했는데… 다음에는 타협을 하기 시작했다. 퇴직할 때 이만큼 대우를 받으니 타협도 하고 그래 이정도 열심히 했으니 다른 걸 해볼 기회다. 아무리 다른 걸 하고 싶어도 나 스스로 구글을 그만둘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구글이 나를 놓아줬다고도 생각이 든다. 최근 출간한 책도 처음에는 구글에 대한 원망으로 시작했지만 마지막에는 땡큐로 끝났다.
회사를 나오고 가장 크게 깨달은 건 뭔가
– 내 인생의 굴곡이 많았지만 회복해냈다. 그 이유는 끝까지 내 루틴을 지켰다.
인생의 큰 위기나 변화가 왔을 때 루틴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컴퓨터가 없으면 뭐를 해야할까? 하지만 이번 기회로 육체 노동을 하며 얻는 자신감이 컸다.
은퇴의 연습을 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직장도 없고 돈도 벌지 않는다.는 사실이 위기감이 느껴진다. 매달 돈이 들어오다가 돈이 안들어오니까 사람이 인색해진다. 그리고 막상 타이틀이 없으니 나를 소개하지 못하겠더라. 한국은 특히 내 회사가 나를 소개하는 그 자체이다.
퇴사를 하니 내 자존감이 없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걸 미리 연습하는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으로는 시간관리다. 갑자기 하던 일정이 없어지니 시간관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배웠다.
정김경숙은 무엇으로 불리고 싶나
– 생각은 안 해봤지만 지금 타이틀은 실리콘밸리 알바생인 것 같다.
구글 처음 들어갔을 때 어땠나
– 내가 처음 들어갔을 때에는 구글이 한국에 알려지지 않았다. 온라인 회사인데 혁신적인 회사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고 나한테 스카우트가 왔다. 그때 당시에는 작은 회사였기에 갈지 말지 고민하다가 같이 성장해보자는 마음에 입사했다.
작은 회사일 때 같이해서 같이 크는 보람도 있는 것 같다.
너무 한 회사에 있으면 모험심을 깎아 내리는 것 같다. 좋은 회사에 있을수록 사람이 안주하게 되는 것 같다. 리스크를 지고 모험하는 것이 더 성장하기 좋은 것 같다.
모두가 원하는 대기업에서 일을 했는데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과 성공의 모습과 맞닿아 있었나. 정김경숙이 생각하는 성공과 행복의 기준은 뭔가
-어제보다 오늘이 나아야하고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야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여기에 이바지 하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구글에 다닐 때 권리운동도 했다. 안 해도 되는 일인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했다. 그것이 기성시대가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 것보다 중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좋은 회사의 정의가 중요할텐데, 좋은 회사는 내 비전과 회사의 비전이 맞을 때 좋은 회사가 되는 것 같다. 나에게는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비전을 가진 회사가 좋은 회사였다. 부자에게만 적용되는 서비스가 아니라 모두에게 어린 아이, 장애인 등등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서비스를 받았으면 했다. 나와 같은 비전을 가지고 있어 열심히 일할 수 있었다.
돌아보니 커리어에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시기는 언제였나
-아마도 첫 해였던 것 같다.
첫 출근했을 때에는 밥을 어디서 먹어야하는지, 동료와 무슨 이야기를 해야하는지.
학교를 졸업하고 첫 회사가 늘 두려움이었다. 내가 회사에 맞는 사람일까 조직에 맞는 사람일까 겁나고 두려웠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보니 회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첫 해 일을 잘해서 자신감을 얻었다. 그 원동력이 컸던 것 같다.
지금 사회 초년생과 정김경숙 작가의 사회초년생 때의 모습은 무엇이 다른가.
– 그때 당시에는 여사원을 뽑는 경우가 드물었다. 지금은 다행히도 그 격차가 많이 줄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인턴 생활을 하기에 조금 더 회사생활을 쉽게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자리가 적다보니 경쟁이 심해지는 것 같다. 취직도 잘 안되고 취준생이 많아지는 것 같다. 옛날보다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어렵지만 그 단계를 넘어가보자 견뎌보자 이야기하고 싶다.
과거에는 평균 수명이 75세였다면 지금 90세, 100세 시대가 아닌가. 지금 당장 풀리지 않더라도 옛날과 다르게 생각해야한다.
축구를 보면 전반 45분 후반 45분이 있다. 대부분 경기는 후반에 결정이 난다. 전반 아무리 잘해도 후반에 여러 골 넣으면 된다. 젊었을 때 안풀리더라도 길게보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응원하고 싶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홍보를 담당했는데 홍보를 진행하면서 어떤 점을 가장 중요시했나
-두 가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 행사를 왜 하는가? 이 행사를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가.
구글은 알파고를 만든 업체이다. 그때 당시에는 ai가 터미네이터였다. ai가 승리하면 두려움을 느낀다.
반대로 사람이 승리한다고 해서 구글에도 타격이 있다.
그걸 타개한 방법이 휴머니즘이다. 알파고가 이겨도 알파고는 사람이 만든 것이니 사람이 이긴 것이고 사람이 이겨도 결국 휴머니즘이 승리한 것이다.
