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르포] 분담금 5억 어떻게 내지… 1기신도시 고령층 벌벌

머니s 조회수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지정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 받는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동 시범단지 아파트 전경. /사진=김성아 기자

“1억원 정도라고 해서 동의했는데…”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한양아파트 단지 내에서 지난 11일 만난 30대 주민 A씨는 재건축 추가분담금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예상보다 수억원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불안에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하소연했다.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가운데 집값이 가장 많이 올라 사업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분당신도시에서 고령자들을 중심으로 재건축 추가분담금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2일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 선정계획’을 발표한 이후 1기 신도시 주민들의 표정은 대체로 어두웠다. 재건축 후 부동산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보다 공사비 급등과 경기 침체 등이 겹치면서 추가분담금의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1기 신도시에서 장기간 실거주한 노년층을 중심으로 삶의 터전을 잃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역세권 대단지이면서 고도 제한이 없어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총면적 비율)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서현동 시범단지(한양·삼성)를 중심으로 사업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하지만 추가분담금은 재건축 사업에 최대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인근 시범단지 현대아파트의 30대 주민도 사정은 비슷했다. 한 주민은 추가분담금에 대해 “33평 기준 1억5000만원 정도를 예상했다”며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아 분담금이 2억원 미만일 것이라는 말도 있었는데 2억원을 넘으며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가 어렵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양지마을의 한 주민 역시 “동의는 했지만 2억~3억원이 넘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고민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답했다.

취재를 통해 만난 분당 주민 11명 가운데 9명은 사업성이 높다는 말을 듣고 동의서를 작성했지만 추가분담금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나머지 2명은 “시세차익보다 낡은 시설을 고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분담금이 4억~5억원이 돼도 상관없다”는 응답을 했다.

실제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2022년 말 1기 신도시 주민을 대상으로 적정 분담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억원 이하가 적당하다’는 의견이 78.6%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추가분담금 규모가 주민들의 예상보다 훨씬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지난해 전국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의 평균 공사비는 3.3㎡당 687만5000원을 기록해 2020년(480만3000원) 대비 43% 급증했다.

서울 인기 지역의 정비사업도 주춤한 상황에 조합원이 내야 하는 추가분담금이 불어남에 따라 1기 신도시 재건축이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향후 가격 상승 기대가 낮은 단지의 경우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의 여파로 사업성이 저하된 상태인 만큼 사업 참여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자칫 분양 흥행에 실패하면 미분양 사태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장 취재를 통해 파악한 공인중개사들의 반응도 이와 비슷했다. 분당 공인중개사무소 가운데 취재에 응한 6곳 모두 전용면적 84㎡(33평) 기준 분담금이 최소 4억원 이상일 것으로 예측했다. 서현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현재 33평 기준 시범단지 매매가가 16억원 정도인데 분담금을 4억~5억원 내면 일반분양가가 최소 20억원가량”이라며 “이 가격의 이상으로 가격이 오를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선도지구 지정에 대한 기대로 호가가 뛰었다’거나 ‘분당에 매물이 사라졌다’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지만 실제 방문한 분당의 공인중개사들은 눈에 띄는 거래 변화나 매수세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서현동 시범단지(한양·삼성)의 매물만 가격 상승 움직임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선도지구 발표 이후에는 관심이 올라가는 추세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분당 아파트 재건축 추진 위원회는 선도지구 선정 기준의 60%를 차지하는 동의율을 높이기 위해 전념이다. /사진= 김성아 기자

분담금 폭탄 최대 피해자 ‘고령자’ 될듯

분담금 폭탄이 현실화될 경우 1기 신도시에 장기 거주한 고령층의 피해가 예상된다. 1기 신도시 건설 초기에 입주한 고령자들은 경제활동 비율이 낮고 노후 소득으로 추가분담금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추가분담금 마련이 여의치 않을 경우 원주민이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이른바 ‘둥지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우려된다.

시범단지 삼성아파트에서 30년 넘게 거주한 80대 B씨는 “입주 때 1억원도 안 되는 가격이었는데 분담금만 수억원을 내야 한다는 게 당황스럽다”며 “노인들은 대부분 반대하고 젊은 세대가 동의하는 분위기”라고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10년 가까이 걸리는 재건축을 기다리다가 죽고 나면 무슨 소용인가”라고 토로했다.

