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을 중심으로 기준금리 인하 요구가 거센 가운데, 시중 유동성은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통화 및 유동성’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광의통화(M2) 평균잔액은 전월 대비 16조7000억 원(0.4%) 증가해 4012조9600억 원이 됐다.
시중 유동성이 4000조 원을 웃돈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증가세도 강해졌다. 4월 증가율(5.7%)은 전월(5.0%)보다 높았다.
유동성 흡수가 되기는커녕, 유동성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모습이다. M2는 작년 6월부터 올 4월까지 11개월 연속 늘어났다.
세부내역을 보면, 정기예·적금이 10조2000억 원 증가한 1695조3486억 원이었다. 수익증권은 6조9000억 원 증가한 325조747억 원, 시장형상품은 7조9000억 원 증가한 55조1552억 원이었다. 머니마켓펀드(MMF)는 3조3000억 원 증가한 103조1022억 원이었다.
한은은 중동 분쟁 등을 우려해 안전자산 수요가 커지면서 정기예적금에 돈이 유입됐다고 밝혔다. 은행이 양도성예금증서(CD)와 환매조건부채권(RP) 발행량을 늘리면서 투자 상품에도 돈이 몰렸다.
반면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은 7조3000억 원 감소해 693조3821억 원이, 요구불예금은 2조8000억 원 감소해 366조7448억 원이 됐다. 현금통화는 5000억 원이 조금 넘게 증가한 174조6787억 원이었다.
주체별로 보면 기업에서 18조9000억 원이 증가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는 1조7000억 원 늘어났다.
협의통화(M1)는 전월 대비 0.8% 감소한 1234조8000억 원이었다. 금융기관유동성(Lf)은 전월 대비 0.2% 증가한 5479조 원, 광의유동성(L)은 0.4% 감소한 6880조 원이었다.
이처럼 통화량이 증가세를 이어감에 따라 한은의 기준금리 유지가 과연 옳았느냐는 지적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현 상황을 긴축 기조 유지로 보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중 유동성이 전혀 흡수되지 않음이 장기간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신생아 특례대출 등 부동산 시장 떠받치기를 위해 정책 대출을 늘리면서 금융 시장 안정성에 관한 일각의 우려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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