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들이 ‘덕질문화’를 금융 상품·서비스에 접목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면서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자신만의 저축 포인트를 설정해 돈을 모으는 재미를 더하는 건 물론 좋아하는 대상과의 추억에 주목한 상품도 속속 등장 중이다.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거나 응원할 경우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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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팬 겨냥 통장에 스포츠팀 우승하면 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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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는 지난해 4월 다양한 순간의 기록을 담아 저축할 수 있는 ‘기록통장’을 출시하며 ‘최애적금형 기록서비스’를 선보였다. ‘최애적금형 기록서비스’는 가장 사랑하는 대상인 ‘최애’와의 의미있는 순간마다 모으기 규칙을 통해 기록통장에 일정금액을 저축하고 기록을 남기는 서비스다.최애의 사진으로 직접 계좌 커버를 설정하거나 공유하기를 통해 SNS에 알릴 수 있어 출시 하루 만에 가입 고객 수 약 7만명을 달성하는 등 팬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기록통장은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보통예금으로 하루만 맡겨도 금리 연 2.0%를 제공한다. 모으기 규칙을 미리 설정해 편리하게 저축할 수 있고 저축할 때마다 기록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5월엔 기록통장의 첫 번째 아티스트 제휴 상품인 ‘기록통장 with NCT WISH’를 출시했다. 반응도 좋다. 카카오뱅크는 응원의 마음을 담은 저축 취지를 살려 ‘기록통장 with NCT WISH’에 쌓인 저축금액과 동일한 금액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기부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캠페인을 펼치기로 했다. 기부금은 최대 1억원 한도로 잡았는데 상품 출시 하루 만에 목표 금액을 달성하는 등 팬들의 지지를 얻었다.
아이돌 팬덤 외 스포츠마니아들을 위한 적금도 나왔다. 하나은행은 K리그와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이 함께할 수 있는 ‘K리그 우승 적금’을 출시했다. 하나은행은 26년 전인 1998년부터 대한축구협회 공식 후원을 시작, 국가대표팀과 K리그 공식 후원은행으로서 축구 발전에 주목해왔다. 하나금융은 축구선수 손흥민을 모델로 기용했을 정도다.K리그 우승 적금은 하나은행 모바일 앱 ‘하나원큐’를 통해 가입하는 비대면 전용 적금상품이다. 가입 시 본인이 선택한 K리그 응원팀으로 상품명이 정해진다. 만약 ‘대전하나시티즌’을 응원팀으로 선택하면 상품명은 ‘대전 우승 적금’이 된다.
우대금리는 ▲K리그 축덕카드 사용 시 연 1.0%포인트 ▲본인 응원팀 우승 시 연 1.0%포인트 ▲친구 초대를 통해 가입한 팀원 수에 따라 최대 연 2.0%포인트 ▲’하나원큐 축구플레이’ 참여 시 연 1.0%포인트 등을 더해 최대 연 5.0%포인트까지 제공된다. 기본금리 연 2.0%에 우대금리를 최대로 받으면 최고 연 7.0%까지 적용 가능하다.
신한은행은 야구 팬덤 몰이에 나섰다. 앞서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함께 응원 구단 성적과 우대금리 혜택을 결합시킨 ‘2024 신한 프로야구 적금’ 상품을 출시했다. KBO 리그 타이틀 스폰서 기념으로 매년 시행하고 있는 ‘2024 신한 프로야구 적금’ 상품은 KBO 리그 10개 구단 중 응원하는 구단을 선택해 해당 구단의 최종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가 결정되는 KBO 리그 전용 적금 상품이다.
기본금리 연 2.5%에 우대금리를 더하면 최고 연 4.2% 금리를 제공한다. 응원구단 성적에 따라 최고 연 1%(포스트시즌 미진출 0.5%·포스트시즌 진출 0.8%·한국시리즈 우승 1.0%), 적금 가입기간 중 입출금계좌에 6개월 이상 50만원 이상 소득 입금 시 연 0.2%의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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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과 금융의 콜라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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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입장에서 팬덤 상품은 아티스트·선수를 통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통로를 마련할 수 있어 긍정적이다. 특히 아이돌 팬덤의 경우 향후 경제활동의 주체가 될 청소년·사회 초년생 비중이 커 미리 고객을 잡아두는 ‘락인(Lock In)’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기록통장’은 지난해 4월 출시 이후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이 이용 중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이용 고객의 연령대는 20대 이하 고객 비중(48.4%)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으며 ▲30대 26.5% ▲40대 18.2% ▲50대 이상이 6.9%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명 중 4명의 고객은 좋아하는 연예인을 응원하며 저축하는 ‘덕질’ 용도로 사용했다.
K콘텐츠 위상이 높아지고 팬덤수 확장 가능성이 큰 점도 금융사들에게 매력적인 부분이다. 지난해 IBK투자증권이 내놓은 ‘K-POP, 글로벌 코어 팬덤 확장기 진입’이란 제목에 보고서에 따르면 하이브, JYP, SM, YG 등 엔터 4사의 합산 코어팬덤 수는 약 350만명으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글로벌 인구수(10~30대)를 고려해 볼 때 절대값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높은 활동성과 활발한 신규 IP 출시를 통해 코어 팬덤 수 확장의 여지는 매우 높다고 판단한다”고 진단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젊은 고객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수익성과 재미에 집중한 이색 팬덤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며 “좋아하는 대상과 관련한 금융상품으로 10대, 사회 초년생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고 저축의 재미를 선사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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