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심민현 기자] 전국 36만명, 국내 전체 금융자산의 20%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 ‘상위 1%’. 나는 언제, 어떻게 하면, 그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서 출발한 데일리임팩트 ‘대한민국 부자포럼.’ 오는 6월18일까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편집자]
우리는 모두 부자를 꿈꾼다. 하지만 ‘되고 싶다’는 상상만 할 뿐 부자들이 어떤 노력으로 그 자리까지 갔는지 관심 갖는 이는 드물다. 오히려 그들의 노력을 폄하하고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거야” “운이 좋았겠지” 등등 자기 위안에 그친다.
그럼 좀 더 적극적으로 ‘돈으로부터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부자가 되기 위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따로 있는 것일까?
대한민국에서 부자를 가장 많이 만나고, 그들의 투자와 습관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사람이라면 부자가 되는 지름길을 가장 잘 알지 않을까?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우리와 무엇이 달라서 부자가 됐는지를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한국의 부자와 그들의 투자 등을 연구하고 조사해 매년 보고서를 펴내고 있는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윤선영 연구팀장과 황선경 연구위원은 데일리임팩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조언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2007년부터 대한민국 부자들의 자산관리 방식과 생활 행태 등을 분석한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달 25일 16번째 보고서를 내놨고, 지난해 12월에는 최근 10년간 부자의 변화를 ‘대한민국 부자보고서’라는 책 한 권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다음은 윤 팀장과 황 연구위원과의 인터뷰.
◇ 먼저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하는 웰스 리포트의 제작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는지요? 특히 어떤 조사 과정을 거치는지 궁금합니다.
“하나은행의 고객 가운데 부자(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대중 부유층(금융자산 1억~10억원), 일반인(금융자산 1억원 미만) 등 세 그룹을 대상으로 비교 설문조사를 진행하여 리포트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PB(프라이빗 뱅커)들이 설문지를 직접 고객에게 드린 후 분석했다면 요즘은 모바일로 링크를 보내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합니다. 조사 인원은 2000~3000명 수준이며 부자와 대중 부유층, 일반인 등 세 그룹을 3분의 1씩 나눠서 동일하게 조사하고 있습니다. 개별 인터뷰도 설문조사와 같은 형식으로 진행합니다”(윤 팀장)
◇ 코로나 펜데믹을 거치며 실물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일반 국민들의 부자에 대한 기준 역시 높아졌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요. 실제 지난 2021년 한화생명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상위 0.1% 부자(가구 기준)는 최소 76억원 정도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만나본 부자들은 돈을 어느 정도를 갖고 있어야 부자의 기준을 충족하는 것인지요?
“얼마를 갖고 있어야 부자라는 정확한 기준은 없습니다. 다만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서 부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순자산 149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어야 부자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작년에는 137억원이었고 몇 년 전에는 200억원을 넘어선 적도 있으니 시대에 따라 부자의 기준이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윤팀장)
◇ 웰스 리포트를 보면 부자의 행복, 자화상, 루틴, 취미 등 부자의 삶을 상세히 묘사한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실제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부자 고객 16명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고 들었습니다. 직접 만나본 부자들의 삶은 어땠는지요?
“16명 모두 정말 바람직한 삶을 영위하시는 분들이었습니다. 부자들은 ‘쇼윈도 부부’가 많을 것이라는 편견도 있는데 실제 만나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부부 사이가 아주 좋아 보였습니다.(웃음)
기부에 진심인 부자도 만났는데요. 특히 취미가 ‘독서’인 부자들이 많았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부자 한 분이 펄벅의 역사소설 ‘대지’를 감명 깊게 읽은 후 믿을 건 역시 땅 밖에 없다는 교훈을 얻고 부동산 투자를 시작해서 크게 성공했다는 대목이었습니다(웃음) 또 일반인들은 뭔가 특별한 계기로 부자가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직접 인터뷰를 해보니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부자와 일반인의 가장 큰 차이를 꼽는다면 제 생각에는 투자를 실행하는 ‘결단력’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윤팀장)
“부자들을 만나보면 똑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자 분들을 많이 만났는데 공통점은 모두 절약 정신이 투철하다는 것입니다. 고가의 자동차, 옷 등에 큰 관심이 없으신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같은 지갑을 20년 넘게 쓰고 있는 부자도 봤습니다. 결국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열심히 벌고 열심히 절약해서 부자가 된 것으로 생각됩니다”(황 연구위원)
◇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상화폐 열풍이 불면서 주식에서 코인으로 투자 트렌드가 변하고 있는데요. 물론 소수겠지만 코인 투자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100억원 이상 축적한 젊은 부자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도 있는데 인터뷰한 부자들은 가상화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만난 부자들은 가상화폐에 큰 관심이 없어 보였습니다. 실제 올해 투자 의향을 물었을 때 부자 3%, 일반인은 10% 정도 긍정적인 답을 했습니다.
가상화폐 보유율도 일반인이 더 높게 나왔습니다. 적은 돈을 투자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반면 부자들은 리스크 관리를 철저하게 하기 때문에 아직 제도권에 들어오지 못한 가상화폐를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강했습니다”(황 연구위원)
“나이드신 부자들은 전반적으로 가상화폐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다만 공격적인 투자 성향이 강한 영리치는 베이비 부머 세대와 조금 다릅니다. 영리치의 가상화폐 보유율이 20%에 달하는데 이는 일반인보다 높은 수치입니다”(윤 팀장)
◇ 서구 선진국의 부자에 대한 기준은 우리와는 많이 다른데요. 예를 들어 영국의 경우 ‘페어플레이를 할 것’,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 등 삶의 가치가 부자를 판단하는 기준에 포함되기도 하는데요. 우리는 아직까지 단지 ‘자산이 많고 적음’으로 부자를 규정하는 세태가 강합니다. 우리나라 부자를 연구하는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 부분에 대해 어떤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요?
“우리나라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는데요. 리포트를 작성하면서 만난 부자들은 기부에 관심이 많고 생활의 격이나 품위와 같은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황 연구위원).
“이런 부분이 문제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한국에서 돈과 함께 부자의 중요한 기준으로 꼽히는 게 바로 네트워크입니다. 돈만 많다고 부자 그룹에 끼어주지 않는 것인데요. 실제 부자들을 보면 가족 뿌리부터 시작해서 사회적 위치, 사는 동네, 인간관계 등 따지는 것이 한둘이 아닙니다. 결국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염두에 두는 한국 사람들의 특성이 부자에 대한 기준에도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지요”(윤 팀장)
◇ 끝으로 부자를 꿈꾸는 많은 일반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제가 부자도 아닌데 이런 조언을 할 자격이 있나 싶은데요. 뭔가 특별한 것 하나로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직접 만나보면 일반인과 크게 다른 점이 없습니다. 다만 확실히 느낀 건 ‘태도’가 다르다는 건데요.
부자들은 어떤 일을 하려고 마음 먹으면 망설이지 않고 빠르게 실행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부자는 남 이야기가 아니다, 나도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투자 공부든 부동산 임장이든 뭔가 생각한 것을 곧바로 실행하는 태도를 가지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윤 팀장)
“베스트 셀러 ‘세이노의 가르침’을 보면 ‘본인의 일을 가장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저 역시 그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면서 묵묵히 살다보면 언젠가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잡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황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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