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에만 1조 넘게 늘어
주담대 마저 균열 조짐에 긴장
1금융권 여신까지 고금리 충격
국내 은행들이 가계에 내준 대출에서 불거진 연체가 한 해 동안에만 1조원 넘게 늘며 10여년 만에 최대 수준까지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우량 고객이 많은 제1금융권 여신인 데다, 개인의 실생활과 직결된 주택담보대출이 대다수인 가계대출의 특성을 고려하면 더욱 우려되는 현실이다.
이른바 동네 사장님들이 제때 돈을 갚지 못해 쌓인 연체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규모까지 몸집을 불리는 등 고금리 충격파에 서민 경제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20개 모든 은행들의 가계대출에서 발생한 연체는 총 3조1753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46.1%(1조23억원) 증가했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 2013년 9월 말(3조9186억원) 이후 최대 금액이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이 떠안고 있는 가계대출 연체가 4388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1.9% 늘며 가장 액수가 컸다. 그 다음으로 NH농협은행이 3846억원, 우리은행이 3781억원으로 각각 60.8%와 34.5%씩 증가하며 가계대출 연체가 많은 편이었다.
이밖에 ▲신한은행(3207억원) ▲하나은행(2989억원) ▲IBK기업은행(2225억원) ▲카카오뱅크(1860억원) ▲케이뱅크(1251억원) ▲토스뱅크(1186억원) ▲한국씨티은행(1165억원) 등이 연체 가계대출 보유량 상위 10개 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은행 대출을 갚는데 곤란을 겪는 이면에는 고금리 충격이 자리하고 있다. 치솟은 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대출 이자가 쌓이고, 이로 인해 차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고신용자들이 주 고객인 은행권의 가계대출조차 연체에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은 염려스러운 대목이다. 특히 주담대가 70% 이상을 차지하는 은행권 가계대출의 성격과 연관해 생각해 보면 이런 흐름은 더욱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은행권의 가계 자금 대출 중 주담대의 비율은 73.4%에 달했다.
주담대는 신용대출 등보다 담보물이 확실해 연체 리스크가 비교적 적다고 평가되는 여신이다. 당장 개인의 주거 생활과 직결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차주로서는 최대한 연체를 피하려는 대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출을 갚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건 그만큼 가계의 경제적 어려움이 크다는 방증일 수 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서민들의 사정은 다른 대출에서도 포착된다. 은행권의 개인사업자 대출에서 발생한 연체도 지난해 말 기준 총 2조1719억원으로 1년 전보다 86.3% 증가했다. 이같은 은행권의 자영업자 대출 연체는 금감원이 관련 통계를 제공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직전 최대 금액은 2009년 3월에 기록한 2조603억원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은 제반 여건 상 연체 측면에서 최후의 보루로 여겨진다”며 “그럼에도 본격적으로 연체가 확산되고 있다는 건 고금리 여파가 국민 경제의 기반에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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