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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팹리스)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사피온과의 합병을 전격적으로 결정하면서 리벨리온의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 작업이 다소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리벨리온은 증권사들에게 상장 주관사 선정 일정에 큰 변동이 없다는 입장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으나 향후 합병 과정에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적한 만큼 IPO 시점은 상당히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은 사피온과의 합병을 결정한 12일 상장 주관사 입찰 경쟁에 뛰어든 국내 증권사들에 합병 사실과 함께 주관사 선정 작업을 그대로 진행한다고 알렸다. 11일 입찰 제안서 제출을 완료한 국내 주요 IPO 하우스들은 합병 법인의 기업가치와 성장 전략을 어떻게 제시할지 고민하면서도 사피온과의 합병이 IPO 일정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신한투자증권·대신증권 등이 제안서를 낸 상황이다.
일단 리벨리온은 국내 AI 반도체 산업이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과 맞서기 위해서라도 증시 상장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리벨리온 상장 주관사 입찰에 참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당초 이르면 다음 주로 예정됐던 쇼트리스트(2차 후보군) 발표와 경쟁 프레젠테이션(PT) 일정이 약 2주가량 연기될 것이라고 전달 받았다”며 “사피온보다 펀딩 벨류에이션(기업가치)가 약 두 배 큰 리벨리온이 존속법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장 주관사 선정 작업을 그대로 진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합병 비율 결정, 이사회 구성, 합병 후 경영 안정화 등 합병 발표 이후 논의 및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기 때문에 IPO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2014년부터 합병 법인의 해당 사업 연도 결산이 완료되지 않더라도 상장 예비 심사를 진행할 수 있게 형식적 심사 요건 문턱을 낮췄다”면서도 “합병 같은 기업 구조 변경 이후 질적 심사 요건을 충족하려면 경영 및 영업 안정성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리벨리온 상장 주관사 입찰에 참여한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앞서 낸 제안서들에 담긴 예상 기업가치, 성장 전략 등은 합병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작성한 것들”이라며 “주관사 선정 및 IPO 일정을 그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리벨리온의 재무적투자자(FI)들은 AI 반도체 산업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 사피온과의 합병이 전략적으로 유효한 판단이었다는 평가를 내리면서도 ‘엑시트(투자금 회수)’ 방향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리벨리온은 올 1월 1650억 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며 약 9000억 원의 몸값을 인정받았다. SV인베스트먼트·IMM인베스트먼트·미래에셋벤처투자·KB인베스트먼트·KT인베스트먼트 등이 주요 투자자다. 리벨리온 FI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한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합병 결정이 FI를 완전히 배제하고 내려져 당혹스럽기는 하지만 합병을 통해 리벨리온의 기업가치가 더 높아진다면 오히려 좋다”고 말했다.
리벨리온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제출한 제안서를 열심히 검토하고 있으며 상장 주관사 선정은 현재 진행형”이라면서도 “합병으로 IPO 시기를 이야기 하기가 더 어려워진 상황은 맞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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