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윤하 박기현 기자 = 국민의힘이 현행 당원투표 100%로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경선 규칙을 ‘당원투표 80%·일반 국민 여론조사 20%’로 개정하기로 했다. 당헌·당규 개정이 결정되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당권 도전 가능성에 힘이 실리면서 당내에선 견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당원투표 80%·일반 국민 여론조사 20%’ 안을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개정안은 19일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거쳐 개정이 완료된다.
전날 당헌·당규 개정 특위가 ‘당원투표 70%·일반 국민 여론조사 30%’ 안과 ‘당원투표 80%·일반 국민 여론조사 20%’ 두 가지 안 사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비대위에 결정을 위임하자, 민심 반영 비율이 좀 더 낮은 안을 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민전 수석대변인은 “지난 전대 때는 당심만 반영하다가 이번에 크게 움직이면 제도의 안정성을 무너뜨린다는 고려가 있었다”며 “선거 패배에서 당원들 책임은 전혀 없고 저희가 잘못한 건데, 당원 비율을 축소하는 건 마치 그렇게(당원 책임 있다) 해석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보수정당에서 당대표 선거에 여론조사를 반영한 것은 지난 2004년이 처음이다. 지난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친윤석열계)의 주도로 당원투표 70%·일반 국민 여론조사 30%의 전대 룰이 당원투표 100%로 개정됐다. 당시 김기현 의원은 친윤계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과반 득표로 당대표에 선출됐다.
이날 당대표 경선에서 민심 반영 비율을 높이기로 결정한 것은 총선 참패 후 쇄신의 일환이다. 국민의힘이 4·10 총선에서 수도권에서 참패하고 108석 의석을 확보하는 데 그치자, 당내에선 당대표 선출시에도 민심을 반영해야 한단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외에도 당헌·당규 개정 특위는 전날 당대표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단일 지도체제를 유지하고, 당권·대권 분리 규정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하는 등 당헌·당규 개정 논의를 마쳤다.
단일 지도체제를 유지하고 전당대회 룰에 민심을 반영하기로 한 것은 한 전 위원장의 출마에 유리하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당내 세력이 약하단 점이 약점으로 꼽히는 한 전 위원장에겐 당대표의 권한이 분산되는 집단지도체제나 2인 지도체제가 불리하다. 또한 민심을 반영하는 전대 룰은 전국적 인지도가 높은 한 전 위원장에게 긍정적 요소다.
실제로 한 전 위원장이 이르면 다음 주 출마 선언을 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한 전 위원장은 최근 자신이 영입한 ‘영입 인재’들을 중심으로 원내·외 인사들을 만나며 몸풀기에 나섰다.
이번 전당대회의 후보 등록일은 이달 25일 전후로 점쳐진다. 한 전 위원장이 출마 선언을 할 무렵, 윤상현·나경원·안철수 의원 등 당권 주자들도 조만간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초선이자 소장파인 김재섭 의원도 당대표 선거 출마 여부를 고민 중이다.
당권 주자들은 이날 이번 총선 참패에 대한 한 전 위원장의 책임론을 다시 꺼내 들었다. 선거에 실패한 ‘패장’이 다시 지휘봉을 잡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비판이다.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윤상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해 “그러면 뭐 하러 사퇴했느냐”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하고도 변하지 않더니 총선에서 괴멸적 패배를 당하고도 정신 차리지 못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회 독재가 투쟁의 핵심이니 의회를 통해 막아내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도 원내에 있지 않느냐”라며 원외 인사인 한 전 위원장의 한계를 지적했다.
안철수 의원도 페이스북에 “8 대 2 전당대회 룰은 총선 참패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미흡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오로지 특정인의 출마, 그리고 계파나 권력 충돌 여부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고 적었다.
김기현 의원도 가세했다. 김 의원은 한 전 비대위원장을 겨냥 “실패한 리더십이 아니라 민생을 살릴 새롭고 참신한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한 전 위원장이 그간 강조해 온 ‘이조(이재명·조국) 심판’과 ‘지구당 부활’을 직격하는 발언도 이어갔다. 김 의원은 “이미 지난 총선에서 ‘이조 심판’으로 패배했음에도 또다시 ‘이조 심판’이라는 논쟁에 매몰돼선 안 된다”며 “‘지구당 부활’ 같은 정치권의 밥그릇 챙기기 이슈가 아니라 저출생과 연금, 고물가와 고금리 등 국민의 먹고사는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당력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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