다음으로는 바둑이라는 것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처음 기자들이 많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기자간담회장의 규모를 얼마나 잡아야할지 몰랐다. 200명 규모였는데, 대국이 진행될수록 기자가 점점 들었다.
누가 이기길 바랐나
-그때 당시에 반반이었던 것 같다. 우리 기술의 승리와 이세돌이 이기길 바라는 마음이 정말 딱 반반이었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이후 큰 충격이었는데 홍보 담당자로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1국 2국 할 때에는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3국 부터는 진짜 사람이 졌네. 하며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충격이 컸었다. 모든 사람이 패배감이 들었다. 4국에서 이세돌 9단이 이겼을 때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그때 당시에는 ai가 상용화되지도 않았다. 그래서인지 많이 사람들이 두려워한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ai 챌린지가 빨리 왔던 것 같다. 지금은 ai를 활용하지 않느냐.
코로나 이후로 기술의 변화는 어떤가
– 코로나가 나쁜 것만 가져오지는 않았다. zoom를 활용한 의사의 처방. ai 기술의 발전. 등등 인류사적으로는 안타깝고 슬픈 사건이다. 하지만 기술의 촉진을 불러왔다고 생각했다.
직장생활이 길었던 만큼 새로운 사람도 정말 많이 만나봤을 것 같은데 새로운 자리에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팁이 있나
-결국 회사 생활이나 어느 조직을 가나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어딜가든 다 사람이다. 인맥이라는 것도 중요하다. 아부 떠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이 어떻게 나를 도와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항상 호기심을 가지고 사람 관계에 정성을 쏟았으면 좋겠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시한 점은 뭔가
– 가장 중요한 점은 진실성이다. 지금 당장 회사 제품을 알리려고 한다. 하지만 단점을 숨기려기 보다는 장점과 단점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진정한 홍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방법이 멀리갈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연차가 쌓이다보면 열정이 식거나 번아웃이 올 때는 어떻게 했나
-직장인들이 번아웃이 있을 것 같다. 일은 많고 퇴근해도 일이 쌓여있다. 나도 번아웃이 온 적이 있다. 생각나는 것은 마케팅 헤더가 공석이 되었을 때 내가 같이 맡게 되었다.
두 가지 큰 역할을 맡다보니 책임감과 자랑스러움이 동시에 들었다. 그렇게 1년 반을 열심히 했다. 그러다보니 양쪽을 다 만족시키기는 어려운 것 같다. 스스로도 일의 만족감이 들지 않았다. 그때 번아웃이 온 것 같다. 회사 가기 정말 좋았는데 회사 가기 싫었다.
그래서 마케팅을 놓았다. 부끄럽거나 그런 감각도 들었지만 길게 생각해보니 내가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다. 원인을 분석하고 일을 놓을 줄도 알아야하는 것 같다.
좋은 상사란 뭘까
-자신의 성장과 승진보다 팀원의 승진과 성장을 챙겨주는 사람인 것 같다.
정김경숙의 삶을 돌아보면 도전의 연속인 것 같은데 끊임없이 도전하게 하는 원동력은 뭔가
– 성장하고 싶다는 욕구다. 똑같은 일은 싫다. 똑같은 방식은 싫다. 물론 새로운 일은 늘 두려움이다. 하지만 불안감이 없을 때 발전이 없다고 생각한다. 적절한 불안감은 늘 나의 성장 원동력이었다.
어떻게 하면 회사의 일이 아닌 퇴사 후 나만의 브랜드를 가지고 일을 할 수 있을까
결국은 어떤 일을 하는가가 중요하다.
내가 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 나는 사람들의 좋은 점을 찾아주고 이름을 외울려고 노력하고 좋은 에너지를 주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것들의 나의 브랜드이다.
지치지 않고 인생을 키워가는 방법이 궁금하다
– 가장 중요한 건 루틴인 것 같다. 루틴을 한 번 세워두면 차곡차곡 삶을 쌓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자신의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노력하는 것.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의미있게 채울 수 있을까. 루틴으로 채워가자.
두 번째로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이다.
젊었을 때에는 정신력으로 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이후는 그렇지 않다. 체력이 안되고 지쳐있으면 사람이 친절할 수가 없다. 체력도 실력인 것 같다.
그동안 무엇을 향해 달려왔고 앞으로는 무엇을 위해 달려갈건가
-제 30년 직장생활 동안은 큰 회사, 시스템 안에서 내 자신을 채워가는 일을 배운 것 같다. 앞으로는 제가 배운 것들을 공유하고 시간을 공유하고 내가 쌓아온 능력을 공유하는 것 같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드는 것에 일조하고 싶다. 후배들에게 좋은 롤 모델이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사회의 첫 걸음을 뗀 수많은 사회초년생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인생은 정말 긴 호흡으로 가봐야 알 수 있는 것 같다. 지금 당장 예기치 않은 변화에 주춤하고. 우리가 1,2 년 살 것아니지 않느냐. 단면적으로 내가 실패했다고 낙심 하지 않았으면 한다. 위기는 늘 기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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