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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재확인·용도 점검도 제대로 안 했다… ‘100억 횡령’ 우리은행 사후관리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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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우리은행 직원이 위조된 문서 등으로 기업대출을 일으켜 100억원대 횡령을 한 사건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검사에 돌입했다. 이번 횡령 사건은 은행이 기업대출을 내줄 때 거치는 차주(돈 빌리는 사람) 신분확인과 사후 대출금 운용을 점검하는 사고 방지 시스템이 모두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례다. 금감원 역시 은행이 겹겹이 마련한 안전장치에 어떻게 구멍이 났는지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중이다.

14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2일부터 우리은행 본점에 검사 인력을 파견해 내부통제 시스템 이상 여부 등을 점검 중이다. 이번 검사는 우리은행 김해지점에서 발생한 100억원대 횡령 사건에 따른 후속 조치다. 해당 지점 직원인 30대 A씨는 올해 초부터 기업대출을 반복해 일으켜 100억원 수준의 돈을 빼돌렸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대출에 대해 사후감리(감독·관리)를 어떻게 진행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며 “우리은행이 본사 여신심사부서에서 직접 감리를 진행했는지 아니면 영업점에 전결권을 위임해 영업점 자체적으로 감리했는지 확인하는 게 이번 검사의 포인트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설명처럼 이번 검사의 핵심은 A씨가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무력화시켰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시중은행은 기업대출을 심사할 때 법인인감증명서 등 각종 자료를 요구한다. A씨는 기업대출에 필요한 자료들을 위조해 대출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일러스트=손민균
일러스트=손민균

◇ 특이사항 없는 대출로 윗선 속였을 가능성

이번 사건은 실무자가 여러 차례 허위로 대출을 신청한 뒤 소위 윗선의 승인까지 뚫었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차주 확인 시스템 취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A씨가 허위 자료를 구비했더라도 실제 대출이 발생하려면 결재권자의 심사 및 결재 절차가 필요하다. 다만 특이사항이 없는 대출에 대해선 결제권자가 자료의 진위 및 차주 신분까지 세세하게 파악하지 않아 무난히 대출이 통과됐을 것이란 게 은행권의 중론이다.

여신업무 경험이 있는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0억원 정도의 기업대출이면 본사가 아닌 영업점이 대출 결제권을 쥐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라면서 “지점장이 기업대출 한 건을 두고 일부터 백까지 모든 사항을 파악할 수 없으니 A씨가 계획적으로 특이사항이 없는 대출을 일으켜 결재권자를 속였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기업대출을 할 때 차주 신분 재확인을 거치지 않는다는 점도 이번 사건의 피해금액을 키운 요소다. 조선비즈가 확인한 결과, 우리은행을 포함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중 법인 대출 실행 후 차주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대출 사실을 재확인하는 은행은 한 곳도 없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대출은 기업대표가 직접 은행에 방문해 각종 증빙 서류를 제출하기에 개인대출과 달리 재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부 은행의 경우, 기업대출 발생 후 차주 측에 문자로 대출 사실을 통보해 재확인 절차를 갈음한다. 우리은행도 문자 공지 시스템을 갖췄으나 차주가 해당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으면 문자를 발송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실제 존재하는 기업을 통해 대출을 집행했더라도 본인이 문자 공지를 비신청으로 전환하면 그 사실을 모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모습. /뉴스1
지난 1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모습. /뉴스1

◇ 대출금 용도 점검에서 빠져나갈 구멍도

아울러 대출 집행 후 자금용도 관리에 빈틈이 있었는지 여부도 금감원이 들여다보는 지점이다. 금융사는 여신금융협회에서 정한 ‘자금용도 외 유용 사후점검기준’에 따라 대출 취급 후 대출금이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지 점검하는 매뉴얼을 둔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여신협회 기준을 바탕으로 대출 목적 운용을 확인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사는 고액의 기업대출에 대해 대출금이 목적에 맞게 운용되는지 현장에 나가 점검하곤 하는데 여기에도 예외사항이 있다. 여신협회 기준에 따르면 차주가 법인인 경우 건당 5억원 이하이거나 3개월 이내 단기 여신 등에 대해 사후점검을 생략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때문에 여신업무를 담당했던 A씨가 해당 매뉴얼을 숙지하고 자금용도 점검을 피했기에 수개월 동안 횡령을 반복했을 수 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통상 3개월 미만의 단기 대출에 대해선 은행 본사 차원의 감리를 하지 않기에 A씨가 이런 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세한 내용은 검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검사 대응 및 계획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 대출 실행 과정의 문제점을 파악해 유사 사례 재발을 방지할 것”이라며 “관련 직원에 대한 엄중한 문책과 전 직원 교육 등을 통해 내부통제에 대한 경각심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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