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기범 유수연 기자 =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분향소가 오는 16일 이전된다. 마지막날까지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시민들과 유가족들은 “진상 규명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5일 오후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분향소를 찾은 최선희 씨(59·여)는 “아무것도 해결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분향소를 옮기는 게 속상하다”며 “아무 잘못 없이 사람들이 죽었는데 진상 규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관 씨(65·남)는 “당연히 참사의 원인과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우리 60~70대 사람들은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비통한 표정을 지었다.
앞서 지난 5일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는 서울시와 협의해 오는 16일 서울광장 분향소를 서울시청 인근 실내 기억·소통 공간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세운 지 500일을 하루 앞둔 날이다.
이날 이정민 유가협 운영위원장은 취재진과 만나 “분향소는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공간이 됐다”며 “유가족들이 모여 가장 절실하고 절박한 심정을 해소시켜주는 공간으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연대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분향소 이전에 대해 이 위원장은 “(서울광장 분향소는) 시민들이 경찰들과 대치하며 벽이 돼주면서 만들 수 있었던 공간”이라며 “너무 많은 애환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이전이 아쉽고 마음이 허전하기도 하지만 옮겨지는 곳은 시설이 좋고 훨씬 편하다”고 했다.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분향소 이전을 하루 앞두고 현장을 찾았다. 유가족들은 “왜 이제야 왔냐”며 오열했고, 오 시장은 “진작에 왔어야 했는데 죄송하다”고 말했다.
고인이 된 김산하 씨 아버지인 김운중 씨(58)는 “(오 시장이) 진작에 왔어야 됐는데 너무 늦었다. 지금이라도 왔으니 다행이긴 한데, 이전을 앞두고 여론몰이를 하는 것 같아 달갑진 않았다”며 “특별조사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진상조사 제대로 이뤄져 우리 애들의 죽음에 대한 게 밝혀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유가족 박영수 씨(58·여)는 “오 시장이 시장 자리에 있는 가운데 이런 참사가 났었고 유가족 입장에선 공식적인 만남을 가졌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이전 공간이 임시 공간이긴 하지만 서울시민들한테 현재 공간을 돌려드리고, 아이들도 지붕이 있는 공간으로 갈 수 있게 돼 다행이다”고 말했다.
분향소가 이전되는 공간은 서울시청 인근 부림빌딩 1층 실내에 자리잡았다. 해당 공간은 분향소가 아닌 이태원 참사에 대해 기억하고, 유가족 간 위로와 치유, 소통의 공간, 시민들과 연대하는 공간으로 조성·운영될 예정이다.
유가족들은 16일 오후 3시 임시 공간 개소식을 열고, 그 전까지 24시간 분향소를 개방할 계획이다. 15일 오후 7시에는 가수 하림 씨가 참석하는 ‘기억 문화제’가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참사가 일어났던 이태원 골목은 한때 비가 오면서 한적한 모습이었다. ‘10.29 기억과 안전의 길’로 조성된 골목은 파란색 가벽으로 덧칠돼 있었다. 반대편 공사장 가벽에는 ‘낙서 그래피티 금지’라는 안내문이 무색하게 각종 낙서로 덮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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