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人사이드-90년대생이 왔다]조현익 카카오벤처스 선임심사역
사회 큰 반향을 일으킨 책 ’90년대생이 온다’가 출간된 지 3년이 지났다. 책 속 주인공인 90년대생은 이제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벤처캐피탈(VC)에 종사하는 90년대생 주니어들도 마찬가지다. 2020년대 초반 불확실성 시대 풍파를 견디면서 더욱 단단해졌다. 향후 20년 국내 VC 시장을 이끌 주니어들의 벤처투자 철학과 그들이 그리는 미래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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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명확히 알고 있는 게 중요합니다.”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벤처스 본사에서 만난 조현익 카카오벤처스 선임 심사역은 투자 대상을 선별하는 기준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자신들이 풀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풀기 위한 가설들은 뭐가 있는지 정확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 선임이 벤처캐피탈(VC) 업계에 뛰어든 지 올해로 6년차다. 2018년 일본 와세다대 졸업과 동시에 카카오벤처스(구 케이큐브벤처스)에 인턴으로 입사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이어진 벤처투자 호황기를 거쳐 2022년부터 이어진 혹독한 벤처투자 빙하기를 온몸으로 경험했다.
조 선임이 VC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대학 시절 복수학위 프로그램으로 싱가포르국립대에 갔을 때다. 조 선임은 “지금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 된 중고거래 플랫폼 카로셀이 싱가포르국립대 학생 창업으로 탄생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누구든 성장할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에 매력을 느꼈고, 귀국해서도 스타트업 중심으로 인턴 기회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
한국신용데이터와
더클로젯컴퍼니 창업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찾아보니 카카오벤처스 패밀리사였다”며 “이렇게 열정적으로 사업을 이끌어 가는 창업자들의 공통점인 카카오벤처스에 관심을 갖게 됐고, 카카오벤처스 인턴 모집에 지원해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시장규모보다 BM 도출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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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선임은 가장 기억에 남는 패밀리사로 탤런트리를 꼽았다. 프로젝트 단위 인재채용 플랫폼 ‘번지(Bungee)’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2022년 3월 탤런트리가 설립된 이후 현재까지 번지를 이용한 고객사는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4000여곳이 넘는다. 재이용률 역시 50%에 달한다.
카카오벤처스가 탤런트리에 첫 투자를 진행한 건 2022년 초였다. 서비스 검증도 하지 못한 시드 단계였다. 조 선임은 “그런데도 탤런트리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던 건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한 사업계획서 덕분”이라며 “현 채용시장의 한계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설은 뭐가 있는지 또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명확히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인 사업계획서의 경우 자신들이 타겟팅하고 있는 시장의 규모나 경쟁사와의 비교 등이 담긴다”며 “그러나 탤런트리는 이런 부분은 굉장히 간소하게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탤런트리의 사례처럼 투자 대상을 결정할 때 조 선임이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은 사업모델(BM)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조 선임이 말한 BM 도출 과정은 크게 5단계로 구성된다. △큰 틀에서의 문제 인식 △구체적인 문제 설정 △가설 수립 △가설 검증 △결과 도출 등이다.
조 선임은 “이런 과정을 통해 창업자들이 BM에 대해 얼마나 깊이 있게 고민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며 “단기적인 성패를 떠나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답을 찾아내는 팀들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카카오벤처스와 조 선임이 투자 대상을 선별할 때 바라보는 주요 포인트는 1인당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가 여부다. 조 선임은 “업종이나 기술에 상관없이 1인당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다음 세대 솔루션은 뭐가 있을지 찾고 있다”며 “인구구조 변화와도 맞닿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벤처스의 원동력 ‘기버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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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선임은 카카오벤처스만의 차별화된 특징으로 ‘기버(Giver) 문화’를 들었다. 조 선임은 “구성원을 위해 뭐든 내어줄 수 있는 기버 문화를 토대로 원팀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각각의 심사역들이 가진 역량과 네트워크들이 한데 모여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벤처스의 기버 문화를 잘 나타내는 프로그램이 바로 ‘A스페셜티’다. A스페셜티는 카카오벤처스 심사역을 특정 패밀리사에 약 한 달 동안 파견해 데이터 분석, 전략 방향성 등 특정 주제를 풀타임으로 돕는 프로그램이다. 사업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며 원팀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조 선임은 “A스페셜티 파견 기간에는 카카오벤처스 대부분의 업무에서 배제되고, 오직 패밀리사의 임시 일원으로 몰입해 일하게 된다”며 “A스페셜티 파견 직원과 패밀리사에 대한 카카오벤처스 구성원의 기버 의식이 없으면 운영하기 어려운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조 선임 역시 2018년
운칠기삼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다섯 차례 A스페셜티 파견을 다녀왔다.
조 선임의 다음 목표는 카카오벤처스의 해외 역량 강화다. 조 선임은 “최근 카카오벤처스 일부 심사역들이 미국으로 넘어가 창업자들을 직접 만나고, 현지 네트워크를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일본과 동남아시아 쪽에서 공헌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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