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지난 2021년 1·6 의사당 폭동 사태 이후 3년여 만에, 지난달 30일 ‘성추문 입막음 돈’ 의혹 사건에서 유죄평결을 받은 이후 2주 만에 처음으로 미 의사당을 방문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생일을 하루 앞둔 이날 오전 의사당 인근 ‘캐피털 힐 클럽’에서 공화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들과 조찬 회동을 가졌다.
조찬회동에 참석한 의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로저 윌리엄스(텍사스) 의원은 전날(12일)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 간 야구 경기에서 공화당이 ’31 대 11’로 승리한 것을 기념하는 야구 방망이와 공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찬회동에서 의원들과 여론조사 수치를 포함해 주요 주(州)들에서의 선거 상황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친(親)트럼프 의원들에 대해선 격려를 보냈지만, 자신에 대한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던 리즈 체니 전 의원 등을 거론하며 오는 11월 총선에서 이들에게 승리를 거두는 것에 관해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낙태 문제 등 정책 이슈에 대해서도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특히 낙태 문제와 관련해선 진보적 입장을 반대한다면서 예외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이 문제를 무시하기엔 너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의원들이 여성 유권자에 대해 존경심을 보여야 하며 신중하게 언급해야 한다는 점도 거론했다고 마크 몰리나로(뉴욕) 의원이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세의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이용했고, 우리는 (그것에 대처할) 도구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국경, 세금 등 다른 이슈도 언급했지만, 전체적으로 이번 회동의 성격은 단합 대회(pep rally)였다고 맷 게이츠(플로리다) 의원은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수인 테일러 스위프트가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것에 대해 놀랐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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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은 하원에 이어 이날 낮엔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과도 만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대선 패배 후 이날 처음으로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를 만나 악수와 함께 대화를 나눴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에게 “우리는 정말 긍정적인 만남을 가졌다”며 “그(트럼프 전 대통령)와 저는 약간의 대화를 나눌 기회를 얻었고, 몇 차례 악수했다”고 밝혔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1·6 의사당 폭동 사태 당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워 왔다.
그러나 매코널 원내대표는 3월 초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자리를 사실상 확정하자 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상원 의원들과 면담에 앞서 기업 친화적 정책을 추진하는 단체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모이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 CEO, 팀 쿡 애플 CEO 등이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번 워싱턴DC 방문은 공화당의 공식 대선주자로 내정된 상태에서 이뤄졌다. 지난 2020년 대선 패배 이후 미 의사당에 대선후보로서 화려하게 복귀한 것이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재집권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라 그의 의사당 방문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는 지난 2020년 미국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고 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8월 기소인부 절차를 위해 워싱턴DC를 찾을 때와는 입장이 180도 달라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문은 11월 대선을 5개월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재확인하는 것은 물론 당의 결속을 다지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원들과 만난 이후 “이 사람들은 훌륭한 사람들의 그룹이다. 저는 그들과 1000% 함께 있다”며 “우리는 거의 모든 것에 동의하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그것을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금 미국은 쇠퇴하고 있다며 우리 모두의 공통점 중 하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싶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조 바이든 대통령 측과 민주당은 1·6 의사당 폭동 사태를 문제 삼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워싱턴 DC 방문을 비판했다.
민주당 전국위는 1·6 사태 당시 시위대의 공격 장면이 반복적으로 재생되는 전광판 차량을 트럼프 전 대통령 행사 장소 인근에 배치했다.
바이든 캠프도 이날 경합주 등에서 1·6 사태 당시 시위대들이 의사당에 난입해 공격하는 장면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30초 분량의 광고를 내보냈다.
캠프는 이 광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비롯해, 보는 것을 불태워버릴 것이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민주주의의 위협으로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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