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핫딜]극지연구소 1호 연구소기업 ‘크라이오텍’ 3억 시드 투자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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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투자는 극지연구소 1호 연구소기업이란 타이틀에 앞서, 해양자원의 잠재력과 우수한 기술력이 연계된다면 해양바이오산업 분야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독한 추위와 백야, 극야가 존재하는 극지에서 창업아이템을 캔 이들이 있다. 극지연구소 1호 연구소기업 ‘크라이오텍’이다. 양극해 미래자원 탐사 분야 전문가인 임정한 박사 연구팀이 남극 해양 미생물에서 찾은 ‘저온성 단백질 분해 효소’를 실험실에서 생산하는데 성공하고 미국, 유럽에 특허등록을 마친 뒤 2021년 크라이오텍을 창업했다.
이 회사가 최근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 특화 액셀러레이터(AC) 시리즈벤처스로부터 약 3억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이미 정부기관으로부터 R&BD(사업화연계 기술개발), 딥테크(첨단기술) 팁스 등을 통해 수십억원대 연구비를 확보한 이들이 AC로부터 별도의 투자금을 받았다는 건 본격적인 제품 개발 및 사업 고도화에 나서기로 했다는 뜻이다.
크라이오텍 측은 “그동안 저온성 활성 단백질 분해효소 대량생산 공정 시스템을 개발해왔다”면서 “이번에 받은 투자금은 R-P66 산업용 저온성 단백질 분해 효소를 이용한 의료·의류용 세정제, 분자진단키트, 사료 첨가제, 폐기물 처리제를 만드는 데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R-P66은 0~40℃ 및 pH(수소이온농도) 5~11 조건에서 안정적인 저온·염기성 단백질 분해 효소를 칭하는 과학계 용어다.
이번 투자를 총괄한 김형철 시리즈벤처스 수석은 “극지 생물들은 극한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독특한 유전 형질을 보유한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특별한 유전 물질들을 연구해 우리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든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이어 “크라이오텍은 희귀 신종 해양미생물을 발견하고 이를 해양바이오산업의 핵심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해양바이오산업은 해양생명자원을 토대로 생명공학기술을 적용해 유용한 물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말한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 따르면 국내 해양바이오기업 중 74.7%가 연평균 10억 미만의 매출을 일으킬 정도로 영세하다. 해외 해양선진국에 비해 산업 발전 속도가 더딘 편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최근 일부 해양생물 추출물을 첨가해 만든 화장품이 불티 나게 팔리고 의약·의료 분야에서도 해양 유래 신약이 상업적으로 이용되면서 이들 기업에 대한 대우가 차츰 달라지고 있다.
김 수석은 “전세계 환경 문제 대두로 친환경 효소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라며 “특히 세제용 효소 산업에서 저온성 단백질 분해효소 개발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식기세척기 보급 확대에 따라 세제용 효소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산업용 효소 시장은 연평균 6.4% 성장, 2027년에는 92억 달러(약 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크라이오텍은 남극 해양 미생물로부터 저온성 단백질 분해 효소를 추출해 낮은 온도에서도 효율적인 단백질 분해 기능과 세척 기능을 지닌 제품을 생산한다. 크라이오텍이 개발한 효소의 용처는 다양한데 세탁용 세제가 대표적이다. 세제의 주성분은 계면활성제다. 계면활성제는 찬물에서 잘 작동하지 않는다. 여기에 저온성 단백질 분해 효소를 첨가하면 효소가 특정 성분만 타깃으로 삼아 섬유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옷도 훨씬 깨끗하게 빨 수 있다.
김 수석은 “크라이오텍은 극지연구 경험을 보유한 팀원으로 구성돼 친환경 효소 연구·상용화에 특화돼 있으며, 딥테크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술과 솔루션으로 촘촘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했다는 점을 눈여겨 봤다”고 말했다. 또 “극한 조건에 적응한 유기체에 의해 생성된 효소를 활용하는 만큼, 안정성, 생산성 등을 두루 갖춘 고퀄리티 제품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을 높게 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효소는 △캡슐형 의류 세척제 △액상형 주방세제 △의료용 세척제 △분자진단키트 △돼지·닭·개 등의 사료 첨가제 △도축장 및 어류 폐기물 혈액 처리제 △육류 연육제 등 식품 첨가제 △가죽 연화제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해 빠른 사업화와 매출 증대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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