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성일하이텍이 헝가리 공장 가동을 전면 재개하고 독일 투자에도 속도를 낸다. 반면 미국에서는 하이드로센터 건립에 신중을 기하며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의 전기차 산업이 큰 변화를 겪을 수 있는 만큼 당분간 시장을 예의주시한다는 전략이다.
14일 이강명 성일하이텍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헝가리 공장은 )이달 내로 허가를 받아 정상 가동한다”고 밝혔다.
헝가리 당국은 지난해 성일하이텍 재활용 1·2 공장에 셧다운을 명령했다. 폐기물 과다 보관과 폭발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를 이유로 들었다.
성일하이텍은 현지 당국과 협력해 후속 조치를 취하고 1공장 가동을 먼저 시작했다. 2공장은 작년 8월 이후 약 10개월 동안 잠정 폐쇄했었다. 최근 노그라드 카운티로부터 허가를 받아 2공장 가동 재개를 준비 중이다. 이 대표는 “인허가 관청이 제시한 9개 과제를 모두 완료했다”며 “관계 당국과의 현장 점검도 마쳤다”고 설명했다.
헝가리에 이어 독일 투자에도 속도를 낸다. 이 대표는 “하반기 공청회 이후 승인을 위한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일하이텍은 당초 튀링겐주 루돌슈타트시 슈바르자 산업단지에 재활용 공장 건설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부지 확보에 문제가 생기면서 계획을 변경했다. 튀링겐주 게라시 크리츠슈비츠에 위치한 산업단지 내 6만㎡ 규모 부지를 확보했다. 당초 올해 1분기 착공 예정이었으나 당국의 승인 지연으로 늦어지고 있다.
성일하이텍은 헝가리와 독일, 두 거점을 토대로 유럽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을 공략한다. 유럽연합(EU)은 배터리에 재활용 원료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는 배터리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2031년부터 재활용 최소 비율을 코발트 16%, 리튬 6%, 납 85%, 니켈 6% 등으로 설정했다. 해당 법안으로 재활용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성일하이텍은 설비 투자를 단행하고 준비에 나섰다.
반면 미국에서는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규정된 리사이클링 관련 내용이 모호한 부분이 있다”며 “미국 대선 이후 규정이 확립될 때까지 하이드로센터 건립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이드로센터는 폐배터리를 분쇄해 만든 중간가공품 블랙매스를 원료로 니켈, 코발트, 리튬 등 고순도의 배터리 원료
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성일하이텍은 북미와 유럽에 하이드로센터 건립을 모색해왔다. 수년 째 부지를 물색하고 있으나 아직 투자를 확정짓지 못했다.
무엇보다 미국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뒀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를 통한 전기차 보조금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배터리 업계의 미국 투자도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성일하이텍이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기차 캐즘(일시적인 수요 정체)도 걸림돌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전기차 생산량을 기존 20만~30만 대에서 20만~25만 대로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포드는 신형 전기 픽업트럭 출시를 2026년으로 1년 미뤘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률 둔화에 미국의 대선 정국까지 겹치면서 성일하이텍은 현지 하이드로센터 건립에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 대표는 향후 글로벌 시장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전기차 업황은 점차 개선될 것”이라며 “지속적인 리사이클링 기술 개발과 공급망 다변화, 글로벌 시장 확대를 통해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성일하이텍은 최근 전북 군산에 ‘제3하이드로센터’를 준공했다. 1단계로 코발트 600톤(t), 니켈 5300t, 리튬 6000t 생산한다. 2027년까지 2단계 투자를 완성하면 전기차 약 30만 대에 공급이 가능한 소재를 만들 수 있게 된다. 1·2·3공장 생산량을 모두 합산할 경우 전기차 약 40만 대 생산이 가능한 원료를 공급할 역량을 갖춘다.
이 대표는 3공장 생산량 관련 계약 현황에 대해 “세부 내용을 공개하기 어려우나 기존 고객사와 꾸준히 거래를 유지하고 있다”며 “생산능력 확대에 따라 다양한 신규 업체와도 협력을 적극 진행 중이다”라고 강조했다. 성일하이텍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3사를 고객사로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에서 3공장 생산량의 80%에 대한 공급 계약을 마쳤다고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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