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에 처음으로 자체 통화 녹음 기능이 도입된다. 지난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17년만이다. 인공지능(AI) 기능을 적용한 통화녹음 요약 기능도 제공된다. 아이폰에서 통화녹음 기능을 제공하면서 이용자를 크게 늘린 SK텔레콤의 ‘에이닷’ 등 관련 애플리케이션들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초 AI폰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키워온 삼성전자 갤럭시와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애플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개최한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4에서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트프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은 자체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를 발표하면서 애플 인텔리전스가 제공하는 기능 중 하나로 통화녹음 기능을 소개했다. 그는 “앞으로 전화 앱에서 음성 녹음과 텍스트 전환, 요약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아이폰 전화 앱에 녹음 기능이 추가되고, 통화 후 AI가 내용을 분석해 요약본을 만들어준다. 그동안 외부 앱을 통한 방식으로 아이폰에서 통화녹음이 가능했지만 자체 앱에서 녹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은 미국에서 상대방 동의 없이 통화를 녹음하는 것이 불법이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도입하지 않았다. 이 상황을 고려해 통화 중 녹음을 하면 통화 상대방에게 녹음 사실이 자동으로 안내된다. 갤럭시 등 다른 스마트폰에서는 상대방에 고지하지 않고 자동으로 통화 녹음이 가능하다.
올 하반기부터 출시되는 아이폰 운영체제 iOS 18에 통화녹음 서비스가 탑재된다. 통화녹음 요약본은 영어와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중국어, 광둥어, 포르투갈어 등 8개 언어로 우선 지원된다. 한국어 지원 시점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 등에 자체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를 대폭 적용한다. 개인정보를 따로 수집하지 않고 기기에서 바로 AI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 형태로 제공된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텍스트를 요약하고 이미지를 생성하며, 가장 관련성 높은 데이터를 검색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일례로 아이패드 OS에서 애플 펜슬로 계산식을 넣으면 AI가 알아서 계산해 준다. 또 이용자가 원하는 이모티콘을 생성하고 글을 토대로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등 생성 AI 기능이 대거 탑재된다.
특히 오픈AI와 파트너십을 통해 자체 음성 비서 서비스인 ‘시리’에 챗GPT를 접목한다. 시리는 2011년 애플이 처음 공개한 음성비서로, 올해 말부터 가장 최신 버전인 챗GPT-4o(포오)를 탑재하고 사람과 대화하듯 더 자연스러운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의 단순한 명령-응답 체계를 넘어 시리가 명령의 의미와 맥락을 파악하고,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화면을 인식할 수 있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일례로 시리에게 ‘내 여권번호가 뭐지?’라고 물으면 기기 내 여권 사진을 찾아 해당 번호를 추출해 주는 방식이다.
애플이 AI폰 출시를 본격화하면서 올해 초 시장 최초로 온디바이스 AI를 내놓은 갤럭시와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애플이 내놓은 AI 혁신이 그다지 새롭지 않다는 평가도 있지만 아이폰 교체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낙관론도 우세한 상황이다.
1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애플 주가가 전날보다 7.26% 오른 207.15달러에 마감했다. 마감 직전 207.16달러까지 오르면서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애플 주가가 200달러를 돌파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3조1765억 달러를 기록했다. 애플이 AI 전략을 발표한 직후엔 당일 주가는 1.9% 하락해 193.12달러로 마감했다. 애플이 이번에 공개한 내용에 새로운 것이 없고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발표 하루 뒤부터 월가에서 애플 AI 기능 탑재가 아이폰 등 기기 판매를 촉진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했다. 모건스탠리 분석팀은 “애플의 AI 기능이 ‘가장 차별화한 소비자 디지털 에이전트’로서 애플을 강력하게 자리매김하게 한다”면서 “소비자들이 아이폰을 새로 구매하게 만들어 기기 교체 주기를 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달 공개되는 갤럭시의 신형 폴더블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다. 삼성은 오는 7월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갤럭시 언팩’에서 ‘갤럭시Z폴드6’와 ‘갤럭시Z플립6’를 공개한다. 이 자리에서 폴더블 제품에 적합한 새로운 AI 기능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최원준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사업부 개발실장(부사장)은 최근 기고문에서 “새로운 AI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신형 폴더블 제품에는 폼펙터에 최적화된 ‘갤럭시 AI’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월 ‘갤럭시 S24’ 시리즈를 통해 실시간 통·번역, 서클 투 서치(Circle to Search) 등 AI 기능을 적용한 ‘갤럭시 AI’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이후 갤럭시 AI 업데이트 대상 기기를 ‘갤럭시 S22’ 등 재작년 출시 모델까지 확대했고, 연내 1억대 기기에 갤럭시 AI를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아이폰에서 통화 녹음 서비스 제공하는 앱으로 국내 이용자를 모은 SKT 에이닷도 타격이 있을 전망이다. 에이닷은 아이폰 통화 녹음과 요약 기능을 제공하면서 출시 1년 만에 이용자 수 300% 증가라는 성과를 냈다.
다만 에이닷 이용자 수에 미칠 영향은 당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의 통화 요약 우선 제공 언어에 한국어가 빠졌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로 AI를 활용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며 서비스 경쟁력을 높인 점도 한 이유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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