같은 단지 70대 C씨도 “동네 노인 10명 중 9명은 반대하는 것 같다”며 “사업성이 좋다고 해 동의했지만 사실은 걱정”이라며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양지마을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고령층을 중심으로 분담금에 대한 우려들이 커지고 있다”며 “분담금을 30년 동안 나눠 내도 되거나 장기 거주한 사람은 분담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거짓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동의율이 선도지구 선정 기준의 60%를 차지하다보니 동의율을 높이기 위해 이런저런 소문이 있다”며 “분담금과 관련해 거짓소문으로 사업 추진 이후의 갈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조합원 분담금 부담이 커질수록 갈등 문제가 우려된다. 정부가 정비사업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더 장기 계획을 세우고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승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분담금 증가로 인한 둥지 내몰림 현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원주민의 정착률을 높이는 것과 노후주택을 정비하는 공익 가치를 분석해봐야 할 때”고 조언했다.

머니s
content@www.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경제] 랭킹 뉴스

  • 올림픽 맛있게 응원하자…집관족 취향저격 ‘올림픽 에디션’
  • 질병청 '성인 패혈증 초기치료지침' 첫 발간
  • 지치고 바쁜 현대인에게 조용히 찾아오는 '당뇨병' [명의]
  •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93.7%...1년 11개월 만에 최고점 찍었다
  • 불량 자재 탓에 에어컨 없이 폭염 견디는 송도 '송일국 아파트'
  • 불량 자재 탓에 에어컨 없이 폭염 견디는 송도 '송일국 아파트'

[경제] 공감 뉴스

  • 8월 극장가 '재개봉 러시'…인생영화 다시 스크린으로
  • 케이뱅크, MY체크카드 90만장 넘었다..."인뱅 유일 K 패스 기능 탑재"
  • 삼정KPMG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에 슬립테크 부상”
  • ‘나는 솔로’ 21기 최종 선택 대반전…순자, 영철 직진에도 선택 포기
  • "‘용인 스마일 보이’ 우상혁이 웃었다"...이상일 용인특례시장,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 '응원'하고 '격려'
  • 삼성자산운용, 공식 유튜브 채널 정보 시리즈 인기몰이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역사 만큼 긴 세월의 맛을 보유하고 있는 동대문 맛집 BEST5
  • 볼거리 많지만 손 맛 좋기로 유명한 순천 맛집 BEST5
  • 세종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세종시 맛집 BEST5
  • 지금 놀러 가면 딱 좋은 야외 바베큐 맛집 BEST5
  • 홍은철·조관우·안상태…’베테랑2’의 숨은그림찾기
  • 배우 최수영·공명, 부산국제영화제 피날레 장식
  • [인터뷰] 사카구치 켄타로 “5년간 한 사람만? 나라면…”
  • ‘전, 란’부터 ‘하얼빈’까지…이제 박정민의 시간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고통스러운 건…” 전 소속사 갈등에 긴 공백기 가진 강다니엘이 허심탄회하게 밝힌 심정은 곪았던 마음이 여실히 느껴진다

    연예 

  • 2
    "실제 제작비를 그렇게..." 데뷔 58년 차 윤여정이 '파친코' 찍으며 '우리나라 제작 환경이 잘못됐구나' 깨달았고, 진짜 뼈 때리는 일침이다

    연예 

  • 3
    시선은 11월 이재명 '1심 선고'로…與, 파장에 '촉각'

    뉴스 

  • 4
    엔리케 감독의 '극찬'→PSG '인싸'로 등극..."그는 라커룸의 개성파, 빠르게 인정 받았다"

    스포츠 

  • 5
    “메달 따고 도핑검사 해봤냐?” 질문에 ‘스마일 점퍼’ 우상혁이 내놓은 답은 정말 깜놀이고 이런 고충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

    연예 

[경제] 인기 뉴스

  • 올림픽 맛있게 응원하자…집관족 취향저격 ‘올림픽 에디션’
  • 질병청 '성인 패혈증 초기치료지침' 첫 발간
  • 지치고 바쁜 현대인에게 조용히 찾아오는 '당뇨병' [명의]
  •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93.7%...1년 11개월 만에 최고점 찍었다
  • 불량 자재 탓에 에어컨 없이 폭염 견디는 송도 '송일국 아파트'
  • 불량 자재 탓에 에어컨 없이 폭염 견디는 송도 '송일국 아파트'

