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퍼스트레이디 외교도 눈길을 끌었다. 김 여사는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으로부터 국견을 선물받는가 하면, 각국 정상 부인들과 친교 활동을 통해 서로 우의를 다지는 등 장외에서 ‘내조 외교’를 펼쳤다.
1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 부부는 5박 7일 간의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이날 새벽 귀국했다. 김 여사는 각국 영부인들과 동물 보호·문화 예술을 매개로 소통하면서, 윤 대통령이 에너지·인프라·북핵 문제 등 굵직한 사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이번 국빈 방문 기간 가장 눈에 띄는 장면 중 하나는 투르크메니스탄 최고지도자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국견 ‘알라바이’를 선물한 장면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간)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최고지도자 겸 인민이사회 의장은 김 여사의 각별한 동물 사랑에 감명받았다며 알라바이를 선물했다.
알라바이는 투르크메니스탄의 국견으로,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알라바이 동상을 세우고 기념일까지 만들 정도다. 베르디무하메도프 최고지도자는 대통령 재직 당시인 2017년 10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알라바이를 선물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선물로 받은 알라바이 두 마리를 관저에서 직접 키우기로 결정했다. 검역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알라바이 두 마리는 18일쯤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다. 윤 대통령 부부는 알라바이 두 마리가 한국에 도착하면 용산 대통령실로 데리고 가 용산 잔디밭에서 뛰어놀게 한 뒤 한남동 관저로 데리고 가 키울 계획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 부부, 특히 김건희 여사의 동물 사랑과 생명 존중 정신이 외교 무대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것 같다”며 “김 여사는 작년 제인 구달 박사와의 만남, 올해 우크라이나 아동 미술 전시, 용산어린이정원 환경·생태관 개관식에 참석해 꾸준히 ‘생명 존중’의 메시지를 내 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여사는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 중이던 지난 14일(현지시간)에는 쿡사로이 대통령궁 영빈관에서 지로아트 미르지요예바 영부인과 친교 행사를 했다. 미르지요예바 여사가 준비한 우즈베키스탄 전통 문화행사에도 참석했다.
김 여사는 우즈베키스탄 측의 따뜻한 환대와 배려 덕분에 아름다운 풍경에 둘러싸인 웅장한 건물인 영빈관에서 편안히 일정을 보내고 있다며 미르지요예바 여사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또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간에는 문화, 기질 등 유사성이 많다고 들었는데, 앞으로도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해 동반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미르지요예바 여사와 함께 우즈베키스탄 장인들이 만든 도자기, 목공품, 자수 등의 전통 공예품들을 감상하고 우즈베키스탄 전통춤 공연도 관람했다. 김 여사는 우즈베키스탄의 전통 자수인 수잔늬 작품을 보고 “굉장히 섬세하고 아름답다”라고 평했다. 김 여사는 미르지요예바 여사가 수잔늬 자수가 새겨진 의상을 착용해 볼 것을 권유해 전통의상을 입어 봤다.
미르지요예바 여사는 김 여사가 평소 동물 보호 목소리를 내 온 것에 대해 공감하면서, 우즈베키스탄도 앞으로 유기견 등 동물 보호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전했다.미르지요예바 여사가 짧은 시간을 아쉬워하며 국빈 만찬 때 대화를 이어가자고 하자, 김 여사도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화답했다.
김 여사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공항 환송 행사에서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까지 미르지요예바 여사와 이야기를 나누며 친분을 쌓기도 했다.
다만 독자 일정을 최소화하거나 비공개 일정을 소화하는 등 과거 순방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외교’였다는 평가다. 이번 국빈 방문 기간 대통령실이 공개한 김 여사 관련 보도자료는 지난 11일과 14일 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배우자와의 친교 행사를 다룬 서면 브리핑 두 건이 전부다.
과거 순방 때 문화예술 분야 독자 일정을 수행해온 것과 대조적이다. 김 여사는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왕립전통예술원, 지난해 4월 미국 보스턴 미술관, 지난해 1월 스위스 취리히 미술관, 2022년 6월 스페인 한국문화원 등을 단독 방문했다.
공개 메시지도 일절 없었다.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국빈 방문 때 암스테르담 동물보호재단을 방문해 “한국 국회의 여야가 함께 개 식용 종식을 위해 발의한 특별법이 조속히 통과되기를 바란다”며 법안 통과를 촉구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처럼 김 여사가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는 것은 야권이 김 여사 관련 특검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논란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조사한 국민권익위원회가 순방 첫날 사건을 종결 처리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작년 말 네덜란드 국빈 방문 후 넉 달 넘게 잠행을 이어가던 김 여사가 이번 순방을 계기로 활동 반경을 더 넓힐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여사는 순방 기간 내내 윤 대통령보다 한 걸음 뒤에서 걷고, 각국 정상들에게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하는 등 최대한 몸을 낮췄다. 하지만 정중동(靜中動·고요함 속에 움직임) 외교 행보로 공개 활동을 본격화할 것임을 알렸다는 분석이다. 김 여사는 지난달 공식 외교 일정을 시작으로 그동안 중단했던 공개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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