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이 공개된 이후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의 진정성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10차 전기본과 비교하면 발전량은 높아졌지만 비중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서다.
실효성 또한 의문이다. 실무안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의 대다수가 태양광 발전으로 채워질 예정이지만 부지확보 등의 문제가 산적해 있다. 풍력발전 역시 인허가 과정 복잡해 설비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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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발전량 커졌지만 비중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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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본 총괄위원회가 공개한 제11차 전기본(2024~2038년) 실무안에 따르면 2038년까지 태양광·풍력발전 규모가 지난 10차 전기본대비 확대된다. 2030년 태양광·풍력 설비 보급 목표는 기존 65.8GW(기가와트)에서 72.1GW로 상향했고, 2038년 기준으로는 99.8GW에서 115.5GW로 확대했다.
신재생에너지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건 태양광이다. 2030년 기준으로 태양광이 53.8GW, 풍력은 18.3GW이다. 2038년에는 태양광이 74.8GW, 풍력은 40.7GW로 늘어나게 된다.
발전규모로만 보면 기존 계획보다는 확대됐지만 비중은 차이가 없다. 2030년 기준으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1.6%로 10차 전기본과 동일한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해 4월 발표한 ‘제1차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1.6%+α’로 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번 11차 전기본 실무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뒤떨어진다는 평가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한국 GDP(국내총생산)와 가장 유사한 멕시코의 경우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치 비중이 33%로 한국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또한 실무안에서 제시한 목표치는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도 크게 모자라다는 지적이다.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다양한 연구기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0년 최소 36%(110GW)에서 최대 53%(199GW)의 재생에너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 72GW는 그 어떤 연구기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도 부합하지 않는 적은 수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데이터센터 등을 이유로 수요 전망을 늘리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는 그대로임에도 목표 발전량이 소폭 증가했다는 이유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은 침소봉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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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시설 확보 현실성도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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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치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태양광 패널 1㎿(메가와트)당 3000~4000평의 부지가 필요하다. 단순 계산상으로 2030년까지 최소 1억6140만평이라는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산지가 많은 한국 국토의 특성상 개활지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풍력발전 시설을 늘리는 것도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2022년을 기준으로 국내 재생에너지 전체 발전 규모는 23.0GW이며 이 가운데 태양광 비중은 1.9GW에 그친다. 태양광에 비해 풍력발전 비중이 크게 뒤처지는 것은 길고 복잡한 인허가 과정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덴마크나 독일 등 해외 국가는 정부기관이 서로 조율해 3년 내 인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데 반해 한국은 10개 부처 허가를 받기까지 5년 반 이상 걸린다.
해외와 달리 풍력발전기를 어디에 설치할지 민간업자가 먼저 정하고 정부가 나중에 심사를 하는 방식도 문제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부지확보에 나서지 않는 이상 민간 기업이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긴 어려울 것이란 계 업계의 토로다.
앞서 21대 국회에서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풍력발전보급촉진 특별법안’을 시작으로 해상풍력 발전을 위한 3개의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여야의 협의를 거쳐 ▲정부가 주도해 사업장을 발굴하는 계획입지도입 ▲어업인 참여와 수산업 지원을 제도화하는 것을 골자로 쟁점을 해소하며 특별법안 통과가 가시화됐지만 돌연 여야의 정쟁이 심화하면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자동 폐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22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우선적으로 통과되지 않는 이상 풍력 발전을 확대하는 데 제약이 클 것”이라며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관련법 입법에 힘써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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