지금 뜨는 뉴스

  • 1
    "연예인 아니세요?" 노홍철이 10시간 넘는 장거리 비행에서 한 승객으로부터 '황당한 부탁'을 받았고, 제3자인 나까지 열불 난다

    연예 

  • 2
    [KLPGA] '다크호스' 이준이, 스스로 짚어본 하반기 급상승세 '두 가지 이유'

    스포츠 

  • 3
    파리서 사라진 30대 한국男 "가족 몰래 프랑스 외인부대원 됐다"

    뉴스 

  • 4
    "기억…나니?" 90년대 풍미한 '그 장난감' 제 2의 전성기 "영국에 첫 매장"

    뉴스 

  • 5
    'KKKKKKKKK' 손주영+'퍼펙트' 에르난데스가 다했다…'3위 수성' 염경엽 감독 "완벽한 피칭 덕분에 승리" [MD잠실]

    스포츠 

[경제] 추천 뉴스

  • 8월 극장가 '재개봉 러시'…인생영화 다시 스크린으로
  • 케이뱅크, MY체크카드 90만장 넘었다..."인뱅 유일 K 패스 기능 탑재"
  • 삼정KPMG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에 슬립테크 부상”
  • ‘나는 솔로’ 21기 최종 선택 대반전…순자, 영철 직진에도 선택 포기
  • "‘용인 스마일 보이’ 우상혁이 웃었다"...이상일 용인특례시장,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 '응원'하고 '격려'
  • 삼성자산운용, 공식 유튜브 채널 정보 시리즈 인기몰이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역사 만큼 긴 세월의 맛을 보유하고 있는 동대문 맛집 BEST5
  • 볼거리 많지만 손 맛 좋기로 유명한 순천 맛집 BEST5
  • 세종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세종시 맛집 BEST5
  • 지금 놀러 가면 딱 좋은 야외 바베큐 맛집 BEST5
  • 홍은철·조관우·안상태…’베테랑2’의 숨은그림찾기
  • 배우 최수영·공명, 부산국제영화제 피날레 장식
  • [인터뷰] 사카구치 켄타로 “5년간 한 사람만? 나라면…”
  • ‘전, 란’부터 ‘하얼빈’까지…이제 박정민의 시간

추천 뉴스

  • 1
    “고통스러운 건…” 전 소속사 갈등에 긴 공백기 가진 강다니엘이 허심탄회하게 밝힌 심정은 곪았던 마음이 여실히 느껴진다

    연예 

  • 2
    "실제 제작비를 그렇게..." 데뷔 58년 차 윤여정이 '파친코' 찍으며 '우리나라 제작 환경이 잘못됐구나' 깨달았고, 진짜 뼈 때리는 일침이다

    연예 

  • 3
    시선은 11월 이재명 '1심 선고'로…與, 파장에 '촉각'

    뉴스 

  • 4
    엔리케 감독의 '극찬'→PSG '인싸'로 등극..."그는 라커룸의 개성파, 빠르게 인정 받았다"

    스포츠 

  • 5
    “메달 따고 도핑검사 해봤냐?” 질문에 ‘스마일 점퍼’ 우상혁이 내놓은 답은 정말 깜놀이고 이런 고충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

    연예 

지금 뜨는 뉴스

  • 1
    "연예인 아니세요?" 노홍철이 10시간 넘는 장거리 비행에서 한 승객으로부터 '황당한 부탁'을 받았고, 제3자인 나까지 열불 난다

    연예 

  • 2
    [KLPGA] '다크호스' 이준이, 스스로 짚어본 하반기 급상승세 '두 가지 이유'

    스포츠 

  • 3
    파리서 사라진 30대 한국男 "가족 몰래 프랑스 외인부대원 됐다"

    뉴스 

  • 4
    "기억…나니?" 90년대 풍미한 '그 장난감' 제 2의 전성기 "영국에 첫 매장"

    뉴스 

  • 5
    'KKKKKKKKK' 손주영+'퍼펙트' 에르난데스가 다했다…'3위 수성' 염경엽 감독 "완벽한 피칭 덕분에 승리" [MD잠실]

    스포츠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