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이준현 기자] 두산밥캣이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 톱10에 진입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최근 인수를 결정한 유압기기 회사 모트롤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모트롤 인수가 두산밥캣의 중장기적 성장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단기적인 수익성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두산밥캣,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 톱10 진입
최근 영국의 건설정보전문그룹 KHL이 발표한 ‘2024 건설기계 기업 순위(옐로테이블)’에서 두산밥캣은 점유율 3.1%로 10위를 차지했다.
이는 2022년 14위, 2023년 11위에서 꾸준히 상승한 결과로, 국내 단일 기업이 글로벌 톱10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산밥캣의 이같은 성장은 북미 지역의 견조한 제품 수요와 공급 이슈 해소를 통해 이루어졌다.
지난해 두산밥캣의 매출액은 9조7589억원, 영업이익은 1조389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3%, 30% 증가했다.
특히 북미시장에서의 매출이 15% 증가하며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북미 지역이 성장을 견인했다.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도 매출이 7% 증가하며 두산밥캣의 글로벌 성장을 뒷받침했다.
◇ 두산이 4년전 매각한 모트롤, 두산밥캣이 재인수
두산밥캣은 지난 12일 유압부품 전문기업 모트롤을 246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모트롤은 1974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유압기기 제조업체로, 건설장비용 유압 모터, 펌프, 메인 컨트롤 밸브 등을 생산하며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8년 두산중공업에 인수된 후 2010년 두산에 합병되었으나, 2020년 두산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모펀드에 매각된 바 있다.
이번에 두산밥캣이 인수하는 것은 모트롤의 민수 부문이다. 모트롤은 지난해 12월 민수 부문과 방산 부문(현 MNC솔루션)으로 인적분할했다. 방산 부문은 현재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모트롤은 최근 완전 전동화를 대비해 전기적으로 장비를 구동하고 제어하는 ‘E-드라이브’ 기술도 개발 중이다.
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은 “건설장비를 비롯한 산업용 장비의 핵심인 유압 기술 보유 기업 모트롤 인수를 결정했다”며 “세계적인 수준의 제품과 기술을 갖춘 두산밥캣과 모트롤이 수직적 결합으로 시너지를 창출하는 동시에, 외부 물량 확대로 모트롤의 외형 확장을 도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밥캣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를 거쳐 오는 9월 경 모트롤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 증권가 “모트롤 인수, 단기 기업가치 영향은 제한적”
키움증권 이한결 연구원은 “모트롤 인수 마무리 후 실적은 2024년 4분기부터 반영이 예상된다”며 “주요 고객사 중 중국 업체 비중이 높아 중국 건설기계 수요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전사에 미치는 수익성 개선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트롤은 중국 유압부품 시장 공략을 위해 2011년 장쑤성에 현지 법인과 생산 기지를 설립하고, 2022년 제2공장까지 증설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왔지만 지난해 1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모트롤 인수가 단기적으로 두산밥캣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이 연구원은 “모트롤의 유압 부품이 두산밥캣의 소형 건설기계 제품에 납품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수직적 결합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라며 “원재료 수급처의 다변화로 생산 안정화 효과도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는 두산밥캣이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두산밥캣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약 1조8천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모트롤 인수 이후에도 북미 등 선진 시장에서의 성장을 위해 추가 M&A 기회를 계속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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