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한나연 기자] #1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북촌한옥마을에서 감사원으로 향하는 종로구 가회동 언덕길에 지하 1~지상 2층 단독주택을 지어 60년 보유하고 있다. 이 일대에는 한화그룹 소유 주택이 다수 자리잡고 있다.
#2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종로구 평창동에 산다. 부친인 고 정주영 현대 회장이 별세하면서 평창동 땅을 물려받아 지하 1~지상 3층 단독주택을 지었다.
평창동과 가회동, 장충동 등은 서울 강북의 산을 등지고 있는 전통 부촌이다.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잔디 깔린 넒은 마당의 대저택이 흔한 곳이다. 정·재계 주요 인사들이 오래전부터 몰려 살던 지역이다.
이제 세월이 흘러 부자들의 주거 인식도 변하고 있다. ‘마당 너른 대저택’에서 벗어나 호텔식 서비스가 제공되는 레지던스나 전망 좋은 고층 펜트하우스 등을 찾는 부자들이 늘고 있다.
스포츠카 등 고급 차 여러 대를 안전하게 수용하는 넓은 주차 공간과 프라이버시가 확실히 보장되는 시크릿 하우스가 신흥 부촌의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 ‘젊은 부자’의 새로운 니즈 반영한 부촌 부상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대한민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신흥 부자 또는 대기업 오너 2,3세들은 전통 부촌인 강북보다는 한강변이나 강남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젊은 부유층에 걸맞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공하는 한남동과 청담동 등에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창·가회·성북동은 노후 주택이 많고 언덕 지형으로 이뤄져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단점이다. 젊은 부자들은 ‘산 밑 외진 곳’에서 벗어나 다운타운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부동산 침체에도 불구하고 강남 초고가 아파트들은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말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발간한 한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강남·서초·종로·용산구 등이 상대적으로 부집중도지수가 높게 나타났다. ‘부집중도지수’는 금융자산이 많은 부자들이 어느 지역에 주로 거주하는지 보여주는 지수로 수치가 클수록 부집중도가 높고 고액 자산가가 많다는 걸 의미한다.
최근 서울지역 초고가 아파트의 거래 트랜드에도 신흥 부자의 주거 취향이 반영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 압구정동 구현대 6·7차 전용면적 245㎡(76동, 10층)는 지난 3월 115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2021년 80억원에 비해 무려 35억원 높은 가격이다.
◇ 호텔식 서비스 제공하는 나인원한남,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시그니엘 레지던스
지난 4월 NH투자증권의 ‘고급주택시장 분석-고급주택 트랜드 변화와 전망’에 따르면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전용 206㎡)’은 지난 1월 97억원 신고가를 찍은 뒤 한 달 뒤인 2월에는 9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나인원한남은 복층과 펜트하우스에만 제공되는 전용차고, 엘리베이터 등 사생활 보호가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입주민에게만 제공되는 최고급 커뮤니티 시설이 젊은 부유층에 어필되고 있다. 유명 호텔 셰프가 요리하는 조식 서비스, 고급 식당가를 비롯한 피트니스, 수영장, 농구장, 골프연습장, 사우나, 음악 레슨실, 게스트룸, 파티룸 등 최고급 호텔 못지않은 서비스가 제공된다. 편의성은 기본이고 희소성을 더 중시하는 젊은 부자들의 소비 및 투자 성향을 엿볼 수 있다.
성수동을 포함한 ‘성동구’도 지난해 처음으로 부집중도지수가 1.0을 넘어 신흥 부촌의 반열에 올랐다. 서울숲과 뚝섬 한강공원이 인근에 있어 성수동 최고급 숲세권 주상복합이라 불리는 ‘아크로서울포레스트(전용 198㎡)’는 지난해 8월 99억원에 거래됐다.
송파구 시그니엘 레지던스도 연예인과 투자은행(IB) 경영진 등으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전망 좋은 잠실 롯데월드타워 지상 42~71층에 전용면적 133~829㎡ 규모 223실로 구성돼 있다. 분양가는 42억에서 370억원까지 다양하다. 나인원한남 등과는 주거 형태가 다르다. 오피스텔 형태로 연 단위 월세 등 단기 계약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그니엘 레지던스의 장점은 △커뮤니티 시설(미팅룸·파티룸) △레지던스 카페 △피트니스룸 △실내 골프연습장 등과 호텔 시그니엘의 △컨시어지 △하우스키핑 △룸서비스 등의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점이다. 또 집으로 호텔 셰프를 초청할 수 있는 방문 셰프 서비스도 이용 가능해 젊은 부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 경기 사이클과 무관한 ‘그들만의 초고가 리그’ 형성
부촌의 가장 큰 특징은 경기에 따라 가격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번 형성된 부촌 프리미엄은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이 때문에 거주 목적외에도 가격하락 리스크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부동산 수석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고급 주택시장 규모는 구매력을 갖춘 초고액 자산가의 증가와 강남권, 용산, 한강변 및 공원 조망 지역을 중심으로 공급이 꾸준하게 이어지며 영역이 확대될 전망”이라며 “일반 아파트와 달리 시황에 덜 민감하고 시장 침체기에 거래가 없어 하락폭이 가시화되지 않지만 활황기에는 상승 탄력이 크다”고 분석했다.
고급주택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말 기준 자산 5000만달러 이상 한국 초고액 자산가는 3886명으로, 2020년보다 94% 늘었다. 또 영국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나이트프랭크’는 자산 3000만달러 이상 힌국 부자는 지난해 7310명 정도인데 오는 2028년까지 947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부자들에게 부동산은 마음을 의지하는 자산이란 성격이 강합니다. 만약 그들에게 100억 짜리 부동산과 현금 100억원 가운데 하나를 택하라고 하면 부동산을 꼽을 것입니다”
부자들에게 부동산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하나은행의 한 PB가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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